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호

[시마당] 대왕오징어

  • 류성훈

    입력2025-11-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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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왕오징어

    또 보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계단을 내려갈 때 금방

    문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버릇이

    언제부터 어디서 흘러온 것인지 

    다음, 이란 안색을 보는 일



    아무 일 없이도 보자던 인사는

    정다운 근거인지, 나의 꼬리가

    네게 길지 않음을 말하기 위해

    발소리를 어떻게 끌었어야 하는지

    약속을 할수록 더 지켜지지 않는

    관계들에 모래처럼 안부만 끼얹어도

    당연히 다시 볼 줄 알았을 것이다

    사람은 저 먼 심야전력 속에서

    시간이 지나간 후 들어오는 불빛

    살아서는 처음으로 물가에 올라온

    대왕오징어의 기사를 본다

    염화암모늄이 너무 많아서

    우리는 먹을 수도 떠날 수도 없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밥을 새로 안치는 밤

    새 이사 날짜가 

    더 큰 눈알을 그린다

    류성훈
    ‌●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 시집 ‘보이저 1호에게’ ‘산 위의 미술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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