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호

주성엔지니어링

반도체, LCD 이어 태양전지 장비 또 한번 세계 제패한다

  • 구자홍│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0-02-01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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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반도체와 LCD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前)공정 장비를 만드는 주성엔지니어링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세계 최초가 아니면 생각도 하지 말고, 세계 최고가 안 될 거면 하지도 마라’는 주성의 캐치프레이즈는 반도체와 LCD 강국 코리아의 탄탄한 뒷심으로 작용했다. 이제 주성은 태양전지 장비 분야에서 다시 한번 세계 1등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회사 정문에 내걸린 대형 태극기는 “세계 1등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100-1=0, 1+1=5’

    초등학교 시절 산수를 떠올리면 ‘뭔가 계산이 잘못됐거나, 오타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100에서 1을 빼면 99가 되고, 1 더하기 1은 2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일 테니 말이다. 주성엔지니어링 본사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정면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위 연산은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주성인(人)의 마음가짐이 압축적으로 담긴 기호다.

    “100-1=0은 100개를 잘했어도 한번 잘못하면 다 잃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수학 연산 슬로건을 써 붙여놓도록 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의 설명이다.

    “그럼 1+1=5는 시너지를 뜻하는 것이겠네요.” “그렇습니다.” “보통 시너지를 뜻할 때에는 하나 더하기 하나는 셋(1+1=3)으로 많이 쓰는데, 사장님은 1+1=5라고 하셨네요.” “남처럼 해서 세계 최고, 세계 1등이 될 수 있겠습니까.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주성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적어도 하나 더하기 하나가 다섯(1+1=5)은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욕심 많은 황 사장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해야 할지 이 두 가지 연산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만했다.



    대한민국 대표선수 ‘주성 선수들’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 자리한 주성엔지니어링에 들어서면 우선 건물 내외부 벽면에 나붙은 각종 슬로건이 눈에 바로 들어온다. 본관 건물 외벽에는 ‘주성은 세계 1등 제품만 만듭니다’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고, ‘직원이 행복해야 1조 달성한다’ ‘Think For the 1st. Work For the No. 1’ ‘변화하는 만큼 성장하고, 차별화된 만큼 성공한다’는 문구 등이 회사 곳곳에 걸려 있다. 심지어 구내식당에조차 큼지막한 슬로건을 붙여놓아 식사 중에도 ‘세계 1등 의식’을 잊지 않도록 해놓았다.

    압권은 정문 바로 우측에 걸어놓은 태극기. 기자가 회사를 방문한 날 중국에서 손님들이 올 예정이라고 했다. 그 때문에 태극기 바로 옆에는 중국 국기인 오성기가 같은 크기로 걸려 있었다. 태극기는 대한민국 대표선수로서의 주성 직원들을 향한 메시지였고, 오성기는 주성의 파트너로서 중국 바이어를 향한 우호의 상징이었다.

    황 사장은 회사 정문에 걸어놓은 대형 태극기에 대해 “주성이 한국을 대표해 세계무대에서 1등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산업경쟁력은 기술이나 지식이 얼마나 축적돼 있고 인프라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기술이나 지식은 길어야 6개월이면 카피(copy)가 가능합니다. 인프라 구축에도 3~5년 소요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따라옵니다. 그런데 문화나 의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1등 의식과 1등 문화를 구축하는 데는 적어도 5년에서 10년 정도 걸립니다. 기술과 인프라 측면에서도 앞서나가야겠습니다만 주성 선수들은 ‘세계 1등이 되겠다’는 의식과 문화로 뭉쳐 있습니다. 그것이 곧 주성의 경쟁력입니다.”

    대형 태극기는 2000년대 초반, 한때 잘 나가던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다시 뛰자’는 각오를 담아 내걸었는데 이제는 주성을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태극기는 세계무대에서 한국인의 자긍심과도 같다.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이라면 누구나 전율을 느낀 경험이 있으리라.

    매일 아침 대형 태극기를 바라보며 ‘세계시장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생각을 다지며 출근하다보면 자연스레 ‘1등 의식과 문화’가 싹틀 수밖에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황 사장은 ‘주성인’을 가리켜 꼬박꼬박 ‘우리 선수들’이라고 했다. 직원이나 사원들을 ‘국가대표 선수’로 여기는 모양이다. 그럼 황 사장은 황 감독인 셈인가.

    반도체 제조장비 SDCVD

    주성엔지니어링

    반도체 장비 부문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한국의 대표적인 전(前)공정 장비업체이지만, 일반 소비자가 제품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 다소 생경한 것도 사실이다. 주성의 제품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반도체와 LCD 등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는 첨단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공정 장비를 만들고 있다고 보면 된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소자산업, 장비산업, 원재료산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장비산업은 전공정 장비, 후공정 장비 및 검사 장비로 분류할 수 있다. 특히 전공정 장비는 첨단기술 집약 산업으로 투자 비중이 반도체 장비 전체의 54%를 차지한다. 미국, 일본이 중심이 되어 세계시장을 주도해오고 있으며, 국내업체들은 후발주자로서 응용연구에 중점을 두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높은 위치를 고려할 때 국내 반도체 주변 산업은 반도체 장비부문 10%, 재료부문 50% 대의 국산화율에 그치고 있으며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또한 매우 제한적이다.” -‘탈 추격형 기술혁신체제의 모색’ (송위진·황혜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07년)

    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과 일본이 주도했던 반도체 장비 부문에서 주성은 2006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의 저명한 IT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 Dataquest) 조사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은 2006년 점유율 37.5%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2007년에도 25.8%를 기록하며 수위를 달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치 산업의 핵심기술인 CVD(Chemical Vapor Depo-sition·화학증착장치)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한 주성은 현재도 부동의 국내 1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주성의 반도체 공정장치인 SDCVD (Space Divided Chemical Vapor Deposition·공간 분할 화학증착장치)는 기존 화학증착장치를 대체하는 공정 설비로 0.10마이크론(㎛) 이하의 설계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공정 기술이다. 신규 반도체 라인 투자는 물론 기존 반도체 라인의 보완 투자를 위해 수요가 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장치다.

    특히 주성의 SDCVD는 다른 박막 증착 기술과 집적화해 사용하기에 적합할 뿐 아니라, 비교적 두꺼운 두께가 요구되는 공정에 적합하다. 또 200㎜ 300㎜ 웨이퍼 5장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세미 배치 타입’(Semi-batch type)으로 설계돼 기존 SDCVD 설비의 생산성이 낮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웨이퍼를 한 장씩 처리하는 ‘싱글 타입’(Single type)보다 3~4배 이상의 생산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국내 주요 반도체 양산라인은 물론 대만과 일본, 유럽, 미국 등의 주요 반도체 회사에 공급돼 성공적인 양산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기술력

    그렇다면 주성엔지니어링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반도체 장비업체로 성장하게 된 비결은 뭘까. 설립자이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황 사장에게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황 사장은 대학 졸업 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에 입사했다. 당시 기계의 설치 및 유지, 관리, 보수는 본사에서 나온 기술자에게만 허용되었지만 황 사장은 기계를 몰래 연구하다가 어느 날 고장 난 장비를 고치게 되었고, 이후 장비를 만질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암묵적 지식이 요구되는 장비 산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황 사장이 ASM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면서 반도체 장비에 대한 노하우를 획득하여 창업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중략… 1993년 ASM이 한국에서 철수를 결정하자 황 사장은 독립을 결심했다. 1995년 ASM을 퇴직하여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하고 1년간의 개발 노력 끝에 1996년 ‘유레카 2000’을 개발해 최초로 저압화학증착장비(LP CVD)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꾸준한 연구 개발의 결과로 주성엔지니어링은 여러 가지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그 중 하나는 1999년에 개발이 완료된 원자층증착장비(ALD)다. ALD는 반도체 제조공정 중 단원자층의 화학적 반응을 이용한 나노시대에 가장 적합한 박막증착기술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후발주자로서 200배의 커다란 규모와 막강한 자본력, 브랜드 파워를 갖춘 미국과 일본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경쟁사가 점령한 기술보다는 새로 떠오르는 기술을 모색해 그것의 개발 노력에 집중한 위험축소 전략으로 추격에 성공했다.” -‘기업간 추격의 경제학’(이근 외 지음, 21세기북스, 2008)

    주성엔지니어링

    주성엔지니어링은 일찌감치 태양전지 장비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유레카 2000 개발 당시 황 사장은 관련업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부품 하나하나까지 최고의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한다.

    “제가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협력업체의 도움 없이 혼자서 장비를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우리 회사가 세계 1등이 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도 모두 세계 1등이 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유레카 2000 개발 때 손잡았던 협력업체들은 주성엔지니어링의 발전과 더불어 성장했고, 50여 개의 협력업체 모두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주성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반도체 장비 산업분야에서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태양전지 장비도 ‘세계 1등’ 시동

    국내 반도체 업계에 반도체 전공정 장비를 납품하며 승승장구하던 주성은 2000년대 초 주거래처가 끊기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누적 적자 1200억원에 달하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황 사장은 TFT-LCD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장비인 LCD용 PECVD(Plasma Enhanced Chemical Vapor Deposion) 장비 개발에 주력했고, 2002년 국내 최초로 PECVD의 개발과 양산 공급에 성공함으로써 위기를 돌파했다.

    2005년에는 세계 최초로 8세대 장비를 개발하면서 세계 선두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재는 11세대 등 차세대 LCD 공정에 대응하는 장비 개발을 적극 추진하며 디스플레이 장비 산업을 이끌어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와 LCD 장비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인정받은 주성은 몇 해 전부터 신성장동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태양전지 장비 분야에 일찌감치 눈을 돌려 본격적으로 세계시장 개척에 나섰다.

    2006년 국내 최초로 반도체 장치의 정밀한 기술력과 TFT-LCD의 대면적 가공 기술을 탑재한 태양광 발전장치를 개발했고, 2008년에는 중국 장쑤성 난퉁시에 위치한 JIANGSU ZONGYI 그룹과 ZONEPV라는 태양전지 합작법인을 설립, 지난해 12월부터 세계 최고 품질의 실리콘 박막형 태양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2007년 12월에는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프랑스 원자력위원회’(CEA)와 신기술인 이종접합 태양전지 공동 개발과 관련한 장비평가 협약을 체결, 실리콘 기반의 태양전지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 같은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주성은 기존의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한편, 양산 기술을 최적화해나갈 계획이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주성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증착장비 성공을 통해 확보한 기술 경쟁력과 강력한 인프라를 통해 ‘박막형 태양전지’와 ‘결정형 태양전지’ 양쪽 분야 장비를 모두 제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강국 신화에 이어 LCD 강국 신화를 뒷받침했던 주성은 태양전지 산업 분야에서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차근차근 실현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해 세계 1등 제품만 만든다”는 주성의 다짐이 태양전지 장비 분야에서 어떤 열매를 맺을 지 주목된다.

    황철주 사장 인터뷰

    “1등 의식이 세계 1등 제품을 만든다”


    주성엔지니어링
    조곤조곤 속삭이듯 얘기하는 황철주 사장은 겸손이 몸에 밴 CEO다. 외모와 말투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느끼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그가 말하는 어조에는 강단이, 내용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실에 들어서자 무엇보다 책상 뒷 벽면에 걸려 있는 세계전도가 눈에 띄었다. JUSUNG이라고 새겨진 세계지도는 주성의 무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듯했다.

    -한국의 반도체가 세계시장에서 1등을 하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주성엔지니어링이 세계 1등을 달리고 있는 사실은 미처 몰랐습니다.

    “장비를 수입해 와서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 쉽습니다. 양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비용을 낮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주성은 외국 장치의 카피(COPY)나 기술이전을 통하지 않고, 국내 협력업체와 손잡고 기술을 개발해 현재까지 왔습니다. 주성이 세계 1등을 달린다는 것은 곧 협력업체도 세계에서 1등이라는 뜻입니다. 창조적으로 장비를 개발하고, 자체 브랜드로 세계시장에 진출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유수의 외국 회사가 아닌 국내 업체가 반도체 장비를 제공하는 데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을 텐데….

    “‘한국 기업이 장비를 제공할 수 있을까’하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한때는 반도체 장비에 들어가는 나사 하나도 ‘국산은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그런 고정관념을 돌파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죠. 그렇지만 능력 있는 협력업체를 발굴하고, 공동개발을 통해 반도체와 LCD 장비를 꾸준히 만들어냄으로써 대한민국에 장치 산업 인프라를 까는 데 일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몇 조원의 수입 대체효과가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초기에 반도체 장비를 납품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기술이나 실력이 부족해서 장비를 못 만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열정과 의지가 부족해 못했던 것이죠. 또 중요한 것은 시장이 알아주느냐 입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제품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죠. 처음 유레카 2000을 개발했을 때 국내 업체들은 외면했습니다. 검증이 안 됐다는 이유였죠. 그래서 미국 협력업체를 찾아 미국에 수출해 그 회사 제품과 융합해서 국내 업체에 납품했습니다. 우리 회사 기술이었지만 미국 회사의 신뢰를 등에 업고 국내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죠. 이후에는 ‘주성 제품이라면 괜찮겠다’는 평가를 받아 직거래를 시작했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유레카 2000의 개발을 마친 뒤 국내 반도체 업체에 판매하는 과정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장비를 만들어냈을까’하는 회의적인 인식도 문제였지만, 납품한 장비의 유지와 보수, 관리를 책임질 수 있느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았기 때문. 주성은 외국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우회적으로 국내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을 택했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제너스와 제휴를 맺어 국내 반도체 업계에 납품했고, 주성의 품질과 기술력이 인정받아 삼성전자는 물론 LG반도체와 현대전자 등 국내 3사의 양산 라인에 잇따라 채택되며 승승장구했다.

    -회사에 들어서자마자 대형 태극기가 눈에 띄던데요.

    “태극기는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자긍심을 심어줍니다. 자긍심이 높아지면 세계 어디에 나가서도 당당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성 선수들은 세계에서 1등을 할 수 있다는, 아니 해야 된다는 의식으로 무장돼 있습니다. 복제품과 명품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이가 납니다. 마지막 1%, 보이지 않는 1%에 장인정신과 혼이 담겨 있어야 명품이 탄생합니다.”

    -주성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우리 회사가 시행하는 여러 조치는 다른 회사도 모두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이 갖고 있는 의식과 철학, 인프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저는 솔선수범하고 방향과 방법을 제시할 뿐입니다. 저와 500명 선수의 의식과 열정이 하나로 모아질 때 세계 1등은 현실이 됩니다. 대표이사의 철학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기업 문화가 결합할 때 비로소 (세계 1등이) 가능합니다. 교육은 기업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필수적이죠.”

    -주성과 같이 세계 1등을 달리는 기업이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우리나라 장비나 장치 산업은 국산화에 너무 치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신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연구는 부족합니다. 우리나라 R&D 정책은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거나 아니면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한 중소기업 지원에 그칩니다. 국내 중소기업과 국내 대기업이 서로 협력하기 위한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중소기업을 돕는 R&D 정책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세계시장에서 성공한 중소기업이 많이 나오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나중에 대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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