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호

외부에서 리더 찾는 국힘…조직 모르는 리더십이 위기 자초

[보수혁명선언⑥ | 보수 참칭하는 정치인들에 告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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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5-07-2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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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지지율이 2020년 9월 당명 개정 이후 처음 10%대로 하락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에서도 여당에 밀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갈등과 당 혁신을 둘러싼 내홍, 리더들의 각자도생 등으로 당 존립도 위협받는다. 국민의힘은 이대로 침몰하는가. ‘신동아’는 오랫동안 보수당원으로 활동한 당원 11명에게 한국 보수정당의 근본적 문제점과 개혁 방향을 물었다. 1923년 1월 단재 신채호 선생이 의열단(義烈團)의 독립운동 이념과 방략을 천명한 ‘조선혁명선언’처럼, 11명의 ‘보수혁명선언’은 한국 보수에 대한 확신과 목표를 불어넣는 최후의 방략 같다. <편집자 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 지지율이 바닥을 쳤고, 연이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며 당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땐 내부적으로나마 “이럴 때일수록 뭉치자”는 목소리들이 오갔다. 그런데 지금은 그마저 없다.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 국민의힘은 내부 갈등이 너무 깊고, 그것이 밖으로 그대로 노출되면서 국민에게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정당’이라는 인식만 더 강하게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문제다.

    더 큰 위기는 지금 이 당의 중심을 잡아줄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의도연구원(여연)만 해도 그렇다. 한때는 정책과 전략의 두뇌 역할을 했던 그곳이 어느 순간 자리 나눠주는 곳으로 전락해 버렸다. 연구를 위한 기관이 아니라 누군가를 보은하거나 정치적으로 챙기는 기관처럼 돼버린 것이다. 그렇다 보니 ‘여연의 자료’라는 것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우리가 이긴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게 일종의 동기부여였는지,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결론을 그렇게 짜 맞춘 것인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다. 문제는 여연만이 아니다. 당 전체가 의지를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지도부부터 실무 당직자들까지 제대로 일하려는 모습이 안 보인다.

    국힘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진 게 아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무너졌다. 무너지면서도 제대로 회복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 지금은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깊은 수렁에 빠진 느낌이다.

    사람이 곧 조직, 인사가 만사

    30대에 가입해 15년 이상 당원으로 살아오며 한 가지는 분명히 느꼈다. 사람이 곧 조직이고, 인사가 곧 만사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당 수뇌부에 있는 사람들은 정당이라는 조직을 잘 모른다. 엄밀히 말해 윤석열 전 대통령도 경선을 거쳐 당선은 됐지만, 정당은 모르고 ‘개인’만 알았다. 이후 위기 상황에 ‘긴급 투입’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정당 안에서 훈련되거나 성장한 인물이 아니라, 외부에서 영입된 검사 출신이었다. 그런 분이 비대위원장을 맡고 총선에 참패했는데도 다시 당대표에 출마하고 선출됐다. 이런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24년 11월 1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순방에 나서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환송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동아DB

    2024년 11월 1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순방에 나서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환송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동아DB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앞 순위를 배정받거나 이른바 ‘텃밭’에 공천된 인물들을 보면, 당에 헌신한 이들보다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인물이 많았다. 당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보다는 ‘신선하다’는 이유로 영입된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 연세 많으신 선배 당원께 “왜 우리 당은 자꾸 리더를 외부에서 찾습니까? 내부에도 훌륭한 분들 많잖아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분은 “당신도 탈당해서 밖에 나가봐. 그럼 픽업돼”라고 해 크게 웃어넘겼지만, 지금은 그 말이 뼈저리게 실감된다. 이게 지금의 국민의힘을 만든 뿌리 깊은 문제가 아닐까.

    현재 국회의원들도 조직 안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보다는 개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 위주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당에는 개인 플레이어가 아니라 조직을 아는 리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국힘의 리더라 불렸던 이들 대부분은 뛰어난 개인 역량은 있었을지 몰라도, 조직에 대한 이해와 애정은 부족했다.

    이제는 그런 구조를 바꿔야 한다. 곧 돌아올 지방선거에서도 중요한 건 ‘제도’나 ‘시스템’이 아니라, 지역을 잘 알고 조직을 이해하는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 최소한 여연이나 당의 조사기구를 통해 실제 지역의 민심과 당의 역사에 기반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당에서 어느 정도 훈련된 사람들이 나와야, 조직을 알고 조직을 이끌 수 있다. 조직은 곧 사람이다. 사람을 모르면서 어떻게 조직을 알 수 있겠는가.

    이번 당대표 선거가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팬덤에 기대거나 조직을 모르는 인물이 또 대표가 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조직의 생리를 이해하고, 오랜 시간 몸담으며 애정을 가진 인물이 나와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힘이 다시 설 수 있다.

    - 40대 중반, 서울 거주, 당원 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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