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제도, 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진 않아
팀 분위기와 안 맞다? 해고 사유 안 돼
수습이라도 최저시급 90% 이상·4대보험 필요
수습 기간 연장하려면 3가지 요건 필요
3개월 이상 근로했다면 ‘해고예고’ 의무 생겨

수습 직원을 해고할 때는 사회 통념상 함께 근무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만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야 한다. AI 생성 이미지
구직 활동을 하다 보면 한 번쯤 비슷한 불안에 휩싸여 봤을 것이다. 채용 플랫폼 ‘사람인’이 2019년 기업 55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8.2%가 수습 기간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72.5%는 실제 이를 운영하고 있었다. 구직자라면 A씨와 유사한 상황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고, 수습 제도가 불리하게만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수습 제도가 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장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수습 근로자 역시 노동법의 보호를 받으며, 회사 또한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과 의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팀 분위기와 안 맞다? 해고 사유 안 돼
일반적으로 회사는 근로자를 채용할 때 3개월의 수습 기간을 적용해 태도, 능력 등을 평가한 뒤 본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엄밀히 말하면 이 경우 ‘수습’보다는 ‘시용’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법적으로 시용은 정식 채용 전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자질·인품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 및 평가하기 위한 기간을 말하고, 수습은 정식 채용된 근로자의 업무 적응과 직무 능력 향상을 위한 기간을 의미한다.그러나 실제로는 수습과 시용은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 법원 역시 근로계약서에 수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더라도, 본채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적격성 평가 기간으로 간주된다면 법적으로는 시용으로 해석한다. 이에 이번 글에서도 시용의 의미로 수습과 시용을 혼용해 사용했다.
Q1. 수습 근로자는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수습 근로자라도 사용자가 마음대로 해고할 수는 없다. 시용기간 중 해고는 물론 시용기간 만료 후 본채용 거부도 법적으로는 해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은 시용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용기간은 근로자의 업무적격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간이므로, 시용 근로자를 해고할 때는 정식 근로자에게 요구되는 기준보다 다소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정식 채용된 근로자는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귀책사유’가 있어야 해고가 가능하지만, 시용 근로자는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해고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 이유로 해고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회 통념상 함께 근무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만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야 한다.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팀 분위기와 안 맞는다”처럼 막연하고 주관적 이유만으로 해고한다면 부당 해고에 해당할 수 있다.
Q2. 수습 기간에는 급여를 적게 줘도 되나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수습 기간 중 급여를 감액할 수 있다. 최저임금법 제5조에 따르면 다음의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 한해 수습 시작일부터 3개월간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할 수 있다. ① 1년 이상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 ② 단순노무 업무에 해당하지 않을 것.
둘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수습 기간이라도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가령 10개월 기간제로 채용됐거나, 청소·경비처럼 단순노무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고용노동부는 단순노무직의 경우 단기간의 훈련만으로도 업무 수행이 가능해 별도의 숙련 기간을 전제로 한 임금 감액이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단순노무 업무는 ‘한국표준직업분류 대분류 9’에 해당하는 직종이다. △건설·광업 관련 단순노무직, △하역·적재 단순 종사자, △배달원(우편·음식 등), △제조 관련 단순 종사자(포장원·선별원 등), △청소·경비 관련 단순 종사자, △가사·음식·판매 관련 단순 종사자, △농업·임업 단순 종사원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직무에 해당한다면 수습 기간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감액해 지급할 수 없다.
한편 근로계약서에 “수습 기간 중 약정 임금의 80%를 지급한다”는 조항을 두는 경우가 있다. 최저임금법은 어디까지나 ‘최저임금의 90%’라는 임금의 하한선을 정한 것이다. 따라서 약정임금의 80%가 최저임금의 90%보다 높다면 이러한 계약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Q3. 수습 근로자도 4대보험에 가입해야 하나요?
입사 초기에 “수습 기간에는 4대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3개월 뒤에 가입해 주겠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법적으로 맞지 않는다. 4대보험은 수습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자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사회보험이기 때문이다. 수습 근로자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실제로 일을 시작한 순간부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수습 첫날부터 4대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물론 보험 종류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1개월 이상 근로하면서 월 소정 근로시간이 60시간 이상인 경우 가입 대상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수습 기간이라는 이유만으로 4대보험 가입을 미루거나 건너뛸 수 없다. 가입 요건을 충족했다면 수습 근로자도 4대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3개월 이상 수습 신분으로 일한 직원을 해고할 때는 30일 전 이를 예고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해고예고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Gettyimage
수습 기간 연장하려면 3가지 요건 필요
Q4. 수습 기간도 퇴직금 산정 시 계속 근로 기간에 포함되나요?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수습 기간도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 근로 기간에 포함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조에 따르면 퇴직금은 계속 근로 기간이 1년 이상인 근로자에게 발생한다. 여기서 계속 근로 기간이란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일한 전체 기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수습 3개월을 포함해 총 1년을 근무했다면 퇴직금 지급 요건을 충족한다. 사측에서 “수습 기간은 정식 직원이 아니므로 퇴직금 산정에서 제외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법적 근거가 없다. 수습 기간도 엄연히 근로를 제공한 기간이므로 계속 근로 기간에서 제외하거나 별도로 취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Q5. 수습 기간, 3개월을 넘겨도 되나요?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수습 기간의 법적 상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다만 실무에서는 3개월 이내로 운영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3개월을 넘기는 것도 가능할까. 이에 대해 법원은 합리적 사정이 있는 경우 3개월을 초과하는 시용기간 역시 유효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2006년 5월 9일 버스 운전기사의 시용기간을 6개월로 정한 약정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시용기간 제도는 단순히 업무 능력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질·인품·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는 취지인 점, 서울시의 운행 평가 및 고객만족도 평가에 따라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는 특수한 업무 환경인 점, 노선 적응·배차 준수·서비스 향상 등에 상당한 적응 기간이 필요한 점, 회사와 서울시의 운송 협약 기간이 6년으로 비교적 장기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었다.
대전지방법원은 2015년 2월 5일 경력직 기자 채용 시 1년의 시용기간을 적용한 약정도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즉 직종의 특성이나 계약조건 등을 고려할 때 사회 통념상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면, 6개월 또는 1년의 수습 기간도 법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수습 기간을 지나치게 길게 설정하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들어 3개월 이내로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Q6. 수습 기간, 회사가 일방적으로 연장할 수 있나요?
실무에서 자주 접하는 질문이다. 수습 기간 종료가 임박했지만 본채용 여부를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 회사가 “조금 더 지켜보겠다”며 수습 기간 연장을 검토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수습 기간 연장은 근로계약의 중요한 요소를 변경하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연장할 수 없으며,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효력이 인정된다.
수습 기간을 적법하게 연장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를 준수해야 한다. 첫째, 취업규칙에 수습 기간 연장에 관한 근거 규정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둘째, 근로자에게 연장 사실을 사전에 통보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셋째, 수습 기간 연장에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3개월 이상 근로했다면 ‘해고예고’ 의무 생겨
Q7. 수습 근로자도 해고예고 대상인가요?결론부터 말하면 수습 기간이 3개월을 넘겼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해고할 때 최소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그러지 못한 경우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해고예고 수당으로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계속 근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는 예외다. 이 경우 즉시 해고하더라도 해고예고 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
따라서 수습 기간 중 3개월이 되기 전에 해고하는 경우라면 해고예고 의무가 없다. 반면 수습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거나, 3개월 수습 만료 시점에 본채용 거부를 통지하는 경우라면 이미 3개월을 근무한 것에 해당한다. 이때는 30일 전 해고예고를 하거나 해고예고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수습 기간은 근로자와 회사가 서로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회사는 신규 직원의 업무적합성과 조직 적응 가능성을 살피고, 근로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는 시기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수습 제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수습 기간이라고 해서 근로자의 권리가 유보되거나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임금·4대보험·퇴직금·연차휴가 등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기본 권리는 수습 첫날부터 동일하게 적용된다. 회사 역시 수습 기간 중 해고나 연장을 검토할 때는 법적 기준과 절차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수습 제도가 복잡해 보여도 핵심은 단순하다. 수습 근로자도 엄연한 근로자라는 것이다. 이 원칙 하나만 기억해도 많은 오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 1986년생
● 前 수원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청원 심의위원회 위원
● 삼성화재해상보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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