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위협 실체는 ‘A-데이 작전’…옛날 전쟁은 잊어라
- 위기 시 北 의도만 분석하고 대비는 소홀한 한국
- 2015년 킬체인 완성 믿고 전작권 환수 고집하는 김장수
- 美 킬체인 가동시간은 35분인데 韓 킬체인은 30분?
- 미사일 요격 불가능한 KAMD…PAC-3, SM-3 도입해야
- 비핵화정책으로 불가능한 자위적 핵무장…확장억제 의문
한국형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함대지 순항미사일 해성-2
북한의 위협이 사라졌기에 상황이 달라진 것일까. 아니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상황 전환은 북한에 더 나은 무기를 개발할 시간을 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어제의 위기를 오늘의 위험으로 보지 않고, 잊힌 역사로 넘겨버리는 것일까.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많은 재사(才士)가 등장해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지 분석한다. 적(敵) 의도 분석에 집중하는 것인데 이는 대한민국의 고질(痼疾)이다. 임진왜란이 있기 전에 조선 조정도 일본이 전쟁을 벌일지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일본에 사신을 보낸 뒤에도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의중을 다르게 분석했다. 그러고도 서로 싸우다 맥없이 침략을 당했다.
의도만 분석하고 대비는…
6·25전쟁 때도 마찬가지다. 38선에서는 송악산 전투를 비롯해 많은 전투가 벌어지고 북한은 남조선 해방을 위해 끊임없이 공작원을 침투시키고 있었는데도 대한민국은 사분오열돼 상투적인 대응만 하다 전면전이라는 기습을 허용했다. 의도 분석의 목적은 올바른 대비를 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저 의도 분석에서 멈춰버린다.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면 “응징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전쟁을 하겠다는 거냐?”며 그들을 비판하는 온건파의 대립이 일어난다. 온건파의 속성도 일반적으로는 반북(反北)이다. 하지만 전쟁을 두려워하기에 북한을 달래는 쪽으로 돌아선 이들이다. 비판적으로 말하면 ‘평화 애걸세력’이다. 평화 애걸세력이 종북세력과 하나가 돼 강경파를 비판하기 시작하면 위기의 대한민국은 남남(南南)갈등에 빠져든다. 임란 직전 동·서인으로 나뉘어 싸운 조선 조정과 다를 바 없다.
이 굴레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임란 전 이율곡이 10만 양병을 주장했다는 설(說)이 있다. 생전의 율곡은 10만 양병을 주장한 바 없다. 그런데 그가 타계한 후 정유재란을 맞았을 때 제자 김장생이 ‘율곡행장’을 만들면서 율곡이 10만 양병을 주장했다고 적은 후 율곡의 문인들이 이를 반복해서 기록함으로써 율곡의 10만 양병설은 기정사실화했다.
율곡이 정말 10만 양병을 주장했느냐를 따져볼 생각은 없다. 임진왜란 전 조선이 했어야 할 일은 10만 양병이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의중 파악이 아니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북한의 위협이 두렵다면 김정은의 의도 파악에 집중할 게 아니라 그들의 행동을 무력화하는 방안 마련에 치중해야 한다.
임란 직전에 이러한 대비를 한 인물은 율곡의 문인들이 아니었다. 거북선을 만들고 수군을 조련해온 이순신이었다. 그러한 이순신을 알아보고 발탁한 건 유성룡이다. 지금 한국에는 유성룡과 이순신처럼 준비하는 사람이 필요한다.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전쟁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현대의 전쟁 양상이 6·25 때와 판이하다는 것을 모른다. 60여 년 전의 전쟁은 포를 쏘며 지상군이 대거 진공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때의 공군기는 ‘장거리 포병’ 역할을 했다. 승부를 결정짓는 핵심 전투 세력은 지상군이고 공군과 포병은 지원전력이었다.
현대전의 총아 A-데이 작전
과학기술의 발달로 전면전 양태가 달라졌다. 항공과 미사일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전쟁의 중심이 그쪽으로 옮겨갔다. 항공기와 미사일을 날리는 공격을 세칭 ‘A(Air)-데이 작전’이라고 하는데, 현대전은 A-데이 작전으로 시작된다. A-데이 작전으로 적의 거의 모든 전력을 파괴해 마비시킨 후 지상군을 투입하는 ‘G(Ground)-데이 작전’을 펼친다.
과거의 전쟁에서는 최전선에서 맞붙은 양쪽 지상군이 가장 강력한 전투를 했다. 따라서 최전선의 적 지상군을 부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격이었다.
A-데이 작전의 양상은 전혀 다르다. A-데이 작전에서 가장 먼저 부수는 것은 적 후방 깊숙한 곳에 있는 적국 지도부와 적군 지휘부, 적군 미사일 기지와 공군기지, 레이더 기지, 포병 기지 등이다. 그리고 통신시설과 발전시설, 산업시설 등을 파괴해 전투 기반을 흔들어놓은 다음 최전선에서 아군을 위협하는 적군을 마지막에 공격한다. A-데이 작전으로 확보한 승리를 G-데이 작전으로 확인하고, 굳히는 ‘안정화 작전’을 펼친다.
공군은 자신들이 중추가 된 이 전쟁을, 적을 뇌사(腦死) 상태에 빠뜨리는 것이라며 ‘전략적 마비전’이라고 일컫는다. 지상군은 ‘공지작전(空地作戰·Air Land Operation)’으로 부른다. 전쟁의 중심을 자처하던 육군이 공지작전을 수용한 것은 A-데이 작전이 중요함을 알고 이를 더 중시하게 됐다는 뜻이다.
대량 기동전의 맹점
한국형 킬체인이 2015년 완성된다고 보고 2015년 전작권 환수를 주장하는 김장수 안보실장.
한미연합군은 이러한 작전을 연습한다. 매년 3월 실시하는 키리졸브 연습이 그것이다. 공지작전, 전략적 마비전, 공해작전을 만든 것은 미군인데 한국은 그러한 미군과 연합해 최첨단 작전술을 익힐 수 있다. 북한도 이런 사정을 알기에 이 연습을 할 때마다 한미 양국이 북침훈련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연습은 북한이 도발했을 때를 상정한 것이다. 북한이 도발하지 않으면 이 작전을 현실화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북한은 비명을 내지른다. 이 훈련을 이유로 천안함 폭침 같은 도발을 획책해 위기를 조성한다.
공지작전, 공해작전을 할 수 있는 군에 60년 전 전술로 전면전을 기도하는 것은 ‘몰살(沒殺)’을 자처하는 짓이다. 6·25 때처럼 북한이 포를 쏘고 항공기를 띄우며 지상군을 대거 남침시키고 함대를 출항시키면, 한미연합군은 준비된 공지작전, 공해작전으로 그들을 궤멸할 수 있다.
이러한 부담에도 북한은 능력이 그것뿐이라 이판사판으로 고래(古來)의 전쟁을 강행할 수가 있다. 60년 전 방식으로 전쟁을 치르려면 지상군을 대규모로 동원해야하기에 그들이 사용할 막대한 군수품을 미리 준비해놓아야 한다. 전투에 돌입한 1개 사단이 하루에 소비하는 물자는 4t 트럭 400대 분에 달한다고 한다. 군수품을 싣고 가는 트럭들도 유류와 식량을 소비하니 과거식 지상전을 준비할 때는 전투 이상으로 군수(軍需)가 중요 작전이 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승부는 군수에 의해 판가름난다.
지금 북한은 군수 물자를 마련할 능력이 없지만, 오래전부터 탄약과 식량, 유류를 비축했다면 이런 작전을 감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전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많은 부대를 특정 지역으로 집결시키고 한 곳을 선택해 집중 공략해야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 전선에 흩어놓은 부대를 몰래 한 곳으로 결집시키고, 특정 지점을 선택해 뚫릴 때까지 파상적으로 공격하는 ‘제파식(諸波式) 공격’을 해야 한다.
돌파 가능성을 높이려면 보병보다는 전차나 장갑차로 구성된 기동부대를 투입하는 것이 좋다. 기동군을 대거 동원한 제파식 공격을 해야 하는데, 이 전술을 구사하면 D-데이 H-아워 직전에 많은 부대가 기동하므로 한미 정보부대는 금방 그 사실을 포착할 수 있다.
과거 북한이 ‘서울 불바다’ 위협을 했을 때는 물론이고 지난 4월 위기 때도 북한군 기동부대가 대량 기동하는 움직임은 발견되지 않았다. 전선의 북한군은 농사도 짓는 둔전군(屯田軍) 성격을 띠고 있다. 4월 위기 때 인민군은 농사 지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고 보고 북한을 달래야 한다는 평화 애걸세력이 일어나 종북세력과 함께 남남갈등을 야기했다. 북한의 의도 파악에 과도하게 집중하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다.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말려들었다는 얘기다. 대비책 마련 없는 의도 파악은 악순환을 낳는다.
북한도 작전 바꿨다
몰살을 각오하지 않는 한 북한은 60년 전 전술로 한국을 침략하기 어렵다. 한국을 침공하려면 그들도 A-데이 작전을 펼쳐야 한다. 북한도 A-데이 작전을 준비해온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이 구축한 방공망이 조밀하고 북한은 에너지난이 심각해 항공유를 많이 소비하는 대규모 편대군(群) 공격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사일 대량 발사로 A-데이 작전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미사일, 특히 탄도미사일은 조종사가 조종해 표적 상공까지 날아가 미사일이나 폭탄을 떨구는 항공기 공격보다 정밀도가 떨어진다. 북한은 장거리 지대지 순항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았다. 따라서 빗맞더라도 표적을 파괴할 수 있도록 탄도미사일에 실을 탄두를 강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엉뚱한 곳에 떨어져도 표적을 파괴하는 강력한 탄두는 핵탄두이기에 핵 개발에 올인한 것이다.
핵탄두가 완성되면 은하-3호 기술로 만든 미사일에 실어 A-데이 작전 때 제1발로 쏘아 올릴 것이다. 이것이 현실화할 수 있는 북한의 A-데이 작전 양상이다. 지난 4월 북한이 가한 위협이 이것에 가까웠다.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
북한이 A-데이 작전을 펼치면 한미연합군도 A-데이 작전으로 응전할 수밖에 없다. 응전 제1발은 전략적 마비전 개념에 따라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와 인민군 총참모부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간다. 따라서 A-데이 작전을 펼치기 전 북한 수뇌부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한다. 벙커에 숨어 A-데이 작전을 지휘하는 것이다.
한미연합군 정보부대는 평소 이 벙커의 위치를 찾는 데 주력한다. 유사시 국가 지도부와 군 지휘부가 벙커로 이동해 자국군을 지휘하는 연습은 모든 나라가 한다. 한국은 독수리연습을 통해 이 훈련을 반복한다. 북한도 나름대로 연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대가 연습할 때 적국 지도부와 지휘부가 들어가는 벙커가 어디 있는지 세밀히 추적한다.
이런 벙커는 A-데이 작전 때 제1발로 파괴할 표적이 된다. 그리고 적의 미사일 기지를 동시에 타격한다. 적은 이를 피하기 위해 A-데이 작전이 임박하면 기지에 있는 미사일을 ‘TEL’이라는 미사일 이동 차량에 실어 다른 곳으로 가져가 발사하게 한다. 유사시 실시하는 이러한 산개(散開)는, 잘못하면 엉켜버릴 수도 있기에 평소에 훈련을 한다.
상대국 정보부대는 이 훈련 과정을 정밀 추적해 미사일 기지와 TEL이 전개되는 곳의 좌표를 정확히 확인해놓는다. 그리고 A-데이 작전을 펼칠 때 그 좌표 중 어느 곳에 TEL이 배치돼 있는지 확인하고 미사일을 발사한다.
속고 속이는 정보전
작전은 ‘속고 속이는 게임’이다. 상대를 속이기 위해 가짜 TEL을 만들어 과거 훈련 때 배치했던 곳으로 보내기도 한다. 유사시 전개된 TEL이 갑자기 늘어났다면 이는 적국이 가짜 TEL을 혼합해서 배치했다는 뜻이다. 그때 진짜 TEL을 추려낼 수 없다면 제1격을 가할 때 모든 TEL을 부숴야 한다. 따라서 응전 A-데이 작전의 제1격은 한 발만 쏘는 게 아니라 표적보다 훨씬 많은 미사일을 동시 또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연속사하는 ‘에어쇼’ 형태가 된다.
적은 미사일과 함께 공군기도 띄울 수 있다. D-데이가 임박하면 북한은 한미연합군을 속이기 위해 계류장에는 목업(mock-up)이라고 하는 장난감 전투기를 배치할 수가 있다. 진짜 전투기는 미국 정찰위성이 볼 수 없는 안전한 격납고(Igloo)에 넣어 그곳에서 무장을 시킨다.
따라서 한미 정보부대는 평시, 북한 공군기지의 격납고 위치를 확인해놓아야 하다. 그리고 A-데이 작전이 결정되면 격납고와 함께 계류장에 늘어선 목업일지도 모르는 전투기도 동시에 파괴한다. 이러한 공격도 속도 빠른 미사일로 할 수밖에 없으니, A-데이 작전에서 발사되는 탄도 미사일은 수백~수천 발로 늘어나게 된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을 속이기 위해 산속에 공군기지를 건설해놓기도 했다. 산속 터널에서부터 활주로를 만든 것이다. 공군기의 출발(이륙) 지점이 되는 산속 터널의 활주로 좌우에 격납고를 만든다. 북한은 그곳에서 공군기를 무장시키고 활주로를 달려 이륙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곳은 미사일을 집중 발사해 활주로 터널을 붕괴시켜야 한다. 북한 공군 기지와 그곳에 전개된 진짜 전투기와 장난감 전투기도 제1격으로 잡아야 할 표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전으로 남북한이 맞붙을 경우 예상되는 A-데이 작전 상황이다. 사실상의 결전(決戰)인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상대의 응전을 피해 많은 미사일을 신속히, 그리고 정확히 발사해야 한다. 그러려면 표적의 좌표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정확한 좌표를 알고 있으려면 평시에 정보부대를 동원해 적 훈련 과정을 정밀히 추적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 싸움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한 것은 한미연합군이다. 북한은 한국을 살펴보는 정찰위성과 정찰용 무인기가 없다. 한국군은 과학용 관측위성 2대(아리랑 2호와 3호)와 금강 정찰기를 갖고 있다. 동맹인 미국은 세계 최고의 정찰위성과 고고도 무인기(글로벌호크), 중고도 무인기(프레데터), 고공정찰기 U-2를 갖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북한은 4월 위기 때처럼 TEL을 끌고 다니며 위협할 수는 있어도 발사할 것처럼 기립(起立)시키는 시도는 못하게 된다. 정보전 경쟁에서 크게 밀리기에 북한의 A-데이 작전은 억제(抑制, deterrence)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판사판이 되면 북한도 A-데이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북한은 바보가 아니다. A-데이 공격을 결심하면 북한은 동시에 수백~수천 발의 탄도미사일을 쏠 것이 분명하다.
선제타격은 침략일까?
북한 미사일이 대한민국 곳곳에 떨어진 다음 한미 작전부대가 A-데이 작전으로 대응한다면, 종국에 한미연합군이 승리한다고 해도 상처뿐인 승리가 된다.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한국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조짐을 보일 때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
지난 4월 한국이 논의했어야 할 것은 북한의 의도 분석이 아니라 선제타격 문제였다. 한미연합군이 쏜 탄도미사일이 북한에 떨어지면 한미 양국이 먼저 북한을 공격했다는 시비가 일어난다. 한국이 침략국가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있는데도 이상희 장관 이래 한국의 모든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할 조짐을 보이면 선제타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북한은 노동 미사일로 일본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방위성 장관들도 북한이 일본을 공격할 조짐을 보이면 선제타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의 국방장관과 한미연합사령관도 유사한 발언을 거듭해왔다. 왜 세 나라의 국방 책임자들은 선제타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일까.
먼저 선제타격이 국제법상 적법한지부터 살펴보자. 선제타격이 침략전쟁인지 아닌지를 가려보자는 것이다. 유엔헌장은 51조 등에서 침략전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도 헌법 5조에서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헌법에서 침략전쟁을 인정하지 않는다.
침략전쟁에 반대되는 것이 ‘적법하다’고 평가되는 방어전쟁이다.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이 몰려가 이라크군을 쿠웨이트에서 축출한 걸프전이 전형적인 방어전쟁에 해당한다. 방어전쟁이었기에 미국이 중심이 된 다국적군은 유엔의 승인을 받고 참전했다. 6·25 때 한국이 펼친 전쟁도 방어전쟁이다. 북한이 전형적인 침략전쟁을 일으켰기에 유엔은 유엔헌장에 따라 사상 최초로 유엔군을 편성해 대항했다.
침략전쟁과 방어전쟁 사이에 ‘예방전쟁(preventive war)’이라는 것이 있다. 예방전쟁은 상대가 전쟁을 할 조짐을 보일 때 먼저 공격해 그 의도를 무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침략전쟁은 아니기에 이겨도 자국에 통합시키지 않고 철군한다. 그러나 그냥 철군하진 않는다. 예방전쟁은 공격 의도를 가진 적국 정부를 무너뜨리고 평화를 추구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게 하는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정권을 교체하고 그 정권을 안정화시킨 후 철군한다.
2003년 미국이 벌인 이라크전쟁이 예방전쟁에 가깝다. 예방전쟁은 성격이 모호하기에 유엔은 아직 승인해주지 않는다.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해 세계 평화를 위태롭게 한다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해 이라크를 공격한다고 했다. 그런데 승리 후 이라크 전역을 뒤졌지만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아 예방전쟁을 핑계로 침략전쟁을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를 점령하지 않았다. 반미적인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뒤 친미 정부를 세워 안정화한 후 9년 만에 철군해 예방전쟁이었음을 입증했다.
이라크 전쟁은 A-데이 작전을 제대로 선보인 사례였다.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한 것은 9·11테러 때문이다. 미국은 반미국가가 테러 세력을 보호해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보고, 그 나라를 상대로 한 예방전쟁은 할 수 있다고 봤다. 예방전쟁은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나 침략전쟁은 아니기에,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도 적법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이러한 예방전쟁과 혼동되는 것이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이다. 선제타격은 위협을 가하는 나라를 공격해 그 정권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정권을 세우는 정권교체까지는 하지 않는다. 정권은 그대로 두고 공격 의도만 파괴하는 것이다.
선제타격과 예방전쟁
1998년 미국은 반미 테러세력이 숨어 있는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의 모처를 공격했는데 이것이 선제타격에 해당한다. 선제타격은 이유가 명백할 경우 시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선제타격도 대개 미사일로 하기에 소규모 A-데이 작전이 된다.
테러 세력은 그 세력이 소속된 국가에서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그 나라가 능력과 의지가 없다면 테러 위협을 받는 나라가 자위권 차원에서 선제타격을 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협이기에 선제타격으로 이를 제거하는 것은 적법하다. 한·미·일 국방장관은 이 점에 주목해 북한이 공격 조짐을 보일 때는 선제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고 공언해온 것이다.
선제타격과 비슷한 것으로 R2P 작전이 있다. ‘주민 보호’를 뜻하는 ‘Responsibility To People’의 준말이다. R2P는 1948년 유엔이 제정한 세계인권선언을 근거로 한다. 본래 주민 보호는 그 나라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나라 정부가 독재를 해 주민을 탄압한다면 , 주변국들이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그 정부를 공격할 수 있는 게 R2P 작전이다.
2011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GCC(걸프협의회) 회원국이 유엔의 승인을 받아 주민 탄압을 일삼던 리비아의 카다피 정부를 공격해 무너뜨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R2P 작전도 선제타격을 앞세운 A-데이 작전으로 수행한다. 유엔은 리비아의 주권을 인정해 참전국들이 리비아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만 금지했다.
NATO와 GCC 국가들은 미사일 공격으로 리비아의 지도부와 지휘부, 공군기지, 레이더 기지, 통신시설 등을 파괴한 후 항공기를 띄워 주민을 탄압하는 정부군을 공격했다. 카다피를 체포해 척결하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혁명은 주권을 가진 리비아 국민에게 맡겼다. R2P 작전은 예방전쟁과 달리 참전한 군이 정권교체를 하지 않는다.
조기경보기 피스아이를 선두로 편대비행하는 한국 공군기. 그러나 공중급유기가 없어 한국 공군은 유사시 완벽한 킬체인 작전을 하지 못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충분한 이유가 있는 선제공격은 국제법상 적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4월 북한은 TEL을 끌고 다녔지만 한미연합군에 선제공격을 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이 분명하다. 선제공격을 당할 정도의 도발은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이 선제공격할 것 같은 쇼를 펼친 것인데, 이것이 한국에서 먹혀들었다.
3차 핵실험으로 핵무장을 한 북한이 이판사판으로 미사일 공격을 하는 것을 막으려면 근본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은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인 KAMD로 압축된다.
킬체인은 유사시 북한이 수백~수천 발의 미사일을 연속 발사하고 공군기도 대량으로 띄울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사전에 제압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A-데이 작전을 할 조짐을 보이면 우리도 모든 미사일과 항공기를 동원해 선제타격을 한다. 이 작전에 한국군은 한국산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1과 현무-2, 순항미사일인 현무-3, 미국산 탄도미사일인 ATACMS(에이타킴스), 국산 함대지 순항미사일인 해성-2와 함께 공대지 순항미사일인 SLAM-ER과 팝아이, 정밀 유도폭탄인 JDAM(제이담) 등을 탑재한 공군기를 동원한다.
그러나 한국군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현무-2와 ATACMS의 사거리는 300km라, 충북 음성쯤에서 발사하면 함경북도 같은 후방 깊숙한 곳에서 발사하려는 북한의 핵탄두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파괴하기 어렵다. 한국은 공중급유기가 없어 F-15K 같은 전폭기도 귀환을 포기하지 않는 한 작전할 수가 없다. 순항미사일은 사거리가 길고 정확도가 높지만 여객기 속도인 마하 0.8 안팎으로 느리게 날아가니 이미 미사일을 발사해버린 빈 기지를 때릴 가능성이 높다.
정답은 지난해 한미 미사일협정 개정으로 확보된 사거리 800km의 탄도미사일이다.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는 이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인력을 모으고 있다. 한국은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환수하기로 돼 있는데, 그때까지 이 미사일이 제대로 개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거 국과연은 세계 최고를 목표로 K-21 장갑차와 K-2 전차 등을 개발했지만, 실전 연습에서 하자가 발견돼 재개발에 착수했다. 이 미사일 개발 과정에도 그러한 실수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은 노무현 정부의 국방부장관으로 재임할 당시 미국과 2012년 전작권 환수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을 겪은 이명박 정부 때 한미 합의로 환수 시기가 2015년으로 연기됐다. 김 실장은 2015년 전작권을 환수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김 실장의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2015년 한국형 킬체인 완성을 근거로 한미연합사 해체를 전제로 한 전작권 환수를 주장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거리 800km은탄도미사일이 2015년까지 완성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스텔스 전투기라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스텔스기 도입 여부는 올여름의 3차 FX 사업에서 결정된다. 도입하기로 할 경우 스텔스 1호기는 2017년 이후에 들어올 전망이다.
2015년 한국형 킬체인은 완성되지 않는 것이다. 800km 미사일과 스텔스를 도입한다 해도 한국형 킬체인에는 문제가 있다. 미국의 도움 없이는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킬체인이 제대로 가동되려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조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한국은 그러한 능력이 부족하다.
이는 정찰위성과 고-중고도 무인기 등을 갖고 있는 미군이 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군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킬체인을 가동해야 한다. 미군의 ‘눈’을 통해 표적을 보고 한국의 ‘창’을 던지는 것이니, 한국은 미국과 연합군(한미연합사)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김 실장은 2015년 전작권 환수를 고집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경우를 참고해서 킬체인을 만들었다. 한국형 킬체인을 가동하려면 미국 정보망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미국형 킬체인은 탐지에서 격파까지 35분이 걸리는데, 한국형 킬체인은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이것을 믿어도 될까. K-2 전차와 K-21 장갑차처럼 한국형 킬체인은 완성 후 바로 보수에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킬체인이 확실하지 않으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인 KAMD로 북한이 쏜 미사일을 요격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그러한 능력이 없다. 한국이 확보하고 있는 철매 방공미사일은 호크를 대체하는 것으로 적기 요격을 주목표로 한다.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은 PAC-3가 있어야 요격할 수 있는데 한국은 PAC-3를 도입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 MD는 KMD가 아니라 적기를 막는 A(Air)를 추가해 KAMD로 불리게 됐다.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도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 요격미사일인 SM-3를 탑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AC-3를 도입하고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에 SM-3를 탑재해야 KAMD는 어느 정도 완성될 수 있다.
전작권 환수 고집할 건가
그 후에도 문제가 남는다. 한국의 눈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감시하는 것보다는 미국의 눈으로 감시하는 것이 월등히 나으니 미국과 협조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미 미사일협정 개정으로 한국은 고고도와 중고도 무인기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무인기라도 있어야 KAMD와 킬체인을 유지할 수가 있는데 한국형 고고도-중고도 무인기가 2015년 개발 완료되리라 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미국이 구축하는 MD에 들어가는 것이 한 방법이 된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PAC-3를 배치하고 정찰망도 함께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 MD 가입을 꺼리고 있다. 미국 MD에 가입하는 것은 곧 한국에 탐지거리가 최대 5000km인 X밴드 레이더를 설치하는 것이다. 그 외 분야는 기술력 차이 때문에 한국이 참여할 수가 없다. 미국은 5000km 레이더로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감시하려고 하는데, 한국은 이 레이더를 설치하면 대중(對中)관계가 나빠질 것이라며 MD 참여를 거부했다. 그러나 일본은 일찌감치 참여해 두 곳에 이 레이더를 설치하게 했다.
모호한 ‘확장억제’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은 핵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핵으로 대응하는 것과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해 대응하는 방법이 있다.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해 북한과 핵균형을 이뤄 위기를 막자는 것이 ‘자위적 핵무장론’이다. 그러나 한국은 노태우 정부 이래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비핵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재확인했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지 않고도 북한과 핵균형을 이루려면 미국 핵에 의존해야 한다. 여기에는 과거처럼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는 방법과 지금처럼 미국으로부터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제공받는 방법이 있다.
확장억제는 반드시 핵으로 북한 핵을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토마호크 등 재래식 무기도 사용해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형 킬체인이 확장억제와 유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확장억제는 미국형 킬체인에 미국의 핵무기를 더한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러나 확장억제는 구체적이지 않고, 모든 것을 미국에 의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3대 방안은 모두 불완전한 것이다. 3대 방안이 가동하려면 한미연합군 체제를 유지하는 게 좋은데 김장수 실장은 2015년 한미연합사 해체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김장수 실장과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한 예비역 장성은 “2015년 킬체인이 완성된다고 해서 전작권 전환에 찬성했는데, 실상을 알고 보니 그렇지 않아 입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북한의 국지 도발에도 한미연합으로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지난 3월 정승조 합참의장과 셔먼 연합사령관이 ‘공동 국지도발대비 계획’에 서명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큰 위기가 될 수 있는 북한의 A-데이 도발에는 한국군 단독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 김장수 실장의 판단이다.
한국형 킬체인과 KAMD는 장밋빛 비전만 제시한 채 완성되지 않을 수 있고, 자위적 핵무장은 할 수가 없고, 확장억제는 믿을 수가 없는데….
10만 양병설은 말로만 존재했지만 오늘날의 대비책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의도만 파악하는 탁상공론이 중단되고 통일을 향한 노력이 본격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