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숙박·통신 등 APEC 행사 준비 99% 완료
정부 예산 지원 끊기는 등 난관 있었으나
경주시·경북도 예비비 들여 먼저 설계 마쳐
숙박업계는 자비 들여 숙소 재단장
APEC 예상 경제효과 7조4000억 원
추석 연휴 경주 찾은 관광객 2배 늘어

주낙영 경주시장. 홍중식 기자
경주가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시민참여와 도시 이미지 덕분이었다. 경주시는 APEC 유치를 위해 2023년 10월 서명운동에 나섰다. 85일 만에 모인 서명은 총 146만3847건으로, 이는 25만 경주 시민이 적극적으로 서명운동에 참여해 만든 결과였다. 동시에 경주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품은 도시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는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른 실적도 갖추고 있었다. 2005년 부산 APEC 당시 경주에서는 고위관리회의(SOM-Ⅲ)와 에너지·광업 장관회의가 열렸다. 2010년에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2011년에는 세계관광기구(UNWTO) 총회 등 다수의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경주시의 전략은 주효했다. APEC 개최지 선정을 위한 전문위원 투표에서 16명의 위원 중 13명이 경주에 표를 던졌다. 제주도는 한 표, 인천은 두 표를 받았다.
APEC 유치 과정의 중심에 주낙영(64) 경주시장이 있었다. 그는 2018년 7월 경주시장에 당선, 2022년 5월에는 재선에 성공하며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이끌었다. 성공적 APEC 개최 및 관련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주 시장을 10월 13일 경주시청에서 만났다.
APEC 행사 준비는 어느 정도 진행됐나.
“99% 끝났다. 회의실이나 숙박, 교통, 보안 등 모든 분야의 점검이 이미 완료됐다. 정부 합동 리허설 등 최종 점검만 앞두고 있다.”
APEC 유치 일등 공신은 ‘경주 시민’
올해 상반기만 해도 준비가 부족하다는 보도가 많았다.“애초에 준비 기간이 짧았다. 통상 APEC 개최지로 선정되면 행사 개최까지 2년여의 말미가 있다. 하지만 경주는 행사를 1년 4개월 앞둔 지난해 6월 개최지로 선정됐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서둘러 준비했으나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라는 변수도 생겼다. 계엄 직후에는 정부가 사실상 멈춘 상태라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중앙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예산이 부족했을 텐데….
“경주시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가기 시작했다. 경북도와 손잡고 예비비를 이용해 각종 시설의 설계를 미리 마쳤다. 정국이 정상화되면 바로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을 테니 미리 할 수 있는 일을 해놓자는 생각이었다. 이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자 빠르게 시설물 건설에 나설 수 있었다.”
각국 정상이 머물 숙박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숙박 시설이 부족하긴 했다. 정상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가 최소 35개가 필요한데 당시만 해도 경주 시내 9개뿐이었다. 새로 숙소를 짓거나 기존 숙소를 개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산도 부족하고 중앙정부 지원도 없는 상황이라 난감했다.”
난관을 어떻게 해결했나.
“고맙게도 경주 숙박업계가 직접 나서줬다. 자비를 들여 호텔 등 숙소를 리모델링하기 시작했다. 경주시나 정부의 지원도 일부 있었지만 이들이 먼저 나서줬기 때문에 행사를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민간의 솔선수범 덕에 늦지 않게 행사 기간 동안 7800여 명이 머물 객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인근 포항·울산 지역 숙박 시설과도 연계해 외교단과 수행원 전원을 수용할 수 있는 체계를 완비했다. 주요 정상 숙소와 회의장 간 이동 동선도 이미 점검을 마쳤다.”
문화유산으로 유명한 경주의 특색을 살린 콘텐츠나 시설도 있나.
“APEC은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라 경주시가 만찬장 내부 설계나 정상회의장 의전 연출 등을 직접 담당할 수는 없다. 다만 개최 도시로서 경주의 품격과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했다. 우선 행사장과 주요 동선에 ‘천년고도 경주’의 이미지를 살려 도시정비사업을 진행했다.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일대에는 야간 경관조명, 안내사인, 환영 조형물을 정비했다. 이를 통해 세계 각국 대표단이 머무는 동안 경주의 고유한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 경북도와 협력해 각국 대표단과 취재진을 위한 경주 문화투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김석기 국회의원과 주낙영 경주시장 등이 9월 30일 경북 경주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APEC 2025 정상회의 성공개최를 염원하는 범시민결의대회’에서 시민단체 회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성공 개최 의지를 다지고 있다. 뉴스1
APEC 경제효과만 7조4000억 원
대규모 방문객이 APEC 행사 참여를 위해 경주를 찾게 된다. 교통 관련 대책은 있나.“APEC 관련 행사는 대부분 보문관광단지 내에서 진행된다. 경주 시민이 자주 찾는 곳이 아닌 만큼 교통 혼잡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시민과 방문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 통제 도로 사전 고지, 지능형 교통시스템 설치 등의 대책을 세웠다. 동시에 방문객들이 쉽게 행사장을 방문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했다. 정상회의 기간 KTX경주역에서 HICO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수시로 운행할 계획이다. 방문객을 위해 보문관광단지 내 임시 주차장도 추가 확보했다. 포항·울산공항을 이용하는 대표단은 전용 리무진으로 경주역을 거쳐 이동하게 된다. 이외에도 행사 전 기간 교통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고, 시청·경찰·도로공사·KORAIL이 합동으로 실시간 교통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APEC 정상회의로 경주 유동 인구가 갑자기 늘어나는 만큼 통신망도 재정비했다. 아마 지금 전국에서 5G 통신망이 가장 촘촘하게 작동하는 곳이 경주일 것이다.”
주 시장은 “경주 시민이 APEC 유치 일등 공신인 만큼 행사 기간에 최대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공적인 행사 개최만큼이나 시민 불편 최소화를 신경 쓰는 것 같다.
“지자체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APEC이라는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민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실제로 시민의 참여가 적극적인가.
“9월 23일부터 70개 시민단체, 1500명 시민이 모여 자원봉사단을 꾸려 환경정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월 2회씩 ‘경주 APEC 시민대학’을 열었다.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시민 역할을 설명하는 강연인데 벌써 500명이 넘는 시민이 이 강연을 찾아 듣고 있다.”
시민들의 참여가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APEC이 경주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 미치는 경제효과는 약 7조4000억 원이다. 이 중 단기 직접 효과가 약 3조3000억 원, 경제 활성화 및 내수 소비 진작, 관광 유치 등 간접 중장기 효과는 4조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주, 제2의 다보스로 만들겠다
정말 분석한 결과만큼의 실적이 날까.“관광객은 이미 늘고 있다. 확실한 통계는 없지만 추석 연휴 기간(10월 3~9일) 경주를 찾은 관광객이 평소보다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APEC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관광객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경주에서 APEC이 열린다는 것 자체가 큰 관광 홍보 효과가 있다. 세계 각국에서 APEC에 대해 보도할 때마다 개최지인 경주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경주를 모르던 사람들이 이를 통해 경주에 대해 알게 되고, 나아가 경주에 방문하게 된 것이라 본다.”
과거 APEC 개최지도 관광객이 많이 늘었나.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 지역의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다. 2005년 APEC 정상회의를 개최했던 부산은 행사 직후 관광객이 3배가량 늘었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2016년 APEC을 개최한 베트남 다낭이다. 행사 이후 10배 이상 관광객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경주도 다낭만큼 관광객이 늘어날까.
“단순히 관광객이 느는 것에 만족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APEC을 잘 치러낸다면 국제회의 도시의 위상 확보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APEC이 열리는 보문관광단지 일대가 국제회의복합지구(GGCC·Gyeongju Global Conference Complex)로 지정된 만큼 APEC 이후에도 각종 국제회의와 포럼을 상시 개최할 수 있다.”
앞으로도 APEC과 같은 행사를 유치하는 데 힘쓰겠다는 이야기인가.
“국제회의를 유치하되 경주와 잘 어울리는 회의를 유치해 볼 생각이다.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는 국제경주역사문화포럼 정례화가 있다.”
어떤 내용의 포럼인가.
“지금은 역사, 문화, 인문학을 다루는 국제 포럼이다. 다음 해에는 규모를 키워 관광에 대해서도 다뤄볼 생각이다. 매해 포럼을 치르며 규모를 키워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화관광 포럼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목표다. 이 목표를 이뤄낸다면 스위스의 다보스처럼 국제 포럼 전문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다보스가 경제 전문 국제 포럼 도시라면 경주는 문화와 관광에 전문성을 가진 제2의 다보스가 될 수 있다.”
주 시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APEC을 치르며 경주 시민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 시민의 도움 덕에 경주가 무탈하게 세계 정상을 맞을 수 있게 됐다. 경주 시민이 이번 APEC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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