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호

연금 백만장자 되려면 당장 실천해야 할 3원칙

[박곰희의 연금부자수업] ①꾸준한 적립 ②장기 운용 ③중도해지 금물

  • 박곰희 금융 유튜버(‘박곰희TV’ 운영자)

    입력2025-11-11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연간 연금 백만장자 수만 명 배출한 美 ‘401k’ 제도

    • 실적배당형 30년 후 수령액, 원금보장형의 2배

    • 적정 노후 자금 3억~5억 원, 기본은 국민연금

    • 월급의 10%, 연금 투자에 배정하라

    Gettyimage

    Gettyimage

    미국에서는 연금 백만장자를 흔히 볼 수 있다. 백만장자라 하면 예전처럼 실제로 백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통용된다. 글로벌 금융서비스 회사인 피델리티에서 매 분기 초에 전분기 말 기준으로 발표하는 통계 보고서(‘Fidelity 2q 2025 Retirement Analysis’)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59만5000명의 연금 백만장자가 탄생했다. 피델리티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퇴직연금으로 꼽히는 ‘미국 401k’에 주요 통계를 제공하는 업체다. 미국의 인구 3억4000만 명에 비하면 59만5000명이 적은 숫자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런 연금 백만장자가 해마다 수만 명씩 추가된다는 것과 백만장자라고 불릴 수준은 아니더라도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수준에 도달한 이들이 무수히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대체 어떻게 백만장자가 됐을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퇴직연금, 미국의 401k

    우리는 백만장자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탐욕이 강한 사업가의 이미지를 연상하곤 한다. 하지만 미국의 연금 백만장자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직장인처럼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한 사람들이다. 직장에서 일을 성실히 한 뒤 은퇴했을 뿐인데 백만장자가 된 것이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직장인의 은퇴란 직장을 다니는 내내 월급의 일부를 모아 재테크로 목돈을 만들고, 퇴직하면서 받는 퇴직금에 합쳐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재테크의 수단으로 부동산을 택한 이들이 윤택한 노후를 보장받고, 주식을 택한 이들은 대체로 넉넉하지 못한 노후를 맞이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다면 미국의 401k는 얼마나 대단한 제도이기에 연간 수만 명의 연금 부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이뤄냈을까. 401k라는 이름은 1978년 미국의 국세법 제정 당시, 제401조의 k항에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데서 유래했다. 당시 k항에는 ‘직장인들이 급여의 일부를 세전으로 퇴직연금 계좌에 저축할 수 있게 하고, 이 저축에 대한 세금 납부를 미래로 유예해 주는 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언뜻 대수롭지 않게 보이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두 가지 핵심이 있다. 하나는 급여의 일부를 퇴직연금 계좌에 저축하도록 강제성을 부여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 납부 시점을 미뤄 자금 운용에 여유를 주는 ‘과세이연’이라는 혜택이다. 30년 이상의 강제적 장기투자가 복리 효과의 마법을 통해 2010년대 들어 다수의 백만장자를 탄생시킨 것이다. 

    적립식으로 월 50만 원씩 30년을 7%의 수익률로 굴리면 원금보다 이자가 2.4배 이상 많은 <표 1>의 결과를 얻게 된다.



    DC 퇴직연금 규모 급격히 커지는 추세

    그러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아직 필자의 주변에는 연금 백만장자는커녕 연금으로 노후 자금 마련이 끝났다는 이가 없다. 한국에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5년 12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시행되면서다. 이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근 10년간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이 절대우위에 있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이 시장에 본격적 변화가 시작되면서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규모가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표 2>처럼 퇴직연금의 적립금 규모는 해마다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450조 원에 육박한다. 적립금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적립금 중 실적배당형 상품(투자 상품)의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 적립금 중 약 75조 원이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돼 있으며, 이는 2023년 대비 무려 30조 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과거 퇴직연금이 대부분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만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변화다. 지난 7월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서도 “저축에서 투자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문구가 등장할 만큼 퇴직연금 시장에서 투자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후 자금의 현실적 목표

    원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했을 때 얼마나 큰 차이가 벌어지는지 간단히 계산해 보자. 최근 5년간 원금보장형의 평균 수익률은 2.5%이고, 실적배당형의 평균 수익률은 6.5%다. 이 4%의 차이가 퇴직연금의 가장 큰 무기인 복리 효과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월급 400만 원의 직장인이 매달 50만 원씩 30년간 퇴직연금을 붓고, 5년 거치 후에 20년 동안 연금으로 수령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1) 연 2.5% 수익률일 때

    - 30년 후 퇴직연금 총액: 약 2억6824만 원

    - 5년 거치 후 20년간 연금 수령 총액: 약 3억349만 원

    - 월 연금 수령액: 약 126만 원

    2) 연 6.5% 수익률일 때

    - 30년 후 퇴직연금 총액: 약 5억5608만 원

    - 5년 거치 후 20년간 연금 수령 총액: 약 7억6188만 원

    - 월 연금 수령액: 약 317만 원

    이미 놀라울 정도로 큰 차이가 나지만, 연차가 높아짐에 따라 적립금이 커진다면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미국에서 벌어진 일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20년 뒤인 2040년대부터는 한국에도 연금 백만장자가 쏟아질 것이 자명하다.

    노후 준비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로 기금 운용이나 수익에 대한 논란이 있어도 안정된 노후 대비의 첫 번째 수단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만으로는 풍족한 노후 생활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국민연금 납부액은 월급의 9%다. 직장인의 경우 납부액의 절반인 4.5%는 회사가 부담하고, 나머지 4.5%만 본인이 부담한다. 그렇다면 나중에 받는 연금액은 얼마일까.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가입자 평균 소득의 40% 수준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월 소득 500만 원 기준으로 40년 가입 시 매월 200만 원 초반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면 된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평생 받을 수 있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수령액이 증가하며,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지만 여전히 재정 안정성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국민연금의 미래 지속가능성이 염려되지 않더라도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자금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고, 만약 염려된다면 더더욱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필요 노후 자금으로 다양한 금액을 제시하지만, 너무 높은 목표는 오히려 좌절감만 안겨줄 수 있다. 20억 원 혹은 30억 원을 모으라는 조언은 보통 사람에겐 비현실적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때, 3억~5억 원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왜 이 정도 금액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노후 자금 준비의 핵심은 ‘평생 마르지 않는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목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모은 목돈이 꾸준히 수익을 창출해 매달 일정 금액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노후 자금으로 모은 돈이 3억 원이고 연 수익률 6%라고 가정하면 연간 1800만 원(월 150만 원) 정도를 인출할 수 있고, 5억 원이라면 연간 3000만 원(월 250만 원)을 인출할 수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 200만 원을 더하면, 3억 원 기준으로 월 350만 원, 5억 원 기준으로 월 450만 원의 기본 현금흐름이 만들어진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는 계좌나 퇴직연금이 있고, 부부가 모두 국민연금을 받는다면 3억 원으로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노후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표 3>은 국민연금공단과 국민연금연구원에서 조사해 2년마다 발표하는 필요 적정 노후 생활비 추이로 참고할 만하다.

    노후 자금 준비의 핵심은 ‘평생 마르지 않는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Gettyimage

    노후 자금 준비의 핵심은 ‘평생 마르지 않는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Gettyimage

    노후 위해 당장 월급 10% 연금 투자해야

    자산을 만드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큰 금액을 저축하는 것, 둘째는 높은 수익을 내는 것, 셋째는 오래 투자하는 것이다. 부모님 세대는 대부분 저축에 집중해 자산을 형성했는데 당시에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자산의 가치 상승 속도가 가팔라서 저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에게는 더 높은 수익률이 필요해졌고, 그래서 투자가 필수가 된 것이다.

    연금을 뜻하는 영어 단어 ‘Pension’의 의미가 우리가 휴가 때 머무는 ‘펜션’과 같다는 건 흥미롭다. 왜 이렇게 부를까. 바로 ‘따박따박 돈이 나오는 상태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큰돈을 벌 수 있지만, 그것을 현금화하면서 생활하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연금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매달 수입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독보적 장점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실천이다. 월급의 10% 정도를 연금 투자에 배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표 4>는 필자가 강조하는 4개의 연금 통장이다. 처음에는 통장1부터 시작해서 통장3을 더하고, 이후 각자의 상황에 맞게 통장2와 통장4를 추가해 나가면 된다. 하지만 통장의 순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래의 수칙을 실천하는 데 있음을 계속 강조하는 바다.

    실천 수칙1)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히 적립한다

    매달 월급날이 되면 자동이체로 연금저축에 돈이 들어가도록 설정하자. 자산시장의 등락은 늘 있기 때문에 주식이 폭락할 수도 부동산이 폭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매달 정해진 금액을 꾸준히 납입해야 한다. 때로는 자산을 비싸게 사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평균 단가’라는 말 그대로 평균값으로 수렴하게 된다. 이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에 의해 내 자산의 단가는 적정한 값으로 맞춰지게 된다. 스스로 노력하면 좋은 타이밍에만 적립할 수 있을 거란 착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다.

    실천 수칙2) 적립한 돈은 반드시 장기로 운용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공부해 자신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짜서 장기로 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 대부분은 투자 공부를 꾸준히 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직접 공부해서 투자할 자신이 없다면 분산 투자하는 펀드나 ETF를 활용하자. 투자의 방향성을 결정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 그렇게 해서라도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장기’라는 관점이다. 이걸 잊는다면 노후 준비는 계속 미뤄지게 된다.

    실천 수칙 3) 절대로 중간에 깨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급한 일이 생기면 연금 자산부터 해지하는 실수를 범한다. 하지만 연금 자산은 비상금 용도로 보유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급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연금 자산 대신 다른 계좌나 자산을 활용하거나, 부득이한 경우에는 ‘연금담보대출’과 같은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해지’만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목돈이 필요할 때마다 연금을 해지해서 써버리면 연금 투자의 핵심인 장기투자와 복리의 마법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은퇴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 자만이 꿈꾸는 안정적인 노후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박곰희
    ● 1986년 경남 마산 출생
    ● 세종대 경영학과 졸업
    ●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프라이빗 뱅커(PB)
    ● 골든트리투자자문 파이낸셜 어드바이저(FA) 총괄이사
    ● 유튜브 채널 ‘박곰희TV’ 운영(구독자 수 86만 명)
    ● 저서: ‘박곰희 투자법’ ‘박곰희의 연금부자수업’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