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체지방 10%, 근육 잘 붙는 체질
‘남보다 많이 뛰고, 안 돼도 되게 하라’
이목구비는 아빠, 이미지는 엄마 닮아
소소한 재미에 도전하는 미래 꿈꿔
김지은 선수는 미모뿐 아니라 실력도 월등해 트랙 위에서 더욱 빛이 난다. [박해윤 기자]
외모와 마인드만 훌륭한 게 아니다. 각종 육상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쓰는 실력자이기도 하다. 2022년 전국체육대회 육상 여자 일반부 400m 우승, 2020년 예천 전국대학일반육상경기대회 여자 400m 허들 1위 등 수상 실적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주 종목은 400m와 400m 허들. 중학교 때는 100·200m 단거리선수로 활약했다.
잘 뛰는 유전자는 부모에게 물려받았다. 그의 육상 코치이자 현 소속팀 김우진 감독이 아버지, 육상 국가대표 출신 공정심 씨가 어머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지도를 받으며 육상으로 단련된 그의 몸에서 체지방은 평소 10%, 육상 경기가 열리는 시즌에는 7%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7월 30일, 경북 예천군 예천공설운동장에서 그의 실물을 ‘영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도 트랙 위에서 더욱 빛나는 용수철 같은 근육질이다.
당근보다 채찍 든 ‘부성애’
체지방 비중이 10% 이하에 온몸이 근육질이다. 비결이 뭔가.
“정말 열심히 관리한다. 훈련이 끝난 뒤에도 쉬지 않고 스트레칭, 필라테스, 요가를 계속해 속 근육을 강화한다. 또 몸 안에 염증과 부종이 생기지 않도록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자세를 교정하는 데도 공을 들인다. 어릴 때부터 훈련과 운동을 일상으로 여기며 몸을 단련했더니 근육이 정말 잘 붙는 체질이 됐다. 다른 사람과 같은 시간 운동해도 근육이 더 빨리, 많이 생긴다. 근육이 없는, 마른 체형의 여성이 정말 부럽다. 한 번도 그런 몸인 적이 없다.”
요즘처럼 육상 시즌이 끝난 뒤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훈련한다. 힘들지 않나.
“400m 달리기는 운동량이 중요해 정말 많이 뛴다. 평소 인터벌 훈련에 집중하면서 웨이트트레이닝과 보강 훈련을 따로 병행해 근력을 키운다. 재활훈련도 꾸준히 한다. 400m 달리기는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선수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김지은 씨가 육상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남학생과 겨뤄도 뒤지지 않는 실력과 남다른 승부욕을 지닌 그의 근성을 눈여겨본 체육 선생님의 권유가 결정적 계기였다.
“그때는 운동을 이렇게까지 오래 할 줄 몰랐는데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지는 걸 끔찍이 싫어한다. 이왕 시작한 거 끝장을 보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임하다 보니 지금까지 달리고 있는 것 같다.”
부상을 당해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들었다. 어떻게 이겨냈나.
“처음엔 아킬레스건을 다치고, 두 번째는 고관절, 세 번째는 햄스트링이 손상됐다. 몸도 힘들었지만 정신적 고통이 더 심했다. 그런 부분을 가족이 옆에서 보듬어줬다. 스스로도 무너지지 않으려고 나를 다독이고 응원했다. ‘괜찮다, 할 수 있다, 지금만 잘 버티자’고 말이다.”
가장 큰 도움이 된 사람이 누군가.
“어릴 때부터 나를 지도해 준 아빠다. 체력만이 아니라 정신력도 케어해 주셨다. ‘안 되면 되게끔 하라. 노력 없이 얻는 것은 없다. 남들이 쉴 때 더 많이 노력해야 그 이상을 뛸 수 있고, 얻는 것도 있다’는 말로 나를 강하게 단련했다.”
아버지가 코치여서 여러모로 좋았을 것 같다.
“특혜가 있을 줄 아는데 그 반대였다. 남보다 더 혹독하게 운동을 시켜 굉장히 힘들었다. 한번은 내가 독감에 걸렸다. 보통 아빠 같으면 ‘우리 딸 쉬어. 어디가 안 좋아?’ 그럴 텐데 나는 ‘넌 안 돼. 그런 정신으로 어떻게 선수를 하냐’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아파서 못 걸을 정도가 아니면 무조건 운동을 시키셨다. 그게 중학교 때인데 막 울면서 운동 스케줄을 소화한 기억이 난다.”
아빠를 원망했을 법한데.
“원망보다는 ‘왜 나는 다른 집 딸들처럼 아빠에게 사랑을 못 받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그게 아빠가 딸을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걸 안다. 아빠가 원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나에 대한 기대와 욕심이 그만큼 컸기에 강하게 밀어붙인 것 같다. 이해한다.”
눈부신 피지컬은 노력의 결실
부상 때문에 주 종목을 바꾼 것으로 안다. 적응하기 힘들지 않았나.
“100m 같은 경우 폭발적인 힘이 필요한데 아킬레스건 통증 때문에 스타트 블록을 잘 차기가 힘들었다. 불가피하게 발목 부담이 덜한 400m로 종목을 선택했는데 하다 보니 적성에 맞았다. 400m 달리기는 스피드와 체력과 운동량 모두 중요한 가장 힘든 종목이다. 처음에는 ‘잘 뛰어야겠다’가 아니라 ‘한 만큼만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런데 종목을 바꾼 그해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잠시 주춤한 시간도 있지만 독한 훈련을 거듭해 정상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잘 뛰는 것은 유전의 힘이기도 하다. 그의 아버지는 110m 허들 종목의 국가대표 상비군이었다. 국가대표 출신인 어머니 공정심 씨는 800m와 1500m가 주 종목인 중장거리 선수였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임춘애 선수가 육상에서 3관왕을 차지하기 이전에 두각을 나타냈다.
육상을 잘하는 건 타고난 재능 덕이라고 생각하나.
“유전자의 영향이 없을 순 없다. 엄마, 아빠의 재능을 물려받은 면도 있지만 내 노력이 그 이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타고난 재능이 10%라면 나머지 90%는 내 노력으로 얻은 것이다. 근육이 잘 생기는 몸이 된 것도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얼굴은 운동을 정말 안 하게 생겼는데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놀랍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월등한 피지컬 덕에 3월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 시즌2’에 출연한 바 있다.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대결을 펼치는 구도로 최고의 ‘몸’을 가리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출연 소감을 묻자 그는 “전국에서 몸 좋은 분을 다 모아놔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김지은 선수는 “운동도, 다이어트도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해윤 기자]
“꾸준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식사량을 조절하든, 운동을 하든 꾸준히 해야 한다.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보려고 무리하면 요요 현상이 나타난다. 살을 빼는 것보다 중요한 게 사후관리다. 사후관리를 잘해야 다이어트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요요 현상을 막으려면 조금씩, 천천히 살을 빼는 것이 좋다. 다이어트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가장 안 좋다.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육상계 이영애’로 불리는 기분이 어떤가.
“처음에 그런 말을 들었을 때는 부담스러웠다. 사람들이 욕할까 걱정도 했다. 지금도 그분과 정말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유명하고 대단한 배우의 닮은꼴로 언급돼 영광이고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전에도 외모에 대한 찬사를 자주 들었을 것 같다.
“인사치레로 그냥 하는 말이라고 여겼다.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린 적이 많다. 사실 사람들과 만날 일이 별로 없다. 거의 매일 운동으로 시작해 운동으로 끝나는 일상을 반복했다.”
‘모태솔로’인가.
“아니다. 현재 남자친구가 있다. 남자친구도 운동을 좋아한다. 취미 생활이나 휴식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다.”
만나면 주로 어떤 데이트를 즐기나.
“카페에 가거나 쉬는 게 대부분이다. 평소에 몸을 너무 많이 쓰다 보니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생김새는 누구 닮았나.
“이목구비는 아빠를 많이 닮았는데 풍기는 이미지는 엄마를 닮았다고 하더라. 두 분이 닮았다. 예쁘고, 멋있다.”
육상선수는 햇볕을 많이 받는다. 피부를 어떻게 관리하나.
“자외선에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선크림을 자주, 두껍게 바른다. 운동이 끝나면 씻고 나서 바로 알로에 수딩젤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엄청 많이 바른다. 그런 다음 수분크림과 앰플로 보습을 하고, 자기 전에는 마스크 팩을 거의 매일 한다. 수분 팩, 마스크 팩이 피부에 정말 좋다. 다만 이것도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다.”
정상 지킨 선배로 기억되고파
김지은 선수는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매일,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올림픽을 보면 육상선수로서 부러운 생각이 든다. 세계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내 주 종목인 400m만 보더라도 공식 기록으로는 세계적 선수들과 경쟁하기가 어렵다. 앞으로는 기대할 만하다. 꿈나무 친구들이 잘 해주고 있다.”
방송 출연 제의가 자주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 연예계로 진출할 생각이 아예 없나.
“현재는 선수 생활에 충실하고 싶다. 그렇다고 연예 활동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운동을 그만둔 뒤에는 예능도 좋고, 연기도 좋고 내게 기회가 주어지는 다양한 일에 도전해 보고 싶다. 요리도, 춤도 배워보고 싶다. 여러 곳을 여행하고 싶다. 운동을 하면서 남들은 소소하게 생각하는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살았다. 보통 사람에게는 평범하고 사소한 일이 내게는 결코 소소하지 않다. 언젠가 운동선수가 아닌 삶을 살게 되면 그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 어떤 경험이든 기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육상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뭔가.
“국가대표를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중학교 때는 100m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됐지만 400m로 종목을 바꾼 뒤에는 국가대표가 되기가 힘들었다. 국내 대회에서 1등을 해도 그 기록을 밖에서는 인정해 주지 않으니 아쉬움이 크다. 더 나이를 먹기 전에 기록을 당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경기에 임하기 전 집중력을 높이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마인드컨트롤을 어떻게 하나.
“외부 소음이 안 들릴 정도로 음악을 크게 듣는다. 신나는 클럽 댄스곡을 선호한다. 텐션업에 좋은 노래를 들으면 심장박동도 경쾌해지고 뛸 때 바운스(bounce)가 잘된다.”
후배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나이 들어서도 정상의 자리를 지킨 언니, 누나로 기억되고 싶다. 사실 육상선수로 적은 나이가 아니다. 큰 부상을 당해 버리면 회복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매일,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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