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호

퇴직연금시대 직장인 재테크 포인트

수익성보다 안정성 중시 랩어카운트, 변액보험 등 눈길

  • 글: 서기수 한미은행 재테크팀장 kisoosuh@goodbank.com

    입력2004-09-23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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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를 도입할 경우 근로자가 나중에 받게 되는 퇴직연금의 수령액이 본인의 적립금 자산운용 결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금융기관 선택부터 운용전략까지 꼼꼼하게 챙겨볼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시대 직장인 재테크 포인트
    25년간 근무해오던 회사에서 퇴직한 김모씨는 최근 퇴직자 모임에 다녀온 뒤로 밤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한다. 같은 직장에서 비슷한 시기에 근무하며 절친하게 지냈던 직장 선배 황모씨와 본인의 현재 경제 사정이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열쇠는 퇴직금 관리에 있었다.

    대학동문이기도 한 황씨는 김씨의 5년 선배. 황씨가 1998년 초 퇴직할 때만 해도 김씨와의 퇴직금 격차는 수천만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6년이 흐르는 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간격이 생기고 말았다. 황씨는 물론 지금도 중소기업 고문 직함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1998년 봄 퇴직 당시 황씨는 회사로부터 1억5000만원 정도의 퇴직금을 받았다. 당시는 외환위기 사태의 여파로 실세금리인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연 18%대까지 치솟을 때로, 그해 초 25%대의 고금리에 비하면 다소 떨어진 수준이지만 지금으로선 상상하기도 힘든 고금리다.

    황씨는 퇴직금 1억5000만원으로 은행권에서 판매하는 연 17% 금리의 특판정기예금 이자지급식 상품에 가입했다. 영업점장 전결금리 1%도 추가로 받았다. 이렇게 해서 1년 동안 이자만 2700만원을 챙겼다. 월평균 225만원(세전)의 이자가 발생한 셈인데 당시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이자소득만으로도 자녀의 교육비를 비롯한 생활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다.

    이러한 고금리 덕택에 황씨는 2001년 가을 송파구 신천동 소재 아파트를 임대 목적으로 구입했다. 당시 33평형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억5000만~2억원 안팎. 고금리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2년 동안 퇴직금을 잘 굴린 덕택에 황씨는 본격적인 부동산 투자에 나서게 된 것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아파트 가격은 지하철 개통 등 호재성 주변 여건 변화로 인해 호가 기준 6억4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퇴직금 1억5000만원으로 시작한 재테크가 뛰어난 노후대책 마련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김씨의 경우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지난 8월 중순 한국은행이 3.75%이던 콜금리를 3.5%로 전격 인하하면서 시중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퇴직금 2억원을 은행권에서 판매하는 1년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한다고 할 경우 연이자는 720만원(금리 3.6% 가정)에 불과하다. 월평균 60여만원(세전)의 이자소득이 발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4%를 넘나드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생활비는 고사하고 김씨와 부인의 용돈밖에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황씨와 김씨의 사례는 퇴직연금시대가 곧 개막될 것이라는 최근 정부 발표와 관련해서도 직장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퇴직연금시대가 열리면 개인들의 퇴직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혹시라도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날 경우 퇴직금마저 날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인지 등등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2006년부터 그동안 시행해오던 퇴직금제와 병행해 퇴직연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1961년 도입된 퇴직일시금제도는 40여년이 경과하며 사회적 여건이 크게 변화했지만, 사용자에게는 여전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도 근로자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퇴직금 제도를 노사 양측에 불이익이 없도록 개선하면서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당초 취지도 살리는 방안으로 퇴직연금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퇴직연금제에 대해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는 사업주는 물론이고 퇴직금의 불안정성을 들어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선진국의 사례나 세계적 추세를 보면 퇴직연금 도입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인 듯하다.

    확정급여형 vs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연금(corporate pension)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기업연금이란 기업이 퇴직하는 종업원에게 연금 일시금을 지급하는 제도로서, 공적연금제도를 보완해 근로자의 노후생활보장을 강화하는 사적연금제도의 하나이다. 즉 기업연금은 국민연금 및 개인연금과 함께 개인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3중 보장제도의 한 축을 이루는 중요한 제도인 것이다.

    사업주와 근로자는 근로자의 퇴직후 노후생활에 대비해 근로자의 근로기간중 소득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기적으로 퇴직시까지 적립한다. 연금의 역사가 오랜 일부 국가에서는 인구의 노령화로 인해 공적연금에 대한 정부의 재정부담이 날로 증가하자 대처 방안으로 공적연금의 비중을 감소시키는 한편 사적연금인 기업연금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늘려 공적연금의 역할 중 일부를 부담시키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이는 이미 몇 년 전 노령화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맞아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일시금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퇴직금 제도는 근로자가 이직을 하거나 중간정산을 받을 경우 한꺼번에 수령할 수 있기 때문에 은퇴 이후의 소득보장 장치 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폐단이 있고, 또한 퇴직금의 사외적립 여부가 사용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해당 기업이 도산할 경우 근로자가 퇴직금을 못 받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하고자 마련된 것이 퇴직연금제도다.

    퇴직연금의 형태로는 노사가 각각 내세우는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과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이 있다. 확정급여형은 근로자의 연금급여가 사전에 확정되며, 사용자의 적립부담은 적립금 운용결과에 따라서 변동되는 형태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사 퇴직근로자가 연금수령을 마칠 때까지 관리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이 따르게 된다.

    이 방식은 해당기업의 영업실적, 경기변동 등과 무관하게 연금지급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근로자에게는 매우 안전한 방법이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연금 기금이 고갈될 경우 자금을 추가 출연해야 하며, 법에 의해 엄격한 관리규제를 받기 때문에 관리비용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확정기여형은 사업주가 근로자에 대한 퇴직출연금을 급여의 일정비율로 정하여 각 근로자별로 개설된 개인계정에 분배하고, 그 원금과 운용수익을 미래에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은 사업주의 연금부담액은 정해져 있지만 퇴직시 근로자가 받을 일시금 또는 연금액은 미리 알 수가 없다. 즉 사업주의 퇴직금 부담액을 일정액 또는 기준급여의 일정비율로 미리 정하여 근로자의 개인퇴직계좌에 적립해 가는 방식이다.

    한편 퇴직연금제도의 운영에 있어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해 사업주가 금융기관과 위탁계약을 맺어 안전하게 관리·운용하도록 하고, 해당 금융기관은 노사합의를 통해 선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006년 1월부터 시행키로 한 퇴직연금시장은 최고 1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황금시장을 잡기 위해 이미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자산운용사 등의 금융기관들이 치열한 쟁탈전에 돌입했다. 은행권은 안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다양한 영업력을 겸비한 보험회사나 공격적인 상품구성이라는 장점을 가진 증권회사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기관간 경쟁 속에서 정작 당사자인 근로자는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할까.

    무엇보다도 먼저 퇴직연금이 사내에 적립되는 것이 아니고 사외 위탁금융기관에 적립되며, 퇴직연금 관련 금융기관의 업무가 자산관리와 운용관리로 구분되어 자산관리 위탁의 경우 신탁계약(은행)과 보험계약(보험사)으로 한정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다양한 금융기관이 참여하기 때문에 은행과 보험, 증권회사, 투신사 등 금융기관별 안정성과 운용 노하우 등을 근로자 스스로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개인별로 회사 바깥에 적립

    근무하는 회사가 확정급여형으로 퇴직연금제를 시행할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퇴직금에 대한 운용과 수익 등에 대해 일괄책임을 지게 되지만, 확정기여형을 도입한다면 사업주의 부담금이 사전에 확정되고 근로자가 나중에 받게 되는 퇴직연금의 수령액이 본인의 적립금 자산운용 결과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사업주가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 금액을 노사가 퇴직연금 규약에서 선정한 금융기관의 근로자 개인별 계좌에 적립하면 근로자는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운용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여 적립금을 운용, 투자하고 금융기관은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서 운용하여 근로자에게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퇴직금을 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는 보험사의 경우 금리연동형 상품이나 실적배당형 상품, 은행은 예금과 신탁 및 펀드상품, 자산운용사의 경우에는 주식형·채권형·혼합형 등의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 증권회사는 머니마켓펀드(MMF) 등의 단기운용상품과 랩어카운트를 포함한 각종 펀드상품들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8월12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를 계기로 저금리 기조가 정착단계에 들어서면서 금리연동 상품보다는 원금보장형(ELD) 주식간접투자(ELS) 실적배당상품(ELF)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저금리로 인한 가격상승의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는 채권형 펀드 상품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겠다.

    그리고 전문적인 투자상담사나 자산설계사가 종합적 자산관리를 대행해주는 증권회사의 랩어카운트나 상품 하나로 투자·저축·보험의 기능을 겸비할 수 있는 보험회사의 변액보험에 투자해볼 만하다.

    결론적으로 재테크의 3대 요소인 안정성·수익성·유동성을 모두 챙기면서도 퇴직금이라는 종잣돈의 성격상 안정성에 비중을 두는 전략으로 퇴직연금 운용에 대비해야 할 듯하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벌인 ‘노후대책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0.6세로 나타났다. 요즘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정년퇴직을 한다 하더라도 약 25년간을 더 살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과연 직장인들은 퇴직 이후 본인의 노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실태조사 결과 직장인 10명 중 3명만이 노후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노후준비 자금으로 4억~5억원 미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42.6%로 가장 많았고, 3억~4억원 미만이 20.8%로 뒤를 따랐다. 또한 직장인이 노후대비 수단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저축(21.4%)이었으며 개인연금(19.9%), 퇴직금(18.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저금리 기조가 자리잡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저축이라는 수단이 노후대비용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에서 퇴직연금제도 시행에 대한 준비도 미흡한 실정이어서 직장인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같은 조사 결과 기업연금제 도입에 대해서는 37.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찬성하는 의견은 29.9%에 불과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퇴직연금 운용에 대해 마냥 반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시대적 흐름이 퇴직연금제 도입 쪽으로 돌아선다면 남보다 한 발짝 앞서 금융기관의 퇴직연금 운용방법과 상품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저금리 기조에 평균수명 연장이라는 상황에서 차분히 노후를 준비하는 현명한 자세가 아닐까.



    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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