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포함해 국민의힘의 일련의 정치 과정을 지켜보면 해답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나는 30년 넘게 당을 지켜봤고, 민주당과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안다. 그 차이는 조직력이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한마디로 ‘모래알’이다. 위는 아래를 챙기지 않고, 아래가 조금이라도 커 보이면 자르기에 급급하다. 끈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조직이 있을 리 있겠는가.
이번 6·3대선만 해도 김문수 후보 혼자 싸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선거캠프에서 한 달 넘게 자원봉사를 한 내가 볼 때, 선거에서 국힘 국회의원 대다수는 있으나마나였다.
국힘 대선 캠프는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6층에 차려졌다. 이후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며 4층, 6층, 9층, 11층으로 캠프 사무실을 확장해 가며 캠프다운 구색을 갖췄다. 당원들은 후보 유세 동선과 전략에 맞춰 자비를 써가며 뛰었고, 조를 맞춰 유세 현장을 찾아다니며 지원을 했다. 그러나 캠프와 유세 현장에서 함께 뛰는 국회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오히려 그 몇 명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중앙당과는 교류도 없었다.
TK 지역의 한 재선 국회의원은 선거 기간 내내 지역에서조차 얼굴을 비치지 않아 당원들 사이에서는 “국힘이 과연 보수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러고는 “이런 상황에서 당의 재정립 없이 미래를 논하는 건 공허한 일”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20년 전처럼 당 중앙위원회가 건재했다면 달랐을 것이다. 내가 처음 당에 가입했을 때, 중앙위원회는 중앙당의 핵심 조직이자 가장 강력한 직능 조직이었다. 중앙위원회 의장은 당 서열 3위 안에 드는 자리였다. 이를테면 김종하 전 국회부의장(10·11·14·15·16대 국회의원)이 2003년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의장을 맡았을 때, 그는 이미 5선 의원이자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정치 9단’이었다. 그런 인물이 당 조직을 책임지고 끌어간 것이다.

2012년 1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신년하례회.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 김문수 경기지사, 김태환 중앙위원회 위원장, 이주영 정책위 의장, 권영세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동아DB
이번 대선을 치르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나 역시 팔이 골절돼 깁스를 한 상태로 죽기 살기로 캠프에 나갔다. 봉사하면서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2003~2005년 시절, 우리 당은 민주당보다 조직력이 7대 3, 최소 6대 4는 우위였다. 당원들이 십시일반 모아 자발적으로 캠프를 꾸리며 헌신했고, 상대 당에서도 우리 당에 대한 비하 발언을 조심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절 함께하던 당원 중 70% 정도가 작고했고, 나머지도 흐트러졌다. 이제는 모래알처럼 자기 필요할 때만 뭉치고 흩어진다. 지금 무너진 단일대오는 복구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당의 근간이 돼야 할 사무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조직 복원에 대한 생각은커녕 공천만 노리고, 월급은 꼬박꼬박 받으면서 중앙위원회 같은 진짜 풀뿌리 조직은 등한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전국의 조직이 살아나면 자기네 입신양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가.
2001년 한나라당 시절부터 운영해 온 ‘정치대학원’은 그나마 젊은 정치인들을 배출하며 당의 또 하나의 구심점이 됐다. 정치대학원은 매 기수 100명씩 정치에 뜻 있는 이들이 모여 공부하고 당의 미래에 대해 토론을 했다. 이들 중 70~80명은 실제로 지방의회 의원이나 시장·군수로 활약했지만 2017년 자유한국당 정치대학원 19기를 끝으로 신규 모집을 중단한 건 아쉽다.
당을 다시 세우려면 모래알처럼 흩어진 조직을 재건하고 당원과 함께 숨 쉬는 정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첫걸음은 중앙위원회 복원이어야 한다.
- 70대 초반, 서울 거주, 당원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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