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호

“반도체 강국 한국, ‘AI 패키지 수출국’으로 거듭나야”

[인터뷰] ‘한국의 팔란티어’ 꿈꾸는 김재헌 아로아랩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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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6-05-04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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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드웨어 강국 韓, AI 서비스업 성장 기반 갖춰

    • 물류 AI 선두 주자 아로아랩스, 연평균 60% 성장

    • 물류 현장의 비효율 AI로 해소하고자 창업

    • 글로벌 대기업 서비스는 비싸…토종 AI로 문턱 낮춰

    • 韓 무역 99% 해상에 의존…물류 AI를 ‘국가전략 AI’로

    • 정치·경제적 리스크 낮은 한국 AI, 수출 매력도 높아

    김재헌 아로아랩스 대표는 4월 7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해운업은 대형 산업 가운데 미국이 1위가 아닌 유일한 분야로, 한국이 선점해야 할 전략적 요충지와 같은 산업”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김재헌 아로아랩스 대표는 4월 7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해운업은 대형 산업 가운데 미국이 1위가 아닌 유일한 분야로, 한국이 선점해야 할 전략적 요충지와 같은 산업”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한국은 서비스업, 특히 인공지능(AI) 서비스업이 성장하기에 최상의 기반을 갖춘 나라다. 반도체 팹(fab) 하나를 짓는 데만 30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된다. 어떤 나라도 쉽게 보유할 수 없는 고도의 인프라다.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중국조차 관련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기반을 확보한 만큼, 이 강점을 지렛대 삼아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AI 서비스업 육성을 국가 차원의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김재헌(36) 아로아랩스 대표는 4월 7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신동아’ 인터뷰에서 “국가 차원의 전략적 AI 육성이 시급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가 이끄는 아로아랩스는 지능형 물류 AI 플랫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최근 5년 사이 매출액이 연평균 60%로 가파르게 성장했고,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장과 정부 양쪽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해운업은 글로벌 대형 산업 가운데 미국이 1위가 아닌 유일한 분야로, 한국이 선점해야 할 전략적 요충지와 같은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글로벌 대기업 서비스 비싼데…토종 AI로 문턱 낮춰

    창업의 길을 걷게 된 이유가 있나.

    “1990년 7월 12일생인데 마침 그날은 부친이 창업한 날이었다. 세무서에서 ‘이날 꼭 기업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해서 바쁘신 중에 가서 서류를 제출했다고 하시더라.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일하시는 모습을 지켜봐 왔고, 자연스레 사업체 운영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 자서전을 읽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업가란 직업에 본격적으로 매력을 느꼈다.” 

    물류 AI 기업인 아로아랩스를 창업했는데.



    “부친이 물류회사를 운영하신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물류 현장이 친숙했다. 그곳에서 여러 복잡성과 비효율 문제를 목격하며 ‘AI 기술을 통해 산업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산업혁명은 일정한 사이클을 따른다. 인프라가 먼저 구축된 뒤, 그 토대 위에서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가 꽃피는 식이다. AI가 촉발한 새로운 혁명도 마찬가지다. 생산력과 직결되는 인프라 AI가 자리를 잡아야 비로소 여타 산업이 꽃피울 수 있다. 나는 물류 AI를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라고 생각한다. 물류 AI 기업인 아로아랩스를 창업한 이유다.”

    아로아랩스의 국제물류 통합 플랫폼 ‘얼라인드’는 공급망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해 낸다. 아로아랩스

    아로아랩스의 국제물류 통합 플랫폼 ‘얼라인드’는 공급망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결론을 도출해 낸다. 아로아랩스

    아로아랩스는 물류 현장의 복잡성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글로벌 화물 포워딩(화물운송 주선·대행 서비스) 시장은 약 450조 원에 달하는데, 심각한 비효율을 안고 있다. 화물 한 건을 운송하려면 20여 개의 중개사업자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입항과 하역, 운송 과정에서 수많은 외부 업체와 협업해야 하고, 항만청이나 관세청 관련 업무도 복잡하다. 개별 사업자가 모든 과정을 일일이 관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로아랩스의 국제물류 통합 플랫폼 ‘얼라인드’는 공급망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화주가 원하는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중개사업자를 즉각적으로 추천한다. 파편화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해 ‘최적의 견적’을 짜주는 셈이다. 중개사업자 역시 사업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아 만족한다.”

    물류업을 지원하는 다른 솔루션도 있나.

    “바다 위에는 화물운송과 선박 관리, 여객 서비스 등 방대한 사업이 운영된다. 당연히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SAP나 오라클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서비스가 있지만 높은 비용 탓에 문턱이 높았다. 이에 업무 대부분이 수기로 진행돼 해운업 종사자의 약 50%가 관련 업무를 맡을 정도다. 아로아랩스는 AI 기술을 접목해 비용 부담을 낮춘 ERP 솔루션 ‘네오헬리오스’를 선보이고 있다. 해운사와 포워더, 선사의 핵심 업무를 지원하는 7개 모듈(화물·선박·여객·MTO·선내운영·그룹웨어·재경)로 구성되며, 각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연동된다. 기업 상황에 맞춰 필요한 모듈만 선택해 도입할 수 있고, 사용량에 기반해 비용을 산정해 효율을 극대화했다.”

    아로아랩스의 AI 플랫폼 안에서 견적부터 운영까지 모든 과정이 통합되는 구조인가.

    “그렇다. 나아가 최근 공동운항 자동 정산 솔루션인 ‘오션스피어’를 연구 및 개발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견적부터 정산·결제까지 아로아랩스 플랫폼에서 원스톱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화물을 대량 운송할 때는 여러 선사가 협력하는 공동운항 구조를 띠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선사 간 비용 정산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행정 복잡도가 증가해 선사 간 연합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오션스피어는 복잡한 정산 과정을 블록체인 기술로 자동화해 해결하고자 한다. 정산 기간 대폭 단축 및 오차율 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韓 무역 99% 해상에 의존…물류 AI를 ‘국가 전략 AI’로

    김 대표가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종착지는 미국의 독보적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다. 팔란티어는 중앙정보국(CIA)이나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정보기관이 보유한 방대한 국방·안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선제적 위협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국가안보 체계의 핵심 파트너로 꼽히는 기업이다. 아로아랩스는 ‘한국의 팔란티어’를 꿈꾸는데, 그 무대가 군사가 아닌 경제다. 김 대표는 “‘경제 안보’ 영역에서 공급망, 물류, 무역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가 리스크를 실시간 탐지하고 대응하는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아로아랩스의 핵심 비전”이라고 밝혔다.

    한국만의 물류 AI 기업이 필요한 이유가 있나.

    “한국 무역의 99.7%가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경제 안보의 핵심인 공급망 리스크가 물류·항만·관세 데이터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약 40%에 달하는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외국에서 만든 AI에 의존하게 되면 자칫 국가의 공급망 데이터가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소버린AI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도 이러한 불안 때문이다. 핵심 수급 체계를 타국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경제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물류 AI를 ‘국가 전략 AI’로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AI 밸류체인을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 미국이 반도체산업을 자국 내로 끌어들이려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소프트웨어 등 AI 밸류체인의 상단은 이미 장악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반도체와 같은 하단 산업의 외부 의존도가 높다. 한국은 그 반대다. 반도체산업을 필두로 한 AI 밸류체인의 하단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AI 서비스와 플랫폼 등 상단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지금부터라도 국가 주도로 AI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탄탄한 하드웨어 역량에 혁신적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결합한다면, 한국에서도 미국의 팔란티어와 같은 글로벌 AI 기업이 충분히 탄생할 수 있다.”

    한국이 AI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보나.

    아로아랩스 김재헌 대표(오른쪽)와 한정섭 최고기술책임자(CTO·공동창업자). 김승환

    아로아랩스 김재헌 대표(오른쪽)와 한정섭 최고기술책임자(CTO·공동창업자). 김승환

    “대한민국은 참 흥미로운 국가다. 한 가정에 할아버지와 아버지, 손자가 함께 있다면 전후 세대와 개발도상국 세대, 선진국 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 셈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구조다. 개인적으로 젊은 세대가 이제는 ‘선진국의 관점’에서 세상과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힌다.”

    어떤 관점인가.

    “기성세대는 흔히 한국의 상황을 두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약소국이었을 때의 시각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지정학적 이익 또한 막대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략적 요충지이기에 전 세계가 관심을 쏟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단 한 번도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오히려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정치·경제적 리스크 낮은 한국 AI, 수출 매력도 높아

    한국이 AI 산업에서 어떤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앞서 물류 AI를 한국의 전략 AI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단순히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국내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독자적인 AI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면 커다란 산업적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가령 반도체 생산(삼성전자), 칩 설계(퓨리오사AI), AI 모델 개발(업스테이지), 그리고 서비스 구축(아로아랩스)이 하나의 생태계로 이루는 구조를 상상해 보라. AI 밸류체인 내재화는 곧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된다.”

    한국이 AI 수출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반도체 강국에서 멈추지 않고 AI 패키지 수출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 시장도 한국의 AI 패키지를 도입할 충분한 동기가 있다. 한국은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도 전략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기술적 신뢰를 쌓아온 독특한 위상을 갖고 있다. 제3국 입장에서 특정 강대국의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데이터 주권이나 정치·경제적 종속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반면 기술력을 갖추면서도 정치·경제적 리스크가 낮은 한국의 AI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지정학적 이점은 향후 한국이 글로벌 AI 산업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단순히 개별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통합 AI 패키지를 구축해 해외시장에 확산해 나가는 것. 이것이 아로아랩스와 대한민국 AI 산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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