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호

국회의원조차 “인버스 투자하라” 말하는 나라, 주가 오를 리 만무

[노정태의 뷰파인더] 경제는 심리, 워런 버핏조차 인버스 투자 말렸건만…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jeongtaeroh@ries.or.kr

    입력2024-10-06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인버스 투자하라”는 말, 공인으로서 매우 부적절

    • “곱버스도 국장”이라는 말이 갖는 양면성

    • ‘성장’에 배팅하지 않아 발생한 ‘튤립 버블’

    • 인버스 투자는 한국 기업에 도움 안 돼

    • 주가 상승 기대감 높아야 경제 성장

    9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토론회):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에서 김영환, 김성환, 이강일 의원(왼쪽부터)이 회의에 임하고 있다. [뉴스1]

    9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토론회):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에서 김영환, 김성환, 이강일 의원(왼쪽부터)이 회의에 임하고 있다. [뉴스1]

    “그렇게 우하향 한다는 신념을 갖고 계시면, 인버스(주가 하락에 배팅하는 상품) 투자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선물 잡으시면 되지 않습니까.”

    9월 24일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추진을 둘러싸고 여야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민주당에서 전현직 의원을 중심으로 금융투자소득세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재명 대표 체제 하의 민주당은 금투세를 당론으로 추진해 왔다. 민주당이 여론의 반대에도 금투세를 추진하는 것에는 이 대표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재명세’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마저 붙을 지경. 김 의원의 발언은 그 기조에 발을 맞춘 것이다.

    흔히 정치인에게는 여론에서 ‘반걸음’ 앞서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김 의원의 발언은 정반대였다. 여론을 거슬러 전력 질주한 것과 다름없다. “을사오적도 조선에 인버스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대중적 비아냥을 비롯해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고, 그 나비효과는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서 문득 의문이 든다. 주식시장, 더 나아가 시장 경제 전체가 그렇다. 숫자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김 의원의 말이 틀렸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닐까. 금투세를 도입했을 때 주가가 떨어진다고 확신한다면 주가 폭락에 돈을 걸어서 이익을 보면 되는 것 아닐까. 그 또한 결국 우리 주식시장에 투자된 돈이고, 많은 경우 우리 국민이 투자한 돈일 테니 결국 국부가 늘어나거나, 적어도 줄어들지는 않겠느냐는 말이다.

    이렇듯 누군가는 저 발언을 ‘기분 나쁘지만 맞긴 맞는 말’로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민주당 의원의 “인버스 투자하라” 발언은 공적 신분을 가진 사람의 발언으로서 몹시 부적절할 뿐 아니라 평범한 시민의 발언으로서도 온전한 기반 위에 서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자본주의와 주식시장은 그런 게 아니기 때문이다.

    9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제작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촉구 집회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뉴스1]

    9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제작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촉구 집회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뉴스1]

    곱버스도 국장? 틀린 말 아니지만…

    김 의원의 발언은 최근 유행하는 어떤 인터넷 밈을 연상시킨다. 시사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구독자 약 339만 명)의 서브 채널인 ‘슈카월드 코믹스’(구독자 약 101만 명)에 출연하는 유튜버 ‘니니’가 한 말과 놀라우리만치 닮아 있는 것이다. 7월 22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인버스 투자에 대해 설명하던 니니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어떻게 보면 죄송한 말이지만, 일단 우리가 살아야, 먼저 살아야 주식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주식시장은 어떤 선함, 착함, 애국심보다는 서바이벌, 생존이 더 먼저고, 일단 ‘곱버스’도 사실 ‘국장’입니다.”

    곱버스란 김영환 의원이 말한 인버스 투자에 두 배(곱)의 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우리 주식시장의 지수가 떨어지면 인버스에 비해 두 배의 이익을 얻게 된다. 하지만 지수가 떨어지지 않거나 상승하면 더 큰 손해를 입는다. 그야말로 주가 하락에 더 크게 배팅하는 것이다.

    이 발언 혹은 맥락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밝혀두자면 ‘슈카월드’와 ‘슈카월드 코믹스’는 시사 문제를 다루는 ‘개그 방송’을 표방한다. 니니는 경제와 주식에 대해 잘 모르지만 배워나가고 있는 초보자 역할이다. 그러니 상식과 어긋나는 발언을 대범하게 할 수 있었고, 다른 출연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자 이런 부연 설명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이거 한국 코스피에 등록돼 있는 종목이에요. 엄연히.”

    물론 말은 맞는 말이다. 적어도 지시의미(denotation)만을 놓고 보자면 그렇다. 인버스, 곱버스가 코스피에 등록된 종목인 한, 그것에 대한 투자는 한국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일이다. ‘국장’을 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함축의미(connotation)를 놓고 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인버스나 곱버스 종목 매수도 국내 주식시장에 등록된 종목을 거래하는 행위지만 투자자가 “나는 대한민국에 투자한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주식시장이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 자체를 오해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튤립 버블’ 붕괴 이유

    1602년 네덜란드. 용감한 뱃사람‧탐험가들이 회사를 차렸다. 이름하여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인도, 인도네시아, 동남아시아를 오가며 무역하던 상인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기업을 만들기로 한 역사적 일이다.

    문제는 투자금을 모은 후 각자의 투자 지분에 따라 분할해야 하는데, 그 기록을 어떻게 작성하고 보관하느냐였다. 모두의 신뢰를 받는 장부지기가 그 기록을 담당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네덜란드 사람들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종이에 권리 증서를 발행하고 투자금에 따라 그것을 배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주식회사 탄생이다.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사업을 하는 방식은 주식회사만이 아니다. 합자회사, 유한회사 등 여러 방법이 있다. 하지만 주식회사는 회사에 투자한 금액에 따른 소유권을 유가증권의 형태로 만들었다. 이는 다른 회사들과 근본적 차이를 낳았다. 이전에 비해 훨씬 민첩한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자본이 더 필요할 때 일일이 투자자를 찾아다니며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 증권을 발행하고 그것을 판매하면 그만이었다. 이런 편의성은 투자자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투자액을 늘리고 싶다면 회사로부터 직접 주식을 더 사거나, 주식을 팔고자 하는 사람을 찾아 그 주식을 매입하면 되니 말이다. 반대로 투자를 중단하고 싶다면 누군가에게 내 주식을 팔면 된다. 머잖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주식을 매매하기 위한 별도의 시장이 설립됐다. 역사상 최초의 주식회사가 역사상 최초의 주식시장을 낳았다.

    주식이란 회사에 투자한 돈에 따라 나오는 소유권을 증서화한 것이다. 주식을 사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란 회사가 번 돈을 배당받는 것으로부터 나올 터였다. 그런데 주식시장이 설립되고 활기차게 주식을 매매하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은 예상치 못했던 점을 깨닫게 됐다. 배당금보다 A 시점에 주식을 사서 B 시점에 팔았을 때 얻게 될 차액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것.

    주식회사가 수익을 내서 나오는 배당금, 혹은 회사 그 자체의 성장에 대한 기대를 품고 주식을 사는 것을 ‘투자 1’이라고 해보자. 반면 투자 1의 성패와는 무관하게 주식 거래에서 발생할 차액을 기대하며 주식을 사는 것을 ‘투자 2’라고 해보자. 네덜란들인은 투자 1의 편의를 위해 최초의 주식회사와 주식시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투자 1만큼이나 투자 2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쏠쏠하다는 점을 곧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굳이 회사의 주식을 사고팔아야 할 이유가 없고, 가령 ‘튤립의 구근’을 매매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하기에 이른다.

    1602년 최초의 주식회사가 등장하고 1609년 주식시장이 출범한 지 고작 30여 년이 지났을 무렵 인류는 최초의 버블과 붕괴를 경험한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주식 대신, 누구나 자기 앞마당에서 재배할 수 있고 종종 희귀한 무늬가 나타나 가격이 치솟는 튤립 구근이 새로운 투자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튤립 그 자체의 가치가 얼마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희귀한 튤립 구근은 숙련된 장인의 연간 소득보다 10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거래됐다. 그런데 ‘튤립 구근은 튤립 구근일 뿐 그 정도 값에 사고 팔 수는 없다’는 인식이 불현듯 시장에 퍼져 순식간에 가격이 폭락했다. 네덜란드 튤립 버블은 1637년 2월을 정점으로 터져버리고 말았다.

    인버스 투자자 많아질수록 주식시장 무너져

    우리의 현실을 이야기하던 가운데 갑자기 17세기 네덜란드의 사례를 짚어본 이유가 있다. 주식시장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물론 오늘날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 가운데 다수, 아니 거의 대부분은 ‘기업의 소유권’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있지 않다. 다만 주가 변동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노리고 있을 따름이다. 요컨대 위에서 썼던 구분법을 빌자면 ‘투자 1’보다 ‘투자 2’에 방점이 찍혀 있다.

    투자 2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투자 2가 있기에 주식시장은 적당한 열기를 유지한다. 그 덕에 투자 1도 원활하게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탄생했고 지금도 존재하는 이유는 투자 1을 위함이다. 투자 2는 투자 1이 없다면 존속할 수 없다. 짧은 시간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그 자체만으로는 그저 관상용 꽃에 지나지 않는 튤립 구근 매매를 떠올려 보면 분명하다. 투자 2가 활활 불타올랐지만 그 돈은 본질적으로 투자 1로 향할 수 없었다. 혹은 투자 1로 향했다 한들 그만한 ‘돈 값’을 하기 어려웠다. 결국 튤립 버블은 허망하게 꺼졌고, 네덜란드는 투자자와 채권자, 채무자 사이의 수많은 분쟁으로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이제 우리는 “곱버스도 국장이다”라는 말이 지니는 함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인버스, 곱버스, 공매도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가격이 하락하면 돈을 버는’ 종목들을 떠올려 보자. 기업은 공매도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한층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즉 이러한 종목들은 시장 참여자와 기업을 어느 정도는 건강하게 해준다.

    그 긍정적 역할은 어디까지나 투자 2가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게끔 경각심을 제공하는 차원에 머문다. 주식시장 하락에 돈을 거는 옵션들은 주식시장의 근본적 목적, 기업의 자본 확충을 용이하게 하는 투자 1에 간접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그러나 직접적으로는 상관이 없다.

    그러므로 “곱버스도 국장이다”라는 말은 옳지만 틀린 말이다. 코스피에 등록된 종목을 매수했으니 국장을 하고 있다는 부분은 맞지만, 국장에서 곱버스로 돈 버는 사람이 아무리 많이 나온다 한들 그들이 국내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지 않는다면 그 돈은 국내 기업의 자본이 되지는 않는다. 국장을 하고 있되 국장을 하는 게 아닌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 역설이 임계 수위를 넘으면 국내 기업은 자금 조달에 점점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금 조달이 안 되면 기업의 성장은 멈추고 쪼그라든다. 기업의 전망이 어두워지면 전반적 지수가 하락한다. 지수가 하락하면 인버스, 곱버스 투자자들이 돈을 번다. 그렇게 번 돈은 결국 국내 주식이 아닌 해외 주식이나 다른 투자처로 향한다. 국내 주식시장은 튤립이 아닌 엄연한 기업의 주식을 사고파는 곳임에도 튤립 버블과 동일한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9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400만 개인투자자 살리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촉구 건의서 전달식’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9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400만 개인투자자 살리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촉구 건의서 전달식’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경제는 곧 심리

    자본주의란 ‘돈 놓고 돈 먹기’가 아니다. 흔한 통념이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자본주의의 본질은 개인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되, 그것이 지속적 경제 성장의 토대가 돼 사회 전체의 복리를 증진하도록 하는 데 있다.

    주식회사와 주식시장도 그런 시스템 가운데 하나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주식을 사는 이들이 있어야 기업이 투자를 받고 경제가 성장한다. ‘주식을 사면 애국 투자, 인버스를 하면 매국 투자’ 식으로 단순화해 이야기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주식이 얼마나 떨어지건 기업이 망하건 말건 나는 ‘먹고 튀면’ 그만이라는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게 볼 수 없다.

    시청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전달하는 유튜버라면 모를까, 현재 가장 첨예한 경제 금융 이슈를 다루는 국회의원의 입에서 “주가가 떨어질 것 같으면 인버스에 투자하라” 같은 말이 나온 것은 몹시 충격적이다.

    경제는 심리다. 경제가 성장하리라는 집단적 기대가 없다면 실제로 경제는 성장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롱 포지션’을 갖는다면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반대로 모든 이가 ‘숏 포지션’을 갖는다면 그 시장은 필연적으로 붕괴한다.

    곱버스에 투자하는 개인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지만 정치인, 더군다나 공인이라면 ‘인버스 투자 권유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천문학적 재산을 지니고 있지만 분명 공직자는 아닌 미국의 투자자 워렌 버핏조차 자신의 영향력을 고려해 “미국이 지는 쪽에 돈을 걸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한국의 주가가 통 오르지 않는 건 이런 최소한의 상식조차 통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노정태
    ‌● 1983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 저서 : ‘불량 정치’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 역서 : ‘칩 워’ ‘인간의 본질’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外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