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교보생명 재직 이후 유튜버 활동 이력
“교보생명서도 회장이 좋아하던 말만 쏟아냈다”
崔 “문재인,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천”
2021년 기점 친문에서 친명으로…
외조카 ‘나꼼수’ 김용민도 “사퇴하라”
7인회 김영진 “최동석 추천한 사람도 문제”
조폭 폭행 사건 연루 인물, 출근 직전 사직
잇따른 인사 문제에 김현지·김용채로 ‘눈길’
“인사 검증 항목 공개” 지적에 대통령실은 “거부”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지난해 5월 자신의 저서를 발간한 출판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이 말이 무색하게도 최 처장은 이재명 정부의 인사 논란 중심에 섰다. 7월 20일 대통령실이 최 처장 임명을 발표하자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 처장의 과거 발언 때문이다. 그는 유튜버(채널명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로 활동하며 보수정당 인사는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 여권 인사들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과거 언행이 논란이 되자 최 처장은 7월 2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 계정을 전부 삭제했다. 과거 기록은 삭제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 처장이 인사혁신처장을 맡을 만한 전문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우선 그가 인사 전문가로 현업에서 활동한 지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이다. 최 처장은 1981년 한국은행에 입행하고, 독일 기센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이후 1998~2001년 한국은행에서 인사 업무를 맡았다. 이후 삼일GHRS 대표이사(삼일회계법인 자회사)를 거쳐 2003년 교보생명 인사조직담당 부사장직을 맡아 2년간 근무하고 직을 내려놓았다. 2005년 이후 20여 년간 상근하며 인사 업무를 맡은 이력은 보이지 않는다.
2008년경 자신의 이름을 딴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도 열어 다양한 인사 컨설팅 활동을 벌였다고 알려졌다. 2020년경에는 동명의 유튜브 채널도 열었다. 그러나 강연 등 단발성 활동 외에 주요 기업이나 공공기관 인사에 직접 참여한 실적은 없다. 게다가 교보생명에서 일하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전언도 나오고 있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7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동아DB
노조 “비전문인이 좌지우지” vs 崔 “인사시스템 만든 적 없어”
문주용 더칼럼니스트 대표는 7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처장이 교보생명에서 일하며 받았던 평가에 관한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문 대표는 “최 처장은 오직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만 쳐다보고 그가 좋아하는 말만 쏟아냈고 나머지는 사람 취급도 안 했다”며 “교보생명 출신 지인이 ‘교보가 망가진 것은 그때부터였다’고 털어놓았다”고 적었다. 또 “최 처장이 쏟아냈던 유튜브의 온갖 비난과 저주 같은 언행, 교보(생명)의 사례는 인성이 안 된 인사 담당자가 조직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이라고 덧붙였다. 최 처장이 당시 교보생명에 입사한 것은 신 회장이 미국의 인사 전문가 에드 마이클스의 책을 최 처장이 번역한 ‘인재전쟁’을 보고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최 처장은 이후 교보생명 노동조합과도 갈등을 빚었다. 2005년 3월 교보생명은 당시 노조 간부 일부가 개인 비리를 저질렀다며 해고하고 해당 인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노조가 반발하면서 노사갈등이 불거졌다. 회사와 노조 간부의 갈등이지만, 불똥은 최 처장에게 튀었다. 당시 노조 측은 “신 회장의 신임을 받는 최모 인사담당최고책임자(최 처장을 지칭)가 비전문인이면서 인사를 좌지우지하며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며 “그가 2003년 만들어 회사에 도입한 ‘상시 전직(轉職)지원제도’에 노조가 반발하자 사측이 노조 무력화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시 전직지원제도는 매년 직원 성과를 평가해 하위 10% 직원에게는 전직의 기회를 주는 제도다. 해당 직원은 6개월간 회사 업무와 함께 사내 이직 교육을 받는다. 교육을 마쳐도 이직에 실패하면 회사는 다시 1년여에 걸쳐 보험 업무에 관한 재교육을 실시한다. 회사는 이 중 우수 인력을 선별해 복직 기회를 준다.
당시 노조 측은 이 제도에 관해 “하위 10%로 지정돼 교육을 받는 직원은 교육과 업무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대부분 사직서를 내고 만다”며 “빈자리는 신규 채용 대신 외부 경력자를 영입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신동아’는 8월 14일 인사혁신처를 통해 최 처장에게 “상시 전직지원제도를 설계한 것이 사실이냐”고 질의했다. 최 처장은 “하위 10% 성과자 전직을 강요하는 시스템을 설계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런 시스템은 만든 적 없다”고 대변인실을 통해 밝혔다.
최 처장은 해당 시스템을 설계한 적 없다고 해명했으나, 상시 전직지원제도는 최 처장의 인사 원칙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 그는 유튜브나 강연 등에서 줄곧 시장원리에 입각한 인력 평가와 외부 인재 수혈을 강조해 왔다. 2014년 저서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에도 다음과 같이 최 처장의 인사 원칙이 적혀 있다.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에게 변화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①각자가 자기 자신의 고유한 일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②인력 평가 시스템에 시장원리(수요자 중심)를 도입해야 한다. ③내부 승진을 줄이고 똑똑한 인물을 공개적으로 뽑아야 한다.”
교보생명은 상시 전직지원제도를 통해 성과 하위 10%를 선별했다. 인력 평가 시스템에 수요자 중심의 시장원리를 도입한 셈이다. 노조 주장대로 하위 10%에 선발된 직원들이 대부분 사직했다면, 이 제도는 구성원이 회사를 나가는 선택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조건이었음을 방증한다. ‘신규 채용 대신 외부경력자 영입 시도’라는 노조의 주장도 최 처장의 인사론에 나오는 이야기다.
“문재인은 –70점, 이재명은 96점”
최 처장의 과거 발언도 논란을 불러왔다. 인사혁신처장으로 임명되기 한 달여 전에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문 전 대통령을 직격 비판했다. 그는 6월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오광수(이재명 정부 초대) 민정수석 낙마와 그 의미: 문재인 정부의 인사 검증 7대 기준이라는 멍청함’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최 처장은 “멍청한 기준을 들이대고 사람을 골랐더니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됐나”라며 “일꾼이 몸 튼튼하고 일 잘하면 되지, ‘과거에 뭘 했다’거나 도덕성 가지고 시비 붙는 진짜 멍청한 사람”이라며 문 전 대통령과 당시 정부 관계자를 비판했다. 이어서 “문재인이 오늘날 우리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천”이라고도 말했다.그가 처음부터 반문(反文) 기치를 내걸었던 것은 아니다. 2020년까지만 해도 최 처장은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2020년 5월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의기억연대를 비판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한 것을 두고 “친일 독재 세력이 문재인 정부를 흠집 내려는 수작의 일환”이라며 “피해자라고 해서 절대 선(善)일 수는 없다”라고 썼다. 2020년 7월 28일에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에 관해 피해자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고문인 ‘박원순 사태, 가해자가 피해자로 바뀌는 경우도 흔하다’를 진보성향 인터넷 매체에 기고하는 일도 있었다.
최 처장은 2021년을 기점으로 친문에서 친명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9월 여당 지지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그는 이 대통령의 과거 형수 욕설 사건에 대해 “형님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체계와 이재명으로 대표되는 민주적 체계가 집안에서 부딪친 것”이라며 “전후 맥락과 이재명이 처했던 상황을 알면 욕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는 옹호 발언을 했다.

최동석 인사처장이 2월 1일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공개한 APM (Achievement Prediction Model·성취예측모형지수) 역량진단지수에 따른 주요 정치인의 고위공직 적합성 점수. 유튜브 캡쳐
한 전 대표는 이 점수표를 보고 7월 28일 페이스북에 “이분(최 처장)을 이재명 정부 인사실무총책으로 두면 이 정부 인사 업무가 이 기괴한 점수표처럼 이분 촉에 따라 비과학적으로 되는 게 아닌지 국민들께서 걱정하실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사퇴시키는 것이 이 정부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썼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 처장의 과거 발언을 보면 이 대통령과 의견이 다른 모든 정치인을 깎아내리고 있다”며 “야당으로 치면 친윤석열계 인사 외 모두를 깎아내리고 있는 극우 유튜버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친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당 내 친명계 모임 ‘7인회’ 소속의 김영진 의원은 7월 31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같은 사람을 (대통령에게) 추천했던 사람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최 처장 추천이) 적절했나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처장의 외조카인 ‘나꼼수’ 출신 김용민 씨도 “사퇴하라. 그 실력으로도 직을 유지하겠다고 하니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두 사람은 지금은 의절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도 “20년 전 인사 실무를 다룬 사람이 지금의 다양한 연령별·직종별 인사 요구와 기준을 꿰뚫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인사로 논란을 빚은 것은 비단 최 처장만이 아니다. 8월 7일 김민석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총리실 비서관에 임용이 확정된 김진욱 전 민주당 당대표실 비서실장이 출근을 하루 앞두고 사직했다. 과거 그가 경기 성남 지역 폭력 조직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전 실장의 전력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실무진은 김 씨가 경기도청 등에서 공직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만큼 결격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검증 기준 공개할 수 없다”는 대통령실
현재 대통령실의 인사 실무는 김현지 총무비서관과 김용채 인사비서관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무비서관은 1995년 시민단체 성남시민모임에서 이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국회의원을 거칠 때도 비서관이나 보좌관으로 곁을 지켰다. 정치권 일각에서 그가 정권 핵심 실세로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김 총무비서관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청 비서실에서 일했다. 이후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에는 의원실 선임비서관으로 함께했다.
총리실 비서관에서 물러난 김 전 실장 역시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인물이다. 인사 실무를 전담하는 두 비서관과 김남준 대통령실 1부속실장 등과 함께 ‘경기·성남 라인’으로 꼽힌다.
문제적 인사가 계속되자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기준을 공개하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7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 배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검증 항목을 공개하라”며 “어떤 결격 사유를 배제하고, 어떤 자질을 중시하는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7월 28일 이재명 정부 인사 추천 및 검증 절차 관련 질의서를 대통령실에 발송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비공개’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8월 13일 신임 장관 후보자 임명 브리핑에서 “(인사) 검증 항목에 대해서는 저희가 별도로 말씀드리지 않는 것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검증 항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검증 항목에 따라서 또 다른 질문이 불필요하게 이야기될 뿐”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도 안 물어본 것 같은데. 혹시 기억나는 (인사) 검증 항목 있나”라고 질의한 기자에게 되물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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