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호

[심층분석] 이재명과 MB의 7가지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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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5-07-28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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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상은 李 ‘롤 모델’은 MB라고 했다”

    • “성남 제1공단 공원화를 ‘제2 청계천’이라 생각”

    • MB는 BBK, 李는 대장동…‘사법리스크 대선’ 뚫어

    • 여론조사 1위, 실용주의 슬로건 공통점

    • “4대강과 지역화폐, 뭐가 다르냐”는 이재명

    • MB는 18대, 李는 22대 총선에서 ‘여대야소’ 만들어

    • 정권 초 과기·정통부 없앤 MB, ‘기재부 효율화’ 李

    • “둘 다 자수성가 정치인…자기 확신 커 독단 리더십 위험”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 이후 첫 일정으로 인천 계양구 자택에서 김명수 합동참모의장과 통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 이후 첫 일정으로 인천 계양구 자택에서 김명수 합동참모의장과 통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롤 모델’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이었다고 이야기했다.”

    2023년 11월 17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의혹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 한 말이다. 정 전 실장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재판정에서 성남시장 시절 이 대통령이 MB를 롤 모델로 삼은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MB가 서울시장이던 시절 청계천 복원을 했다. 사업 중 반대 여론이 있었으나 막상 사업을 마치고 나니 평가가 좋았다. 청계천은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고, MB는 이를 기반으로 대통령이 됐다. 이재명(대통령)은 성남시장 재임기에 성남시 제1공단 공원화를 ‘제2의 청계천’으로 생각했다. 임기 내 랜드마크를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와중에 대장동 등 다양한 개발사업이 이뤄졌다.”

    MB가 이 대통령의 롤 모델이라는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이 사실인지는 정 전 실장과 이 대통령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MB의 대선 과정과 정책, 인사를 보면 묘하게 닮은 게 유 전 본부장 주장에 힘이 실린다.  

    실용·목표 지향 앞세워 당선된 MB와 이재명

    대선 당시 MB와 이 대통령이 가진 인물적 특징, 당시 대선 상황, 그리고 두 사람이 내건 핵심 가치는 거의 동일하다. MB는 서울시장으로 일하며 행정 경험을 쌓았다. 이 대통령도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친 단체장 출신 대통령이다. 대통령직선제 도입 이후 당선된 대통령 중 MB와 이 대통령 두 사람만 가진 이력이 공교롭게도 같다.  



    두 사람은 모두 대선 기간 사법리스크로 곤욕을 치른 점도 닮았다. MB는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2002년부터 수사를 받았다. 대선 기간인 2007년에도 수사 및 기소가 진행됐으나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2021년 말 대장동 등 개발 특혜 의혹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의혹이 불거졌다. 대선 직전까지도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둔 5월 2일 대법원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와 관련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단을 깨고 유죄 취지 파기환송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사법리스크를 지고도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선 기간 본인의 사법리스크로 기소되고도 당선된 역대 대통령 역시 이 두 사람뿐이다.   

    대선 형국도 비슷했다.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였던 MB는 대선 기간 내내 여론조사 1위를 달렸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대선 기간 내내 여론조사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두 대선 모두 이변도 없었다. MB는 48.67%를 득표하며 당선됐다. 경쟁자인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26.14%),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15.07%)를 큰 차이로 이겼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대선 기간 내내 여론조사 1위를 달렸다. 1728만7513표(49.42%)를 얻으며 역대 최다 득표 기록을 세웠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15%)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8.34%)를 크게 앞질렀다. 

    대선 기간 내놓은 슬로건도 거의 같았다. MB는 대선후보 경선 승리 후 국정 철학을 ‘실용주의’로 결정했다. 이 대통령도 후보 시절인 1월 23일 “탈이념 실용주의가 국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며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이재명 정부는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두 사람이 가진 정치인으로서의 ‘캐릭터’가 유사하다”며 다음과 분석했다. “MB가 기업가 출신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면 이 대통령은 행정가 출신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둘 다 유권자에게 실용적이며 목표 지향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면서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

    “4대강과 지역화폐, 뭐가 다르냐”는 이재명

    캐릭터가 비슷해서일까. 두 사람의 정책도 닮은 측면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정부의 힘으로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MB는 이른바 ‘4대강 사업’으로 알려진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공공주택 건설 등 정부 주도의 대규모 토목 및 건설 사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 했다. 인력 집약적 사업인 건설 경기를 일으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복안이었다. 이 대통령도 정부가 나서서 경제를 일으킨다는 발상은 같다. 다만 방식이 다르다. 건설 사업 대신 지역화폐, 전 국민 대상 지원금 등 보편복지를 내세운다. 정부가 복지정책을 이용해 재정지출을 확대한다면 침체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19일 오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국정 운영에 관한 합동 워크숍’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AFP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19일 오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국정 운영에 관한 합동 워크숍’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AFP

    이 대통령도 MB와 자신의 정책이 유사하다는 점을 알고 있는 듯하다. 5월 16일 전북 군산의 대선 유세에서 이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MB)이 4대강 한다고 강바닥에 20조 원, 40조 원 퍼붓는 것은 괜찮고, 지역화폐 300억 원은 죽어도 안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행도 비슷하다. 특히 정책 비판에 대한 대응이 닮았다. “정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비판을 일삼는다”는 태도로 일관한다. MB는 대선후보 시절이던 2007년 7월 대전지역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4대강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한 시간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무조건 대운하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5월 21일 인천 남동구에서 열린 대선후보 유세 현장에서 재정 확대 정책 비판에 대해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며 “우리(한국) 국가부채비율이 50%가 안 되는데 다른 나라들은 다 100%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두 사람 모두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공부해 성장한 만큼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에 대한 확신이 크며, 이를 비판하는 의견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채 교수는 또 “자수성가형 대통령의 강한 자기 확신은 정책 추진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건전한 비판도 수용하지 못하는 독단적 리더십으로 번질 위험도 있다”고 부연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자기 확신을 가질 만한 정치적 업적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당대표로 총선을 진두지휘했다. 민주당은 300석 중 175석을 획득하며 압승했다. 여소야대 정국은 이 대통령의 당선으로 여대야소로 뒤집혔다. 

    MB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 대통령과 달리 당선 당시는 여소야대 형국이었으나 취임 44일 만에 18대 총선을 치렀다. 당시 총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전체 299석 중 153석을 차지했다. 대통령은 당무에 개입하지 않으나 대통령의 인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취임 직후인 만큼 MB의 대중적 인기가 드높았다. 한나라당 후보는 대부분 공보물에 이 전 대통령을 언급하고 함께 찍은 사진을 실었을 정도다. 

    ‘실력 우선’ 내걸고 실상은 ‘실무형 측근’ 중용

    두 사람 모두 여당의 총선 승리에 역할을 했으니 여당은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야당은 규모가 줄어든 만큼 대통령의 정책을 막아낼 역량이 떨어진다. 사실상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시점이다. MB는 이 같은 정치 형국을 이용해 반대 여론이 높은 정책도 강행했다. 대표적 예가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폐지다. MB는 취임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과학기술 분야는 교육부에 통합해 교육과학기술부를 만들었다. 정보통신부가 맡았던 역할은 각각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나눠 가졌다. 당시 과학계의 비판이 거셌으나 인수위는 “과기부가 비효율적이며 시대적 역할이 끝났다”며 해체를 강행했다. 

    이 대통령이 기획재정부를 대하는 방식에서 과거 MB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이 대통령은 4월 27일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기획재정부가 경제 기획을 하면서 한편으로 재정을 컨트롤해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러고는 바로 다음 날 기획재정부의 기획·예산 기능을 분리하겠다고 공약했다. 

    인사에서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 드러난다. 둘 다 인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라 주장한다. MB는 인수위 인사에 관해 “출신 지역과 학교를 초월해 실력과 전문성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도 대선 기간 “가까운 사람을 써서 뭐하겠나. 그러면 사업을 하지 정치를 했겠느냐”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임명한 인사를 두고는 ‘측근 중용’ ‘실무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MB는 인수위 인사 때부터 서울시장 시절 함께했던 ‘서울시청팀’과 대선 집권 전략을 짠 ‘안국포럼팀’ 40여 명이 무더기로 합류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동아DB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동아DB

    이 대통령의 내각 인사를 두고도 비슷한 비판이 나온다. 대부분의 내각 인사가 친명계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정성호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원조 친명으로 잘 알려져 있고.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윤호중 행안부 장관 후보자 등도 친명계 정치인이다. 

    비서실장은 1973년생의 비교적 젊은 정치인 출신(강훈식)을 기용했다. ‘실무형’ 비서실장을 통해 ‘선배’ 정치인 출신 장관들과 협업하는 시스템이다. MB 역시 당시 54세의 임태희 비서실장(현 경기교육감)을 통해 내각 및 정치권과 소통하기도 했다. 

    윤태곤 실장은 “이 대통령의 인사에서 잘 아는 사람을 기용해 빠르게 성과를 내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정국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점에서 MB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닮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 한 방송에 출연해 이 이야기를 이 대통령에게 직접 한 적이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반색하며 “적극적으로 정책을 고민한다는 점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차이점도 있다. 채진원 교수는 “MB는 당시 여권 내부에 ‘친박계’라는 견제 세력이 있었으나 이 대통령은 당내는 물론 여권 전체에 견제 세력이 없는 게 차이점”이라며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 대통령이 MB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평가했다. 

    윤 실장은 “정책을 추진할 때 견제 세력은 방해물처럼 보이지만 추진한 정책이 실패하면 견제 세력의 압박으로 정책 추진에 차질이 있었다는 변명이 가능하다”며 “견제 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정책 실패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이 대통령과 여당이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채 교수도 “MB는 여론에 귀 기울이지 않다가 광우병 파동이라는 역대급 악재를 맞았다”며 “이 대통령은 MB에 비해 더 큰 기대를 받은 데다 여대야소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는 만큼 정책 실패로 여론이 돌아섰을 때 역풍도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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