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이 직접 제작한 신상털기 전용 검색엔진 ‘코글’의 캡처 화면.
한국에서는 얼마 전 지하철 노약자석에서 옆자리의 노인에게 반말을 하던 젊은 여성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녹화돼 인터넷에 공개됐다. 세간의 화제가 된 ‘지하철 반말녀’ 사건이다. 사회의 시선에 의해 일반 시민의 어떤 행태가 기록되고, OO남 OO녀로 이슈화·희화화되는 현상은 ‘개똥녀’ 사건 이후 완전히 정착된 듯하다. 지금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및 실시간 검색 엔진 덕에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사회화되는 시대. 대상 남녀의 개인 정보를 발굴· 폭로하는 ‘신상털기’는 모바일 디지털 장비에 의한 ‘특종 포착’이자 디지털 네트워크에 의한 ‘사실 확인’의 집단 유희가 돼버렸다.
지금은 휴대전화도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수준의 고화질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고 있고, 바로 그 자리에서 파일을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시대다. 마치 도구인 워드프로세서가 우리의 사고와 글쓰기에 대한 자세를 바꿔놓듯, 우리가 사회와 관계를 맺는 자세도 이러한 도구들에 의해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개별적 폭로 행위의 도덕적 가치 판단은 보류한 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힘을 우리는 도덕이라 얘기했지만, 이제는 여차하면 전 국민 앞에서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순간이 언제든 올 수 있다. 이 공포가 도덕을 보완할 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뺑소니 도주자의 목덜미를 잡은 것은 하나같이 제3자의 차량용 블랙박스였다. CMOS라 불리는, 새끼손톱보다 작은 화상 처리 반도체는 점점 더 많은 곳에 박혀 세상의 이미지를 디지털로 만들어 네트워크로 흘려보낼 것이다.
사회의 관리자만 볼 수 있던 CCTV와는 달리, 이 같은 ‘디지털 눈’은 모두의 것이다. 이 살아 있는 눈은 바로 여러분 개개인을, 그리고 여러분의 조직을 실시간 관찰하며 리크(폭로, 누설)를 시도할 것이다. 지금이야 이러한 폭로가 정의를 위한 것이기를 바랄 뿐이지만, 정의의 어려운 점은 각자의 처지와 사연에 따라 달라지는 데 있다. 그러한 자의적 정의 구현의 도구, 자경단의 몽둥이가 지금 만인에게 쥐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