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박용인
흐물흐물 비린내가 먼저 기상하는 아침
맞벌이 아내의 불 켜진 새벽 주방이 미안하다
식탁 너머 음식물 쓰레기통 속
노여운 기색 한마디 없이 낯익은
고등어 대가리 하나 묵언수행 중이다
눈 부릅뜬 채 입 앙다물고
갓 잘라 바친 몸통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식탁 위에 누워 계시다
그 흔한 항거 하나 없이
그 뻔한 절규 하나 없이
꼭 누가 먹어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온몸으로 구워져 누워 있는 그의 일생이 궁금하다
버티다 감당하다 끝내 나가떨어져
급기야 위급하게 병동으로 실려온 몸
그 살점 누가 다 발라먹고 나면
뼈만 남은 몸짓으로 홀가분히 돌아가는
다시 누군가에게
그런 밥이 되고 싶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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