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호

퇴직 앞둔 50대여, ‘입구관리’보다 ‘출구관리’를!

‘은퇴學 고수’ 강창희 대표의 조언

  • 강창희 │미래와금융연구포럼 대표 forumkang@naver.com

    입력2013-03-21 1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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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 준비학’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강창희 미래와금융연구포럼 대표가 퇴직을 앞둔 50대 직장인을 위해 ‘현명한 은퇴 준비’ 노하우를 들려줬다. 최근 9년간 몸담았던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에서 물러난 강 대표는 “노후자금 마련보다 더 중요한 것은 퇴직 후 ‘할 일’을 만드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퇴직 앞둔 50대여, ‘입구관리’보다 ‘출구관리’를!

    노후 준비는 단순히 노후자금을 모으는 게 아니다. 퇴직 후 여생을 어떻게 사느냐를 설계하는 것이다.

    요즘 한국의 50대 직장인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노후대비가 아닐까 생각된다.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떠나야 하는 시기는 당겨지고 있는데, 수명은 늘어나 100세 인생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50대 직장인들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재테크에 관심을 쏟고 있다.

    현역 36년과 맞먹는 노후

    그러나 재테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퇴직 후 30~40년, 길게는 50년 동안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지를 준비하는 일이 아닐까. 노후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건강하고 보람 있는 삶을 위해서라도 퇴직 후 무슨 일이든 해야 된다는 것이다.

    60세에 정년퇴직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선진국이라면 모를까, 우리나라에서 교사와 공무원 등을 제외하면 60세에 정년퇴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40대 중반밖에 안 된 업계 후배들이 명예퇴직을 했다면서 직장을 알선해달라고 찾아올 정도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복지재단이 서울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노인능력활용방안’에 대해 연구조사한 결과 평균 퇴직연령은 52.6세였다.

    어쨌든 60세에 퇴직하고 우리나라 평균수명인 80세까지만 산다고 가정하자. 물론 평균수명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만 더 살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각자 나이별 기대여명만큼 산다고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박유성 고려대 교수의 ‘연령대별 100세 쇼크 도달 가능성’에 대한 연구결과(2010년)에 의하면, 1958년생의 경우 남자 43.6%, 여자 48%가 97세를 돌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58년생은 올해 만 55세다. 따라서 55세 남성의 절반 정도가 앞으로 42년 정도를 더 살 거라는 뜻이다.



    실제로는 이렇게 오래 살지만, 평균수명까지만 산다고 가정해도 60세에 퇴직해서 80세까지의 정년 후 인생은 20년이다. 현역 시절에는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다. 일하고 술 마시고 친구 만나고 연애도 하다보면 하루가 100시간이라도 모자랄 정도다. 그런데 막상 정년퇴직을 하고 나면 그렇게 바쁘던 시간이 잘 가지를 않는다. 잠자는 시간, 식사하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 등등을 다 빼더라도 하루에 11시간 정도 남는다.

    하루 여유 시간이 11시간이라면 20년의 여유 시간은 약 8만 시간(11시간×365일×20년)이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256시간이므로 8만 시간을 2256시간으로 나누면 약 36년이 된다. 다시 말해 정년 후의 8만 시간은 느낌상 현역시절 36년 동안 일하는 시간과 맞먹는다는 뜻이다.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이 기간은 두 배로 늘어나 무려 72년이다. 도대체 이 시간을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의 퇴직자들은 현역시절에 모아둔 자금이 노후생활비로 충분치 않다고 판단되면 체면을 버리고 허드렛일이라도 해서 생활비 벌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70~80%는 퇴직 후 노후생활비가 모자랄 것으로 추측된다. 수명은 갑자기 늘어났는데 퇴직 시기는 전보다 더 빨라졌기 때문이다.

    40년 전 일본 노인들

    “제 나이가 60인데요, 그동안 애들 교육시키고 생활비 쓰다보니까 모아놓은 돈이 5000만 원밖에 없습니다. 이 돈으로 재테크를 해서 퇴직 후 30~40년 동안 살아갈 자금을 만들어볼 수 없을까요?”

    투자교육을 하다보면 자주 받는 질문이다. 5000만 원으로 어떻게 재테크를 하면 30~40년의 생활비를 벌 수 있겠는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위의 사례는 우리나라 평균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다. 2010년 미래에셋 은퇴연구소가 수도권 거주 베이비부머 세대 500가구를 조사했더니 가구당 총 보유자산액은 5억4000만 원, 여기에서 평균 부채액 6000만 원을 뺀 순자산은 4억8000만 원 정도였다. 50대 후반에 4억8000만 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면 그럭저럭 노후를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4억8000만 원 중 거주용 부동산의 평가액이 4억6000만 원 정도였다. 부동산 평가액을 뺀 금융자산은 2000만 원밖에 안 됐다. 2000만 원으로 어떻게 노후 30~40년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겠는가. 결국 집을 팔아서 살아야 하는데, 베이비부머 세대가 집을 팔려고 내놓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집값은 어떻게 되겠는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 가정 대부분이 이런 형편인데 금융기관에서는 “편안한 노후 생활을 하려면 10억 원은 있어야 한다. 최소한 7억 원은 필요하다”는 식의 자료를 발표하고 언론매체들은 이를 인용해 보도하곤 한다. 물론 미래를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뜻이겠지만, 보통사람들의 처지에선 먼 나라 얘기다. 사람들이 단기간에 돈을 불리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사정 탓인지 부동산 기획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서점에는 ‘재산 X배로 불리는 법’ ‘X억 원 만들기’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재테크 서적들이 넘쳐난다.

    서울에서 4년 동안 특파원으로 일하다가 귀국한 한 일본 언론인은 이렇게 비꼬았다.

    “한국 사람들은 돈을 버는 방법, 즉 입구(入口)관리에는 참으로 열심이다. 그런데 나이 들어 돈이 모자랄 경우에는 어떻게 맞춰 살 것인지, 그리고 부자가 됐을 때는 그 돈을 어떻게 아름답게 쓸 것인지를 생각하는 출구(出口)관리에 대해서는 너무나 공부가 안 돼 있는 것 같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이런 내용을 가르치지 않는 것 아닌가.”

    이 말을 듣는 순간 한편으로는 불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렸는지 모른다. 지금 우리 사회 분위기를 볼 때 그다지 틀린 말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했는데도 노후 생활비가 모자라는 사례는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에도 많다. 그들은 어떻게 노후 생활을 할까. 우선 형편에 맞춰 살아갈 방도를 궁리한다. 체면을 버리고 재취업해 허드렛일이라도 해서 한 푼이라도 생활비를 벌겠다는 각오를 한다.

    40여 년 전 필자는 일본 증권업계에 파견돼 연수를 받던 중 증권보관기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보관시설을 견학하면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70세는 돼 보이는 노인 100여 명이 둘러앉아서 증권을 세거나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안내자에게 젊었을 때 무슨 일을 하던 분들인지 물었더니 공무원, 기업체 간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던 분들이라고 했다. 보수도 시간당 500엔, 우리 돈으로 5000~6000원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필자가 머물고 있던 곳은 비즈니스호텔이었다. 특급호텔이 아니라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저녁 때 호텔로 돌아가면 낮 시간에 프런트 데스크에서 근무하던 젊은 여성들은 퇴근하고 할아버지들이 밤 당번으로 교대근무를 하고 있었다.

    두 사례를 목격한 것만으로 일반화하기는 무리겠지만, 그때 든 생각은 ‘정년 후에도 일을 하려면 화려하고 권한 있는 일은 젊은 사람에게 양보하고, 어찌 보면 저런 허드렛일에 가까운 일을 해야 하는 것이구나, 나도 오래 살아야 할 텐데 저런 준비를 하고 살아야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그 무렵 일본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8%대로 지금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중(10%) 보다 낮을 때였다. 하지만 그때 이미 일본 노인들은 체면을 버리고 일하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직장인의 노후자금 준비 정도를 비교하면 우리가 일본보다 훨씬 열악한 수준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퇴직 후에도 재취업해서 부족한 생활비를 벌지 않으면 안 될 형편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 정년퇴직자가 재취업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주 특별한 마음가짐과 노력이 필요하다.

    재취업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재취업의 중요성에 대해 확고한 인식을 갖는 것이다. 퇴직자들을 보면 대부분 퇴직 직후엔 마땅히 오라는 곳도 없는 데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적극적인 재취업 활동을 하지 않고 몇 개월을 보낸다. 그동안에 소득 감소에 따른 경제적 압박감과 가정과 사회 내에서의 자기 존재감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뒤늦게 재취업 활동에 뛰어들어보지만 공백 기간을 가진 만큼 취업은 더 어려워진다. 주위에서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퇴직 전부터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취업에 대한 강한 의지야말로 재취업 성공의 첫 번째 포인트다.

    둘째,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다. 지금처럼 청년실업자가 넘쳐나는 시대에 재취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젊은 세대가 할 수 없는 일, 혹은 하려고 하지 않는 일을 찾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면 결국 허드렛일에 가까운 경우가 많고, 이전과 똑같은 일을 해도 급여는 비교가 안될 만큼 낮아질 수 있다. 그런 경우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 게 아니라 전 직장에서 연공서열에 따라 공헌도 이상으로 받았던 금액을 못 받게 된 결과라고 생각하고 눈높이를 낮추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내세울 수 있는 주특기를 갖는 것이다. 퇴직자를 채용하려는 회사들은 그 사람이 과거에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었느냐보다는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재취업을 한다고 무작정 동분서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분석해보고 그에 맞는 직종과 업종을 정해서 효율적인 구직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마땅히 내세울 만한 주특기가 없다면 성급하게 취업자리를 알아보기 전에 주특기를 만들 수 있도록 재교육부터 받아야 한다.

    퇴직 앞둔 50대여, ‘입구관리’보다 ‘출구관리’를!

    바리스타로 재취업한 은퇴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재취업한 뒤에는…

    넷째, 자신의 장점이나 주특기 등이 잘 나타날 수 있도록 이력서를 만드는 것이다. 퇴직자들의 재취업 알선을 부탁받고 이력서를 받아보면 담당 업무조차 제대로 알 수 없을 만큼 내용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자신의 주특기나 담당했던 업무는 물론, 그간 해온 일들의 성과 등을 상세하게 기재해야 한다. 채용하는 기업에서는 그 사람이 채용 후에도 이전 직장에서 이룬 성과 이상을 달성해줄 잠재력이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다섯째, 적극적인 구직활동이다. 퇴직자에게 재취업은 오랜 시간과 힘겨운 노력이 소요되는 일이다. 따라서 체계적인 계획과 전략을 갖고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역 시절에 구축해놓은 인적 네트워크뿐 아니라 다양한 인재은행, 시니어 워크넷이나 실버취업과 같은 특화된 채용 사이트 등을 통해 적극적인 구직 노력을 해야 한다.

    재취업한 이후의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

    첫째, 재취업한 직장을 전 직장과 비교해 비하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큰 조직에서 근무하던 사람도 재취업을 하면 중소기업에 가게 될 공산이 크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시스템이나 시설에서 크게 뒤떨어진 경우가 많다. 또한 큰 조직에서는 자기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됐는데, 작은 회사에선 심한 경우 화장실 청소 등 온갖 잡다한 일을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대조직의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왜 중소기업에 도급을 주는가. 중소기업이 효율성 면에서 대기업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전 직장과 비교해야 한다.

    둘째, 사소한 비용이라도 꼭 필요한 것인지 따져보고 지출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1990년대 이후 세계적 추세를 보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대기업보다 가족경영 기업이 더 좋은 평가와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가족경영 기업의 오너들이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은 타인의 돈을 쓸 때는 자기 돈을 쓸 때처럼 아끼지 못한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서 각종 비용지출에 낭비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년 후 재취업을 하게 되는 중소 영세기업은 가족경영 기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회사의 오너 또는 사장은 회사 돈을 자기 돈처럼 생각한다. 따라서 대기업에서는 당연하게 지불되는 경비도 알뜰하게 여긴다. 큰 조직에 근무하다가 재취업하는 사람들은 특히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한다. “물정 모르고 낭비한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젊은 후배들에게 경쟁자가 아니라 조언자로 비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재취업한 회사에서 후배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자신의 인맥이나 경험을 통해 해결해주면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경계의 눈초리를 보낼 수 있다. 그들의 처지에서는 ‘나의 무능이 드러나는 게 아닐까’ ‘저 사람이 내 자리를 차지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가질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공적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고 소리 없이 도와주려고 해야 한다. 또한 자료작성 같은 사소한 일까지 스스로 해결해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비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퇴직 앞둔 50대여, ‘입구관리’보다 ‘출구관리’를!

    노후자금이 부족하다면 수입이 적더라도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

    ‘평생 현역’을 노려라

    주변을 살펴보면 똑같이 몇 억 원의 노후자금을 보유하고 있어도 퇴직 후 무슨 일이든 규칙적으로 일을 하면서 관리하는 사람과 놀면서 관리하는 사람은 크게 다르다. 규칙적으로 하는 일이 있는 사람은 비교적 흔들림이 없다. 반면에 놀면서 관리하는 사람은 쓸데없이 욕심을 내거나 필요 이상으로 소심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허드렛일을 해서라도 한 달에 50만 원의 수입을 얻는다면 그 효과는 2억 원의 정기예금을 갖고 있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말이 쉽지, 2억 원을 모으려면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인생 100세 시대에는 살아가면서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다. 만약 예기치 않은 어려운 일을 당하게 된다면 부부가 같이 체면을 버리고 허드렛일이라도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사는 것이 재테크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현역시절에 모아둔 재산이나 연금 등으로 노후생활에 걱정이 없는 사람들은 퇴직 후에 아무 일도 안 해도 되는가. 그렇지 않다. 노후생활비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 오전에는 헬스클럽에서, 오후에는 커피숍에서 무료하게 소일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도 아니고 30~40년을 그렇게 보내야 한다면 그 또한 고역일 것이다.

    선진국에서 퇴직 후 기본적인 노후생활비에 걱정이 없는 사람들은 취미활동이나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 약간의 용돈벌이를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NPO 활동이다. NPO란 ‘Non-Profit Organiza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민간 비영리 조직’또는 ‘비영리 활동’ 등으로 번역한다.

    NPO 활동과 단순한 자원봉사(volunteer) 활동은 어떻게 다를까. 일반적으로 자원봉사 활동은 100% 무보수 활동을 원칙으로 하지만, NPO 활동엔 약간의 보수를 받는 경우까지 포함된다. 예컨대 시간당 적정임금 수준이 5000원인데, 2000원을 받고 일을 한다면 그 차액에 해당하는 3000원만큼은 자원봉사로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선 NPO에서 일하는 사람도 취업인구에 포함시킨다. 현재 미국에는 200만 개 정도의 NPO가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전체 취업인구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실시한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후 자원봉사활동 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70% 정도에 이르는 은퇴자들이 공식, 비공식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은퇴 이전에 자원봉사활동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은퇴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도 1995년 고베 대지진을 계기로 NPO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해왔다. 지난해 3월 말 현재 법인 인증을 받은 NPO가 4만5000개에 달할 만큼 붐을 이뤘다.

    퇴직 앞둔 50대여, ‘입구관리’보다 ‘출구관리’를!
    강창희

    1947년 서울 출생

    서울대 농경제학과 졸업, 일본 도시샤대학원 석사

    현대투신운용, 굿모닝투신운용 대표

    미래에셋 부회장 겸 투자교육연구소장

    現 미래와금융연구포럼 대표

    저서 ‘30대 이후의 인생 재테크 펀드투자로 시작하라’ 등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현역에서 물러난 전문가들이 NPO를 설립하거나 이미 설립된 단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NPO 활동은 앞으로 더욱 왕성해질 것이다. 경제력이 커지고 사회가 성숙하면 NPO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직장인들은 과거처럼 획일적인 노후를 보내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생각으로 현역시절부터 각자에게 맞는 ‘후반 인생’을 설계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는 ‘평생 현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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