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내 주식시장도 ‘정보의 바다’에 빠졌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인터넷 증권 사이트들이 저마다 ‘최대의 정보량’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어느 사이트가 어떤 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고 있을까.》
팍스넷(www.paxnet.co.kr)의 웹사이트 ‘인력채용’ 코너에 오른 글이다. 굳이 스스로 자랑하지 않아도 팍스넷은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 하나의 ‘신화’가 되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꿈꾸는 ‘벼락성공’의 모범사례다. 주식에 투자한다는 사람치고 팍스넷을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중에는 “팍스넷에 먼저 들어가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는 ‘중독성’ 팬까지 있을 정도다.
팍스넷이 이처럼 큰 폭발력을 지니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뛰어난 정보력? 시장의 흐름을 미리 내다보는 혜안? 경영자의 탁월한 경영 능력? 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팍스넷 자체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만한 시장 수요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비약적인 성장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한 시장 수요는 ‘벤처 특수(特需)’와 ‘주식투자 열풍’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직장인은 물론 전업 주부들까지 주식투자 대열에 동참한 마당이다. 무슨 무슨 회관이나 강당에서 벌어지는 투자설명회에는 발 들여놓을 틈이 없다. 가족간에, 이웃간에 모이기만 하면 벤처와 주식에 대한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문제는 정보다. 검증되지 않은 소문(루머)이라도 좀 들으면 좋을 텐데, 힘없는 개미 투자자들은 늘 뒷북을 칠 수밖에 없다. 시중에 나도는 이러저러한 루머는 사실일까? 어디 믿을 만한 정보처가 없을까?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은 또 없을까? 그들과 대화를 나눌 만한 공간은 없을까?…. 팍스넷은 바로 이 대목을 노렸다. 결과는 대성공. 이를 바탕으로 실제로 얼마만한 매출액을 올릴 수 있을지가 과제지만, 적어도 인터넷 이용자들의 눈동자(eyeballs)를 끌어모으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팍스넷 따라 배우기
지금 국내 인터넷에는 ‘팍스넷 따라 배우기’가 한창인 듯하다. 금융 및 증권투자 정보에 대한 일반의 수요-실상은 거의 ‘갈증’에 가깝다-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체 증권코너를 팍스넷 사이트와 연결해 놓았던 드림위즈(www.dreamwiz.com)는 이에 따른 반사 이익이 만만치 않자 팍스넷과 좀더 긴밀한 제휴 관계를 맺기로 했다.
각종 콘텐츠를 무료 제공하면서 광고로 수입을 올리는 일반 포털 사이트들도 증권·금융 코너에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수많은 증권 중독자들을 안정적으로 끌어모을 수 있다는 장점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에 따르면 검색 및 디렉토리 서비스인 네이버(www.naver.com)의 경우 하루 평균 800만 페이지뷰 중 23%를 차지하는 180만 페이지뷰를 증권 코너에서 올리고 있다. 이런 ‘효자’가 또 없다. 네이버는 이에 따라 지금까지 4개 증권회사에서 공급받아 온 증권 관련 콘텐츠를 10개 업체로 늘리고 ‘나만의 증권정보’ 같은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했다.
야후코리아(kr.yahoo.com)도 비슷한 상황이다. 하루 2700만에 이르는 페이지뷰 중 22%가 금융정보 코너에서 나온다. 사이트 내 메뉴 중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짧은 시간에 야후코리아의 최대 라이벌로 떠오른 라이코스코리아(www.lycos.co.kr)의 전략상품도 다름아닌 ‘라이코스 증권정보’다. 하루 1800만 페이지뷰 중 10% 정도가 이곳에서 나온다. 여느 증권사의 웹사이트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친밀도를 높인 점이 눈에 띄며, LG 교보 대신 현대 등 4대 증권사의 추천종목을 한곳에 모아 정보 이용의 편의성을 높인 점도 돋보인다. 왼편의 주가조회란을 이용하면 해당 기업의 현재 주가는 물론 그와 관련된 뉴스까지 함께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 포털 사이트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롭게 생겨나는 온라인 금융·증권사이트들의 역동성에 견주면 미지근한 수준에 불과하다. 요즘은 대체 어떤 사이트의 정보가 더 빠른지, 혹은 더 믿을 만한지를 알아내는 일이 힘겨울 지경이다.
사이트에 오른 증시 전망이나 종목 추천을 그대로 따라도 될까, 혹시 불온한 의도를 가진 작전세력이 인터넷의 압도적인 전파력을 이용해 헛소문을 양산하는 것은 아닐까, 초(秒) 단위로 게시되는 이 새로운 재테크 정보들을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끈끈한 커뮤니티’가 핵심 병기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와 동향을 살펴보고 싶다면 팍스넷과 싱크풀(www.thinkpool.co.kr), 슈어트레이더즈(www.suretraders.co.kr), 이스톰(www.estorm.co.kr) 같은 게시판을 찾아가는 게 좋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다양한 취향과 관심사, 공통점 등에 따라 게시판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네티즌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만 꼼꼼히 읽어도 요즘 어떤 주식이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주인지, 또 그들이 어떤 궁금증과 즐거움, 혹은 분노를 가졌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중에도 팍스넷은 이 게시판의 기능을 극대화해 엄청난 규모의 커뮤니티로 키운 경우다. 이곳에서 오가는 다양한 형태의 토론은, 종종 특정 기업의 사업방향이나 주가전략을 바꿔놓을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때로는 후원회로, 때로는 압력단체로 기능하는 ‘종목별 동호회’의 위력은 특히 대단하다.
팍스넷 전략기획팀의 이용재씨는 “몇몇 동호회는 회원 규모가 수천 명에 이르기 때문에 그 기업의 임원이나 재무담당 책임자(CFO)가 동호회 대표들과 만나 사업계획이나 주가관리 방안을 알려줄 정도”라고 말한다. 이들 중에는 그 기업이 좋아서 무작정 주식을 사거나 보유할 뿐, 주가가 떨어져도 팔지 않는 ‘마니아’도 적지 않다. 이는 그 기업의 미래에 대한 철석 같은 믿음 때문이지만, 주식을 팔 경우 동호회에서 탈퇴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호회 말고도 팍스넷의 토론장은 다양하다. 시황의견 토론, 대형주 토론, 중소형주 토론, 선물옵션 토론 등의 짜인 거래소 토론도 있고, 인터넷통신 코스닥, 전기전자 코스닥, 금융업종 코스닥 등으로 세분된 코스닥 토론들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최근에는 비상장 주식정보에 대한 관심과 비중이 부쩍 높아졌다.
팍스넷은 2월2일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로부터 5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성가를 더욱 높였다. 골드만삭스라는 투자사의 유명세에다, 한국에서 그 첫 번째 투자대상이 된 기업이라는 기록이 더해져 일약 인터넷 성공의 상징처럼 부각됐다.
박창기 팍스넷 사장은 “사이트 개설 11개월 만에 하루 1000만 페이지뷰를 기록했다는 성과도 득이 됐지만, 그보다는 커뮤니티의 장점을 잘 살려 방문자들의 ‘로열티(loyalty)’를 높였다는 점이 골드만삭스에 더 큰 매력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고 자평한다.
사실 인터넷에서 가장 확보하기 어려운 것이 이용자들의 ‘충성도’다. 이용자들로 하여금 한 번 방문한 뒤 두 번, 세 번 되풀이해서 찾아오게 만드는 것, 한 번 찾아오면 몇십 분, 혹은 몇 시간씩 그 사이트 안에 머물게 하는 게 관건이다. 골드만삭스는 팍스넷의 커뮤니티가 매우 ‘끈끈하다(sticky)’고 평가했다. 한번 맛들이면 계속 찾아오게 된다는 뜻이다.
싱크풀의 ‘브레인풀’
그러나 이처럼 충성스러운 접속자를 수백만 명씩 ‘거느린’ 팍스넷에도 고민거리가 적지 않다. 안정적인 수입원의 확보가 그것. 방문자가 몇백만 명이라 해도 이들은 모두 공짜 손님이다. 한마디로 ‘돈이 안 된다’는 것이다. 높은 접속률에 힘입어 다른 웹사이트들에 비해 좀더 높은 단가의 배너 광고를 유치하고 있지만, 이미 100명을 넘긴 팍스넷 식구들의 유일한 수입원으로 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직접 금융사업을 할 수도 없다. 현행법상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용재씨는 “국내 사이버 증권사들을 중개하는 사이버 ‘메타’ 증권사, 다양한 금융상품 정보 비교 및 중개 서비스 등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리고 있다”고 말한다.
금융·증권 정보에 대한 공신력을 탄탄하게 만드는 일도 팍스넷의 숙제다.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는 수많은 주의와 주장, 정보, 뉴스, 제보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박사장은 “쌍방향 토론이 가능한 인터넷의 특성 덕택에 음지에서만 떠돌던 풍문이 양지로 나오게 됐다는 점에서 토론·게시판의 효과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글이 8초에 하나씩 올라오는’ 상황에, 도대체 어느 것이 유언비어이고 어느 것이 진짜 정보인지를 판단하거나 평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싱크풀은 팍스넷의 이러한 고민을 미리 예상한 듯하다. 커뮤니티 기능 외에 투자전문가들로 짜인 ‘브레인풀’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팍스넷은 99년 3월에, 싱크풀은 9월에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동진 싱크풀 사장은 “대중의 투자심리를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는 데는 팍스넷이 유리하지만, 믿을 만한 투자전략과 장세 흐름을 익히기에는 싱크풀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싱크풀의 전문가·분석가 풀은 이미 1994년부터 형성된 것이다. 김사장이 한국은행을 나와 KTP(‘코리아싱크풀’의 머리글자)를 설립할 때부터였다. 110명의 인적 네트워크로 출발했는데 지금은 300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식과 부를 공유한다는 뜻의 ‘Knowledge and Wealth Sharing’이 이 회사의 모토다.
싱크풀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실전투자’라는 항목이다. 싱크풀이 직접 주식을 투자하면서 그 과정을 게시, 일반 투자자들의 ‘따라하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 ‘시범투자’는 한글과컴퓨터 콤텍시스템 웅진출판 삼성전자 등 대개 5∼7종목의 포트폴리오로 구성된다. 김사장은 “지난해 9월에 1억원을 투자해 연말까지 1억300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130%의 수익률을 기록한 셈. 김사장은 “우리의 실전투자 전략은 기본적으로 중기투자”라며 “수익금을 빼고 올해 1월부터 다시 1억원으로 투자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50% 정도의 수익률을 올렸다. 어디에 투자해야 좋을지 모르는 개미 투자자라면 우리를 따라 해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스톡크래프트’를 아십니까
슈어트레이더즈는 팍스넷에 참여했던 투자 전문가들이 따로 떨어져 나와 설립한 온라인 금융 사이트다. 팍스넷에 비해 투자 전략이나 종목 추천이 좀더 공격적이고 구체적이라는 점이 특징. 증권 사이트들의 종목 추천이나 투자전략 조언은 대개 두루뭉실하기 마련이다. 증시의 불안정성과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면피’를 할 구멍을 파놓는 것이다.
이에 비해 슈어트레이더즈는 ‘슈어 포트폴리오’와 ‘추천종목 추적’이라는 항목을 두고 직접 실례를 보인다. 각 종목에서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지, 그들에 대한 투자 포인트는 각각 어떠했는지를 설명한다. ‘원칙적으로 추천가 대비 10%의 마이너스 수익이 났을 때는 손절매하시고, 25% 이상 수익이 난 경우 매도할 수 있습니다’라든가, ‘슈어 추천종목은 참고사항이지 절대지표는 아닙니다’는 등의 단서를 달아놓기는 했지만, 일반 투자자가 볼 때 매력적인 항목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난해 5월 창립한 이래 접속 방문자수 600만명을 돌파했다.
이스톰은 처음부터 ‘주식전문 커뮤니티’를 표방한다. 다소 황당한 시나리오와 만화 같은 이미지들이 사이트에 대한 첫 인상을 약간 흐리게 하지만 주식관련 정보나 분석 등은 꽤 정교하다. 특히 e메일로 날아오는 증시 정보는 깔끔한 디자인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스톰측은 주식을 시작으로 보험, 비상장 주식, 은행 등으로 커뮤니티의 가짓수를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사이트에서도 ‘스타크래프트’가 벌어진다. 정확히 말하면 ‘스톡(Stock) 크래프트’지만.‘투데이스톡’(www.today stock.co.kr)은 다양한 이벤트와 게임, 튀는 아이디어로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만회하려는 사이트다. 그 가운데 스톡크래프트는 다음날의 주가를 알아맞히는 게임이다. 투데이스톡이 3개 종목을 추천하면, 이용자들은 자신이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종목 3개를 추천한다. 승패는 세 종목의 ‘수익률의 합’으로 결정된다(예: 10% + 8% + -5% = 13%). 이용자들 간의 대결도 가능하다. 상금은 3000∼5000원으로 미미하지만 적지 않은 자칭 ‘주식전문가’들에게는 퍽 흥미로운 게임이 될 법하다.
투데이스톡은 그 밖에도 ‘서열제’ 방식을 도입, 모든 가입 이용자를 성적에 따라 순위를 매긴다. 투데이스톡의 증권 및 금융상식 시험이 그 근거다. 최상급일 경우 그 활동과 적극성에 따라 이 회사의 증권전문가로 위촉되기도 한다.
‘금주의 깡통왕!! bin97님(ID). bin97님이 2월28일 시가로 개나리벽지를 추천 -31.28%의 하락률을 기록, 금주의 깡통왕으로…’
이큐더스(www.ekudos.co.kr)는 ‘깡통 차면 300만원’이라는 독특한 이벤트로 인터넷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이벤트의 성격에 걸맞게 이큐더스는 투자의 기본 지식을 가르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기술적 분석’, ‘국제통 모임’ 같은 메뉴가 그런 사례들이다.
크레디앙(www.credian.co.kr)은 ‘개인재무설계(PFP·Personal Financial Planning)’라는 프로그램을 도입, 이용자들의 재무 설계를 도와준다. ‘스스로재테크’ ‘온라인상담’ ‘재테크설계’ ‘재테크교실’ ‘경제뉴스’ 같은 메뉴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여느 사이트들보다는 퍽 ‘학구적인’ 곳이다. ‘투자성향 진단’ ‘주식 재테크 진단’ ‘포트폴리오 진단’ 등 나의 투자성향과 포트폴리오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방안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한편 머니OK(www.moneyok.co.kr)는 ‘국내 최초의 투자 금융 서비스’임을 표방한다. 증권에만 치우친 다른 사이트들과 달리 부동산 보험 채권 등 재테크 전반에 관한 정보를 다룬다.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는 물론, 이들을 비교해 각 이용자에게 가장 알맞은 상품을 추천한다. 목돈마련 시뮬레이션, 자동차보험료 계산, 부동산 중개수수료 계산 등 정보의 양과 질 모두에서 칭찬할 만한 구성을 갖췄다. 모든 정보 이용은 물론 무료다. 인터넷의 특성을 잘 파악한 ‘네티즌 안심보험’ 개념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는 시스템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시 총 보상한도 1억원까지 피해액을 보상해주는 보험상품이다.
뉴스의 속보성과 품질 면에서는 여전히 경제신문들이 우위에 있다. 온라인 사이트들이 이들로부터 뉴스를 받아가지만 그 양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기사를 주축으로 한 한경닷컴(www.hankyung.com), 매일경제신문 기사를 서비스하는 매경인터넷(www.mk.co.kr), 서울경제신문(www.hk.co.kr/sk.htm) 등이 그들.
국내 뉴스·정보 사이트들의 일반적인 병통은 과욕이다. ‘우리가 다른 사이트보다 정보가 더 많다’고 자랑하지 못해 안달이다. 그렇다 보니 정보란 정보는 모조리 앞으로 몰려 초기화면은 맥락 없는 정보들의 집합소로 전락하기 일쑤.
한경닷컴의 초기화면은 그런 문제점을 잘 인식한 것처럼 보인다. 그 결과가 바로 ‘요약·정리’식이다. 한 줄을 넘지 않는 제목, 이를 보충하는 정리 문장 또한 두어 줄을 넘지 않는다. 제목 활자도 크지 않다. 본문체를 좀 짙게 표시한 정도다. 그 덕택에 어느 분야에 어떤 내용의 정보가 있는지 파악하기 쉬울 뿐 아니라, 전체 기사를 일별하기도 편리하다. 증권·금융·부동산·정보과학 등 분야별 메뉴도 작은 화살표 아이콘과 텍스트로 처리, ‘빠른 접속속도’와 ‘높은 인지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각각의 뉴스나 정보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예컨대 ‘[국외뉴스]베리사인, 도메인 등록서비스 업체 네트워크 솔루션 인수’라는 기사를 클릭하면 맨 윗단에 ‘→뉴스 서비스-국외뉴스’라고 표시되어 이용자가 전체 메뉴 중 어느 분야에 들어와 있는지를 알려주며, 뉴스의 첫번째 문단을 굵은 글씨체로 처리해 헤드라인만 봐도 내용을 대체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기사 말미에는 ‘관련기사’를 링크, 뉴스 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한경닷컴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단순해 보이는 디자인 뒤에 숨은 방대한 경제정보. 한경닷컴 장진영 인터넷사업팀장은 “그 동안 축적된 정보량과 종류가 워낙 많고 다양해서 어떻게 하면 이를 효과적으로 분류, 정리하느냐가 가장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한다. 노태기 한경닷컴 사장은 “지난 10여년간 한국경제신문이 쌓아 온 경제 관련 콘텐츠, PC통신의 원조라 할 케텔(KETEL·현 하이텔) 운영으로 얻은 온라인 노하우에 한경닷컴의 뛰어난 기획·개발 인력이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뤘다”고 설명한다.
한경닷컴은 콘텐츠의 주축을 이루는 한국경제신문 기사를 인터넷의 쌍방향 및 멀티미디어 특성에 맞게 재가공, 부동산·투자·대출·펀드·보험상품 등으로 세분해 관련 뉴스와 정보를 전한다. 그 밖에 ‘한경 펀드매니저 클럽’ ‘한경 스타워즈’ ‘나의 투자성향 분석’ ‘나의 투자운세’ 같은 서비스들도 흥미를 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매경인터넷도 다양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놓아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매경인터넷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분야는 인터넷 방송. 케이블TV인 매일경제TV의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함께 보여준다. 고속 전용선을 쓸 경우 그런대로 괜찮은 화질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으며(화면 자체가 작기 때문에 줌 기능을 쓴다고 해도 TV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보다 느린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경우 오디오 기능만 선택해 들을 수도 있다.
매경인터넷의 ‘개인 맞춤형 실시간 주가정보 서비스’인 스톡캐스터는 증시 속보에 목마른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듯하다. 작은 화면이지만 이용자가 설정한 종목의 현재 주가 및 호가현황, 그래프 등 투자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이외에도 스톡캐스터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래프 기능, 마우스만 갖다대면 상세 정보가 뜨는 온마우스(On Mouse) 기능, 지정한 가격이 되면 작동하는 경보 기능, 클릭 한 번으로 가능한 숨김 기능,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HTS(Home Trading System)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아쉬운 것은 이것이 유료 서비스라는 점. 무료로 쓸 수도 있지만 이때 나타나는 정보는 20분 지연된 것이다.
한편 금융·증권뉴스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이트로 ‘머니투데이’(www.mo neytoday.co.kr)를 빼놓을 수 없다. 머니투데이는 다른 언론 웹사이트와 달리 종이 신문이 없다. 인터넷을 통해서만 뉴스를 제공한다. 취재 인력은 30명 남짓. 곧 50명선으로 늘릴 계획이다.
머니투데이가 자랑하는 것은 ‘빠르다’는 것. 기자들이 현장에서 뉴스를 전송하면 데스크를 거쳐 곧바로 웹에 올라간다. 종이 신문과 연계돼 있는 금융·증권 웹사이트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대목이다. 증권 시장에 나도는 루머의 진위를 분석하는 ‘루머 레이더’, 기업 공시의 실체와 속내를 캐는 ‘공시를 잡아라’, 주요 쟁점 사안을 분석·해설하는 ‘MT 포커스’ 등 콘텐츠의 구성도 철저히 수요자 중심이다. 최근에는 제3시장과 벤처 메뉴를 신설했다.
“기존 언론매체가 갖고 있지 못한 속보성, 콘텐츠의 차별성을 바탕으로 경제·금융 분야 최고 수준의 기사를 제공할 것”이라는 게 머니투데이의 목표.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과 그로 인한 정보량의 부족, 커뮤니티 기능의 상대적 약세 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당장의 과제다.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도 고민거리.
3월 말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이데일리’(www.edaily.co.kr)는 ‘한국의 블룸버그’를 지향한다. 경제 분야의 인터넷 통신사가 되겠다는 게 포부. 개인 이용자들에게는 무료 뉴스 서비스를, 기업·기관 등 고객에는 유료로 고급 기업·금융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비즈니스 모델도 세웠다. 서울경제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에서 5∼10년 정도 기자 경력을 쌓은 중견 언론인들이 주요 멤버다. 이데일리 최창환 대표는 “한창 물오른 경제통 기자들이 정보를 만들어간다는 점이야말로 이데일리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인터넷 벤처 기업의 주류가 20대라지만 뉴스와 정보를 다루는 언론에서는 30∼40대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버티컬 포털’의 시대가 온다
거래소 시장이나 코스닥 시장에서는 더 이상 ‘대박’을 터뜨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아래 ‘프리 코스닥’(혹은 ‘프리 IPO’)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틀린 판단은 아니다. 좋은 기업의 주식을 잡으면 몇십 배, 경우에 따라서는 몇백 배의 수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문제지만.
이 시장의 정보를 겨냥한 웹사이트도 적지 않지만, 문제는 여기에 나와 있는 정보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적어도 정보만 엿보는 수준이면 괜찮지만 실제로 투자를 계획하거나, 주식 매매까지 고려하는 경우라면 몇 번이고 검토하고 심사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상장 주식거래 사이트로 적극 나서고 있는 곳은 피스톡(www.pstock.co.kr), 제이스톡(www.jstock.co.kr), 제로인(www.kosdoctor.co.kr) 등 10여개 업체다. 이들은 대동소이한 구성을 보여주는데, 피스톡의 경우 단순히 비상장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 개설된 비상장 주식사이트로 몇몇 신문에 그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깔끔한 디자인의 제이스톡에도 비상장주에 대한 정보와 사고파는 이들을 위한 게시판 이 설치돼 있다. 코스닥과 거래소에 대한 뉴스도 전하고 있는데, 소스는 대부분 국내 경제신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다가올 10년 동안 우리는 지난 50년보다 훨씬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 요즘처럼 피부에 와닿은 적도 없는 듯하다. 그만큼 국내 시장은 격변시기를 맞고 있다. 정보의 범람과 혼재, 그리고 속도. 정보는 돈과 직결되어 있다. 개인의 빈부, 기업의 성쇠를 가름할 수 있는 열쇠다. 따라서 팍스넷, 싱크풀 같은 금융·증권 사이트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이렇게 폭발적 인기를 얻는 곳들의 공통점은 정보의 양과 속도가 다른 곳보다 많고 빠르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들이 전문적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이것저것 다 모아놓은 잡동사니 사이트를 찾지 않는다. 전문적이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찾아 다닌다. 사이트의 차별화, 정보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정보시장의 이와 같은 흐름에 대해 “일반 포털의 시대는 가고, 특정 분야의 고급 정보를 제공하는 ‘버티컬(vertical) 포털’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진단한다. ‘버티컬’은 ‘수직적인’ ‘수직 방향의’라는 뜻. 다시 말해 연관성 있는 특정 분야의 정보들만 깊이있게 모았다는 뜻이다.
복수 사이트 교차 방문해야
이처럼 특화된 전문 정보를 제공하는 버티컬 포털 중에도 경제와 금융 분야는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인터넷의 대중화와 그 바람에 급속히 뜨기 시작한 벤처창업 특수, 주식투자 열풍 같은 시장상황은 경제·금융 포털 사이트들에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승부의 관건은 누가 더 빠르게, 더 정확하고 믿을 만하게 정보를 개발, 가공해서 제공하느냐는 것. 그러나 아직은 어떤 인터넷 사이트도 그러한 수요에 100%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더스트리트닷컴’(www.TheStreet.com), ‘스마트머니’(www.Smartmoney.com), ‘CBS마켓워치’(CBS.Marketwatch.com), ‘레이징불’(www.Ragingbull.com) 같은 경제전문 사이트들이 심도 깊은 칼럼과 분석 기사, 정확한 데이터, 각 이용자의 수요와 취향에 따른 맞춤형 기능, 강력한 커뮤니티 등으로 미국에서 수많은 네티즌을 끌어모으는 것과는 아직 거리가 먼 게 현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적어도 1∼2년 동안은 새로운 정보나 뉴스의 검증을 위해 두세 사이트를 교차 방문해 비교하고, 투자자 스스로 꼼꼼하게 판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