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호

서울에 핵전쟁 대비한 ‘미래형 지하 도시’ 건설하자

[제언] 핵전쟁 시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은 ‘기본값’인가

  •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

    입력2024-10-1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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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선 앞두고 北 7차 핵실험 가능성

    • 북한 핵 사용 시 생존 못한다지만 시민 목숨은…

    • 가양대교~광진교 27km 다목적 방공호 ‘지하 도시’ 건설

    • 평소엔 상가·스포츠시설…교통문제 해결하고 전시 대피 공간

    • 총공사비 12조, 상가 수입 등 19조, 순편익 448조 원

    북한은 4월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로 600mm 초대형 방사포병 부대들을 국가 핵무기 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 체계 안에서 운용하는 훈련을 처음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다음날 보도했다. [뉴시스]

    북한은 4월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로 600mm 초대형 방사포병 부대들을 국가 핵무기 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 체계 안에서 운용하는 훈련을 처음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다음날 보도했다. [뉴시스]

    11월 미국 대선을 전후해 북한이 7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연일 신문지상에 등장한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이후 꾸준히 핵실험을 진행하며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북한의 지속적인 핵 위협에 대처하려면 자체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9월 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미국 국무부 청사에서 개최된 제5차 한미 외교·국방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고위급 회의를 마친 뒤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 대선을 전후로 중대한 도발을 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양국의 평가”라며 “북핵에 대응하는 가장 최적의 방안은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김 차관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핵으로 대응하자는 게 한미 정부의 입장’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분명한 것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경우 즉각적·압도적·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고, 북한이 핵을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는 게 양국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 공격이 있을 때는 미국의 핵 자산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활용해서 북핵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차관도 “미국 또는 동맹국 및 파트너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북한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미 당국의 북핵 대응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잘 알겠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한 국민의 희생에 대해선 명확한 답이 없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북한이나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이 어떤 이유로 우리나라에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수많은 시민의 희생은 명약관화하다. 이후 북한을 초토화하거나 핵무기 사용국을 대상으로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수많은 우리나라 국민의 희생은 되돌릴 수 없지 않은가. 이 문제에 대해선 누구도 말하길 꺼린다. 그렇다면 핵전쟁 시 수십 수백만 명의 무고한 시민의 희생은 ‘기본값’인가.

    드골 “뉴욕이 핵 공격 받으면서까지 지켜줄 건가”

    핵전쟁 시대의 진정한 억지력은 상호확증파괴(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 즉 핵 선제공격 시 핵무기에 의한 보복 공격으로 확실하게 적에 ‘견디기 힘든’ 손해를 미칠 수 있는 능력밖에 없기 때문에 핵보유국들끼리는 전쟁을 자제한다. 그런데 우리처럼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동맹에 의존해 힘의 균형을 지킨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1962년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이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을 때 한 말을 떠올려 보라.

    “소련이 파리를 공격할 때 뉴욕이 핵 공격을 받으면서까지 지켜주겠는가.”

    소련이 프랑스 파리를 핵무기로 공격할 때 미국은 뉴욕이 초토화되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파리를 위협하는 소련을 향해 핵 공격을 할 수 있느냐는 반문이었다. 앞서 드골 대통령은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에 나섰고 결국 프랑스는 1960년 2월 당시 프랑스 영토였던 알제리에서 프랑스 역사상 최초의 핵실험에 성공했다. 이듬해 핵무기 개발을 반대한 미국 케네디 대통령에게 한 이 말에 한국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같은 질문을 하고 싶어진다. 마음대로라면 프랑스처럼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해외 무역의존도가 85% 이상이고, 모든 산업이 세계의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프랑스처럼 비밀리에, 아니면 북한처럼 우리 마음대로 핵무기를 개발할 수도 없다.

    특히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 심장부에서 불과 700㎞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러시아 영토와도 가까워 이웃 나라의 반발은 핵무기 개발을 더욱 어렵게 한다. 현재의 핵확산금지조약(NPT·Non Proliferation Treaty) 체제 역시 기득권 수호 차원에서 핵 비보유국이 핵을 개발하거나, 보유국으로부터 핵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 프랑스처럼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면, 주변 강대국들의 반발이 거세고 우방 미국마저 반대한다면, 현실적 대안은 재래식 무기를 보복 수단으로 가지고 기습 공격을 받더라도 큰 피해 없이 살아남아 미국의 핵 자산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는 방법밖에 없다.

    핵을 보유하지 못하더라도 핵 공격 피해를 극소화하고, 상대방의 급소를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할 수 있다면 그 결과는 상호확증파괴에 기반을 둔 평화보다 더 굳건해질 수도 있다. 핀란드와 캐나다도 같은 생각이다.

    1939년 11월 30일 소련의 침공으로 ‘겨울전쟁’을 겪은 핀란드는 핵 공격에 대비해 수도 헬싱키 인구 65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하 도시’를 건설했다. 이 지하 도시는 평소에는 수영장 등 스포츠시설로 쓰인다. 겨울이 길고 추운 캐나다 몬트리올과 토론토도 핵전쟁 가능성이 고조됐을 때 ‘RESO’와 ‘PATH’라는 지하 도시를 건설했다. RESO는 몬트리올 중심가 지하에 총연장 32km의 지하도로와 12㎢의 광장을 만들어 1600여 개의 상가를 입주시키고, 주요 건물과 대학 및 공연장을 10개의 지하철역과 연결해 매일 50만 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토론토의 PATH 역시 70여 개의 중심가 건물을 연결하는 30km의 지하도로와 1200여 개의 상가를 만들어 일평균 2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미래형 지하 도시’ 프로젝트

    기술혁신과 국력의 신장으로 10t 이상의 탄두를 마하(Mach) 10 이상의 속도로 투발해 지하 100m의 벙커(bunker)를 파괴할 수 있게 됐다고는 하지만 우선 기습 공격에서 살아남아야만 보복이 가능하므로 이를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평상시에는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지하 공간을 만들어서 활용하다가 유사시에는 방공호로 쓸 수 있는 ‘미래형 지하 도시’ 프로젝트는 핵무기 개발 이상의 정책적 의미도 있다. 핵을 보유하지 못한 나라들은 항상 핵 공격의 공포에 시달린다. 이에 일부 세력은 위장된 평화 공세로 국론을 분열시키려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시민은 적의 가장 중요한 표적이자 인질이다. 일반적으로는 전쟁 시 우선 공격 목표는 레이더·미사일 기지, 공항, 항만, 발전소 및 통신시설 등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우리의 전의(戰意)를 떨어뜨리려고, 혹은 우리의 대응을 약화시키기 위해 핵무기로 대한민국 국민을 몰살하겠다고 협박할 수 있다. 이때 미리 대비돼 있지 않다면 우리의 대응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림 1> ‘미래형 지하 도시(UCOT)’ 개발 계획

    <그림 1> ‘미래형 지하 도시(UCOT)’ 개발 계획

    ‌따라서 한국이 중국의 지원을 받는 북한으로부터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협박을 극복하려면, 혹은 다른 어떤 나라로부터 기습 공격 시 피해를 극소화하고 보복 공격을 하려면, 이처럼 ‘미래형 지하 도시’ 건설은 전쟁억지력의 필수 선결 조건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서울의 강변도로를 지하화해 다목적 방공호로 만드는 ‘미래형 지하 도시’(UCOT·Underground City of Tomorrow)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인구 5177만5000명 중 서울 등 수도권 인구는 2622만6000명(2023년 11월 1일 기준)으로, 총인구의 절반이 넘는 50.7%가 수도권에 산다. 인구가 몰리다 보니 교통체증 비용만 연간 13조 원이다. 이처럼 폭증하는 서울 인구를 동·서로 원활히 이동시키기 위해 추가 확장해야 하는 강변도로(강변북로, 올림픽대로)를 우선 지하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서울의 강변북로 서쪽 가양대교에서부터 동쪽 광진교까지 27km를 연결하는 방안이다. 기존 도로를 사용하면서 지하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튜브형’ 강변도로를 고수부지에 건설해 다층화하면 된다. 지하 2층은 도로와 주차장, 지하 1층은 평상시에는 상가로 쓰다가 유사시 방공호로 쓸 수 있다. 공사비는 대형 쇼핑센터(mall) 양쪽 상가를 분양해 조달할 수 있다. 핀란드와 캐나다는 이미 ‘몰(mall)’을 만들어 핵 대피 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핵 공격을 받으면 적어도 2~3주일 정도는 대피해야 한다. 따라서 총 구간 27km를 5km씩 나누어서 방사선의 피폭을 막는 출입구를 설치해야 한다. 4차선 도로와 주차장을 수용하려면 폭은 38m, 높이는 총 18m(도로 7m, 광장 10m)의 튜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천장을 LED 화면으로 만들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돔형 영상관이자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스피어(Sphere)처럼 유니크한 공간이 될 것이다. 광장은 2층(각 5m)으로 만들어 양쪽에 상가를 분양한다. 지하 광장과 도로를 기존 강변도로와 높이가 같게 건설해 조망권을 훼손하지 않도록 고수부지를 원상 복구하면 지금보다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고수부지가 넓은 구간에는 연간 120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미국 플로리다의 월트 디즈니 월드 리조트(디즈니랜드)의 테마파크 ‘엡콧(Epcot)’ 같은 시설을 설치하면 시민을 핵 공갈과 교통체증에서 해방시키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따라 총 443만㎡(134만 평)의 고수부지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디즈니랜드의 앱콧보다 더 큰 규모로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시설들을 기업체가 위탁 경영하면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추가 유치할 수 있다.

    <그림 2> ‘미래형 지하도시(UCOT)’ 단면도

    <그림 2> ‘미래형 지하도시(UCOT)’ 단면도

    ‌공사비도 자체 해결할 수 있다. 우선 1단계로 강변북로 ‘미래형 지하 도시’ 건설은 총 공사비가 12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때 재원은 상가 분양수입 13조 원과 준설토 매각 수입 6조 원 등 19조 원으로 마련할 수 있다. 안보, 교통, 관광 부문 편익까지 포함하면 448조 원의 순편익이 발생한다. 대규모 토목공사로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 수백만 개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성공시킨 뒤 같은 방법으로 올림픽대로도 ‘미래형 지하 도시’ 건설을 추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남한강변을 따라 연장하면 제3의 경부고속도로가 된다. 북한강변을 따라 연장하면 제2경춘고속도로, 지하 강변도로의 남북을 연결하면 제2 순환선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 준비하자

    한반도는 미국 등의 해양 세력과 중국과 러시아의 대륙 세력이 충돌하는 접점에 있다. 이사를 갈 수도 없다. 지금은 우방이자 혈맹이지만, 만약 미국이 자국의 문제로 고립주의로 기울고 미국 국익만 추구하면, 한국은 미·중 대결의 최전방에서 엄청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은 두 세력 간 ‘충돌의 안전핀(safty valve)’ 구실만 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한국은 핵 공격 피해를 극소화하고, 최후의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보복 수단을 갖춰야만 전쟁을 막을 수 있다. 한때 우리는 중국을 잘 달래거나, 북한에 뇌물을 바치면 평화가 얻어진다고 착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나. 이제는 더는 그럴 여지도 없다. 미·중 대결 구도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정학적·국제정치적 열악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그리고 유사시 우리 국민을 보호하면서 원활한 교통과 관광객까지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난 3000년 동안 중국 화북 지방이 북쪽 유목민족과 남쪽 농경민족 사이에서 끊임없이 헤게모니 쟁탈전을 통해 중국의 중심이 된 것처럼 우리나라도 열악한 지정학적 위치를 잘 극복하고 국민을 잘 보호한다면 동북아의 중심국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 준비하자.

    주명건
    ‌● 1947년 서울 출생
    ● 미국 시러큐스대 석사(경제학), 매사추세츠대 박사(경영경제학)
    ●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세종대 이사장, 세종연구원 이사장
    ● 現 세종대 명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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