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내재화하려면 생산 경험과 실적 쌓아야
학생 취업·기업 인재 공급, 선순환 구조 구축
글로벌 강소기업 10곳 유치·고급 인력 양성이 목표

전희석 화합물반도체센터장이 8월 21일 전남 무안의 국립목포대 연구실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진렬 기자
전희석 화합물반도체센터장은 8월 21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아이디어와 설계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립목포대 화합물반도체센터는 개관 2년 만에 굵직한 성과를 거두며 전남에 화합물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브로드컴 등에서 현장 경험을 쌓아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전 센터장이 적재적소에 필요한 전략과 지원을 펼친 덕분이다. 그는 “전남 지역에 글로벌 반도체 강소기업 10곳을 유치하고 이곳에서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을 길러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전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기술 내재화하려면 생산 경험과 실적 쌓아야
왜 화합물반도체를 전담하는 센터가 필요한가.“실리콘반도체가 점차 기술적 한계에 다다르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외, 특히 중국은 이미 화합물반도체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전기차·우주항공 등 차세대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 역시 화합물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가 대표 사례다. 국내의 경우 국방 분야에서 화합물반도체 수요가 많다. 이른바 K-국방을 제대로 구축하려면 관련 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정부도 화합물반도체에 관심을 갖고 있다.”
생태계 조성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아직 국내에 뚜렷한 성과를 내는 기업이 드문 게 현실이다. 기존 실리콘반도체 기업에 화합물반도체 육성을 주문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무엇보다 문제는 국내에 최첨단 화합물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가 없다는 점이다. 지금으로서는 외국 기업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이런 배경 속에서 화합물반도체센터가 출발했다. 실리콘반도체는 이미 수도권에 산업 기반이 굳건히 자리 잡았고, 후발 주자 입장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화합물반도체 분야는 다를 것이라는 고려도 작용했다.”
화합물반도체를 제작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화합물반도체 파운드리는 여러 원소를 다뤄야 하는 만큼 축적된 노하우 없이는 안정적 생산이 어렵다. 정부가 그동안 관련 분야 고도화를 위해 투자를 이어왔지만 그 결과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단순히 재정을 투입한다고 산업이 저절로 성장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관련 기술을 내재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 경험과 실적을 쌓아가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핵심 장비와 공정을 외국에 의존하다 보니, 칩을 만들어보고 성능을 검증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국내 최초로 화합물반도체 MPW를 도입한 이유인가.
“그렇다. 국내에 마땅한 양산 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돌파구는 글로벌 협업이었다. 그래서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윈세미컨덕터와 손을 잡았다. 덕분에 국내 연구진과 기업이 제작 및 검증 경험을 쌓고, 저비용으로 경쟁력 있는 반도체 IP를 확보할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이 고도화된 공정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국방·우주·6G 산업 등 전략적 중요성이 큰 분야와 연관된 화합물반도체를 국내에서 개발 및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싶다. 축적한 설계 자산을 국내 파운드리와 연결해 기술을 내재화하고 싶다.”
학계 및 산업계의 반응은 어땠나.
“최근 진행한 프로그램에서는 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수요가 많다. 무엇보다도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신진 연구자의 비용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화합물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 가격이 워낙 고가여서 그간 개별 기업이나 대학 연구실이 감당하기 어려웠다. MPW 도입으로 연구자와 기업 입장에서 저렴하게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어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존에는 이런 MPW 체계가 실리콘반도체 부문에만 있었다. 반도체 성능 측정 역시 기업 및 대학을 지원할 수준은 되겠다고 판단해 관련해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성능 측정에 대한 별도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학생 취업·기업 인재 공급, 선순환 구조 구축

화합물반도체센터는 7월 25일 전남 무안 국립목포대 키사이트홀에서 ‘ATK 채용연계형 교육 프로그램’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립목포대
“MPW 지원을 받은 대학교수에게 사회 환원 차원에서 특강을 부탁한다. 단순 강의가 아닌, 교수와 학생, 반도체 기업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최신 기술과 현장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다. 한 달에 한두 차례꼴로 열리는데, 매번 반응이 뜨겁다. 학생은 교과서에서 접하기 어려운 최신 설계·공정 사례를 직접 배울 수 있고, 기업 관계자는 현장의 연구 성과를 확인하며 협업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교육과 산업, 연구가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장점도 있다. 화합물반도체센터가 단순히 시제품 제작 지원을 넘어 지식과 인력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자리다.”
학생을 대상으로 채용연계형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관심 있는 학생을 모집해 일정 기간 교육을 진행하고 그대로 끝인 경우가 많다. 화합물반도체센터는 정반대의 방식을 택했다. 먼저 특정 반도체 기업에서 ‘이런 인재가 필요하다’는 수요를 확인하고, 해당 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학생을 모집한다. 평가 과정을 거쳐 교육생을 선발한 뒤, 3~4개월 동안 해당 기업이 원하는 역량에 맞춰 맞춤형 교육을 진행한다. 여러 기업과 채용 연계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에게는 취업의 문을 열어주고, 기업에는 곧바로 활용 가능한 인재를 공급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현장실습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과 참여 학생 다수가 정규직 채용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프로그램의 장점이다.”
교육생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국립목포대 학생을 중심으로 채용연계형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지금은 전국 7개 대학(국립목포대·전남대·전북대·강릉원주대·한국교통대·대구대·부산대)으로 대상을 넓혔다. 각 대학 책임교수와 긴밀히 소통하며 추천을 받는데, 연구실 및 학과 생활에서 보여준 성실성,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외국인과 함께 근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어 능력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
“최근 경기의 한 반도체 기업에 취업한 학생이 ‘전남에 비슷한 처우를 제공하는 일자리가 있다면 꼭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는데 가슴에 와닿더라. 다시금 ‘전남에 산업생태계를 키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지역 대학생이 글로벌 대기업에 취업하는 모습은, 후배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희망도 준다. 처음에는 대기업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선례를 만들고 나니 그 경험이 씨앗이 돼 점점 더 수월해졌다. 이제는 단순히 인재를 배출하는 수준을 넘어, 전남에 관련 기업들이 직접 들어와 함께 산업을 일궈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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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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