청년세대론 출발은 미국 ‘X세대론’
MZ세대=2030세대=정보화 세대
나를 최우선시하는 ‘미미미 세대’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 감각’
소통 위한 균형 잡힌 시각 요구
Z세대는 스마트폰으로 일상의 다양성을 즐기는 세대로 M세대보다 모바일 환경에 친숙하다. [Gettyimage]
세대 담론은 기업, 정치권, 매스미디어 모두에 효과가 분명한 ‘인기 상품’이다. MZ세대와 문화에 대한 글은 차고 넘친다. 이런데도 여기서 이를 살펴보려는 까닭은 MZ세대가 우리 사회 중심 세대로 부상하고 있다는 데 있다. 뉴노멀이 낯설던 게 낯익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면, ‘요즘 것들’인 MZ세대 문화는 머잖아 낯익은 중심 문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세대 변수의 힘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세대 담론은 큰 관심을 끌었다. 서구 사회에서는 냉전세대·히피세대·X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 우리 사회에서는 86세대·신세대·88만원세대·삼포세대·MZ세대 등이 세대론의 유행을 이끌어왔다.
MZ세대라는 말은 미국의 청년세대론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부상한 청년세대론은 ‘X세대론’에서 출발했다. X세대라는 말은 작가 더글러스 쿠플랜드가 1991년 내놓은 저서 ‘X세대’에서 시작됐다. X세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대라는 의미다. 기성세대 시선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자유분방함이 X세대의 특징.
X세대 뒤를 이은 건 Y세대다. 작가 윌리엄 스트라우스와 닐 하우는 저서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 1584년에서 2069년까지’(1991)에서 ‘밀레니얼세대(Millennials)’라고 불렀다. 새로운 1000년의 주역이 될 세대라는 의미였다.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는 1981년에서 1996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다.
밀레니얼세대의 특징을 선구적으로 주목한 이는 경영컨설턴트 돈 탭스콧이다. 탭스콧은 저서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1999)과 ‘디지털 네이티브’(2008)를 발표해 정보사회의 진전과 함께 등장한 ‘넷(Net)세대’의 특징을 분석했다. ‘N세대’라고도 불린 넷세대는 정보사회에 걸맞은 자유와 개방성을 추구한다는 거였다.
Z세대는 밀레니얼세대를 뒤이은 세대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997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다. 2024년 현재 시점에서 Z세대의 나이는 12세에서 27세까지다. 질풍노도의 1020세대를 이루는 이들이다.
미국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구분하는 분수령은 스마트폰의 등장이다. Z세대의 가장 나이 많은 1997년생은 10세 때 아이폰을 만났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가 제2의 삶의 영역을 차지한다. 엄밀히 구별하자면, 밀레니얼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라면, Z세대는 ‘모바일 네이티브’라 할 수 있다. 크게 묶어보자면, 디지털 네이티브와 모바일 네이티브 모두 ‘정보사회의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단절보다는 연속성이 두드러진다.
밖에서, 안에서 본 MZ의 차이
문화 측면에서 이러한 연속성을 잘 보여주는 말이 ‘미세대(Me generation)’다. 미세대란 무엇보다 나를 중시한다. 2013년 5월 시사주간지 ‘타임’은 밀레니얼세대를 나를 최우선시하는 ‘미미미(Me Me Me) 세대’라고 명명한 바 있다. 미미미 세대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게으른 나르시시스트’ 세대를 말한다.
이러한 미세대의 세계관이 ‘미이즘(Meism)’이다. 미이즘이란 나를 중심으로 사회를 이해하고 그것에 기반해 행동한다는 의미다. 미이즘에는 개성을 중시하는 ‘개인주의’와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이기주의’라는 양면성이 담겨 있다. 이런 밀레니얼세대의 미이즘은 Z세대의 문화적 특성으로 계승된다.
이제까지 세대 담론에 대한 대표적 비판은 세대 변수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비판론은 세대 담론이 ‘세대 효과(세대가 개인과 사회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해 왔다. 세대 못지않게 가치, 계급, 젠더라는 변수가 개인 및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거다.
이에 대한 대표적 반론은 공공정책학자 바비 더피가 제시했다. 더피는 저서 ‘세대 감각’(2021)에서 인간의 태도·신념·행동이 ‘시대·생애주기·코호트’로부터 결정적 영향을 받아 변화한다고 주장했다. 세대에는 ‘코호트(cohort)’의 의미가 담겨 있다. 코호트란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며 특정한 사건을 경험해 비슷한 행동양식을 가진 집단을 뜻한다.
예를 들어, 비틀스와 밥 딜런에 열광하던 히피세대와 앨런 워커와 빌리 아일리시에 환호하는 Z세대는 코호트적 경험이 다르고, 이런 경험의 차이는 개인과 집단의 가치 및 행동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세대 변수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MZ세대라는 말의 기원은 2019년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내놓은 저작 ‘트렌드 MZ 2019’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제인 ‘밀레니얼-Z세대 5대 마케팅 트렌드’가 보여주듯, 이 책은 ‘미세대’인 밀레니얼세대와 ‘신인류’인 Z세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등장과 그 이면에 놓인 의식 및 사회관계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후 MZ세대에 관한 뉴스와 담론이 봇물처럼 터졌다. 빅카인즈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그해 12월까지 ‘MZ세대’를 언급한 뉴스는 3만1728건에 달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도 1만5000건을 넘었다. MZ세대는 ‘대박 기획상품’인 셈이다.
2024년 현재 시점에서 흥미로운 것은 MZ세대에 대한 안과 밖의 상반된 시선이다. 먼저 밖의 시선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MZ를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대상으로 보는 기업과 정당의 시각이다. 기업은 MZ를 마케팅 대상으로, 정당은 동원 대상으로 여긴다. MZ의 지갑을 열고 표를 얻기 위해 기업과 정당은 MZ세대론을 적극 활용해 왔다. 기업과 정당에 MZ세대는 투자 가치가 높은 고객이다.
예능 프로그램 ‘SNL코리아’의 ‘MZ 오피스’(위)와 ‘개그콘서트 시즌2’의 ‘어쩔꼰대’ 코너는 새로운 청년문화의 소유자라는 시각으로 MZ세대를 다룬다. [쿠팡플레이 유튜브 채널 캡쳐, 개그콘서트 유튜브 채널 캡쳐]
이러한 밖의 시선에 대해 안의 시선은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다. 안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유용한 창의 하나는 MZ세대 내부자의 목소리라 할 수 있는 대학신문의 MZ 관련 기획들이다. 그 가운데 특히 시선을 끈 것은 서강대 서강학보(2023년 3월 27일자)의 MZ 기획인 ‘MZ는 ‘MZ’하지 않습니다’다.
이 기획의 핵심 메시지는 미디어에서 유포하는 ‘MZ다움’이란 한낱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획은 직장에서 멋대로, 버릇없게 일하는 신입사원은 기실 존재하지 않고, 일부 2030세대의 모습을 전체 MZ세대의 특징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런 부정적 일반화보다는 자기주장을 자유롭게 펼치고 창의적 발상을 내놓은 게 MZ다움의 실체에 더 가까운 모습이라고 이 기획은 전한다.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기준을 묶어 1981~2012년생으로 MZ세대를 파악하는 경우 그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이 또 다른 안의 시선이다. 1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에 이르는 이들의 경험과 생각을 하나의 세대 개념으로 규정하는 것은 그 안에 존재하는 작지 않은 차이들을 무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MZ세대 자신들에게서도 관찰된다. 2022년 2월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M세대(1980~1994년생)와 Z세대(1995~2004년생)를 하나의 MZ세대로 지칭하는 것에 대해 M세대의 47%, Z세대의 61%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MZ세대 안에서 세대의 자기 인식은 나이에 따라 이렇게나 엇갈린다.
미이즘과 공정 감각, MZ의 두 특징
이쯤에서 MZ세대라는 말이 과연 유용한 개념인지 의문을 가질 만하다. 다음의 세 가지 차원에서다. 첫째, MZ는 그 범위를 고려할 때 모호한 개념이다. 둘째, MZ다움이란 존재하지 않는 허상에 가깝다. 셋째, MZ세대론과 같은 세대 담론은 세대 안에 존재하는 개인적 가치, 계급, 젠더 등의 다양한 차이를 간과할 수 있다.
최근 Z세대 중심으로 청년세대 이슈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증가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MZ세대 담론과 Z세대 담론이 서로 경쟁하면서 도서 시장과 소셜미디어를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MZ세대를 하나의 범주로 볼 것인가, 아니면 M세대와 Z세대로 나눠볼 것인가.
이 질문에 나는 MZ를 하나의 세대로 파악하는 접근이 여전히 의미 있다고 보고 싶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MZ세대 대 꼰대세대’, ‘MZ다움 대 꼰대스러움’의 대비는 이러한 차이를 잘 드러내는 개념쌍이다. 청년세대를 상업적으로 호명하기 위해 자본과 미디어가 MZ를 앞세운 것이 문제이지 청년문화로서의 MZ세대 문화는 주목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둘째, 세대 사회학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경우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세 세대가 있다. ‘산업화 세대’로 지칭되는 6070세대와 ‘민주화 세대’로 불리는 4050세대와 ‘정보화 세대’로 호명할 수 있는 2030세대가 그들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2030세대의 또 다른 이름이 MZ세대다.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와의 사회·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MZ세대 문화는 독자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MZ세대의 개념 적실성 논쟁은 ‘나무냐, 숲이냐’ 또는 ‘현미경이냐, 망원경이냐’ 식의 문제의식과 유사하다.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개별 나무의 특성과 현미경의 미세함도 중요하고, 전체 숲의 모습과 망원경의 포괄성도 중요하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려는 것은 숲과 망원경의 관점에서 본 MZ세대 문화의 전체적 모습이다.
이러한 MZ문화의 중핵을 이루는 것이 앞서 말한 미이즘이다. 미이즘이란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나의’ 세계관이다. 나 없이는 세계가 부재한다는, 사회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혼밥, 혼술, 혼영 등은 외롭더라도 자유를 안겨준다. 이점에서 MZ세대는 우리 현대사에서 관찰되는 ‘첫 번째 개인주의 세대’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공정’이 MZ세대의 핵심 가치라는 사실 또한 주목할 만하다. 밀레니얼세대에게 공정한 규칙의 존중은 훼손돼선 안 될 정당한 능력주의의 거점이다. 이러한 신념은 Z세대가 한층 강하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결성 논란, 2019년 ‘조국 장관 사태’ 논란, 2020년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원의 정규직 전환 논란, 2021년 SK의 성과급 지급 논란 등은 MZ세대의 공정 감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경영학자 신재용은 MZ세대의 공정한 보상에 대한 요구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MZ세대는 학업부터 취업까지 혹독한 경쟁을 치러온 세대이기 때문에 불투명한 평가와 불공정한 보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신재용은 한국일보와 인터뷰(2024년 4월 9일자)하면서 MZ가 이미 기업 직원의 50%, 일부 대기업의 75%를 차지했기 때문에 기업이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MZ문화가 촉발한 사회 변화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MZ세대를 옹호하며
아침 일찍 일어나 명상 등 자기계발로 하루를 시작하는 ‘미라클 모닝’은 MZ세대가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중 하나다. [Gettyimage]
통계청 공식 블로그는 이런 갓생 살기의 대표적 라이프스타일로 ‘미라클 모닝’과 ‘무지출 챌린지’를 들고 있다. 미라클 모닝은 아침 일찍 일어나 명상, 독서, 공부 등 자기계발 시간을 가지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한편 무지출 챌린지는 일정 기간 동안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과도한 지출을 의미하는 ‘플랙스(flex)’나 인생을 후회 없이 즐기자는 의미의 ‘욜로(Yolo)’ 이후 나타난 유행이다.
MZ세대와 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애주기의 관점에서 그들의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밀레니얼세대는 어린 시절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다. Z세대는 어린 시절부터 저성장과 양극화의 뉴노멀 시대를 살아왔다. 정보사회의 만개와 풍요를 누리는 동시에 양극화 및 불완전 고용의 위기와 마주하는 세대가 MZ세대다.
오늘날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MZ세대의 대응은 다양하다. 어떤 MZ는 한 끼 밥이나 명품 구매에 월급을 몰아넣고, 어떤 MZ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고, 어떤 MZ는 암호화폐 투자와 이른바 ‘영끌’ 투자에 몰두하고, 어떤 MZ는 앞서 말한 ‘미라클 모닝’과 ‘무지출 챌린지’를 직접 행동으로 옮긴다.
같은 세대라고 해서 모두 같은 상황에 놓여 있지는 않다. 기성세대가 모두 꼰대 세대가 아니듯, MZ세대도 모두 ‘무개념 세대’가 아니다. 어떤 세대론이든 사회 배경이 다른 많은 이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는다는 점에서 과도한 일반화의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반화를 용인할 수 있는 것은 세대 간 차이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대 간 차이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문제의 핵심은 그 차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있다. 앞서 말했듯 MZ세대는 ‘미이즘 세대’다. 바람직한 사회는 MZ다움의 ‘미이즘’과 꼰대스러움의 ‘위(We)이즘’이 공존하는 사회다. 오늘날 21세기에는 나도 중요하고, 우리도 중요하다.
정보사회의 진전으로 앞으로 세대 간 단절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게다가 MZ세대는 이미 우리 사회 중심 세대로 진입하고 있다. 세대 간 소통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문화 뉴노멀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MZ문화에 대한 올바르고 균형 잡힌 접근이 중요한 시점이다.
성지연
● 에세이스트. 전 연세대 국문학과 강사
●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동 대학원 국문학 박사
● 여성동아에 ‘성지연의 다시 만난 그녀들’ 연재
● 저서: ‘어른의 인생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