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B’ 주제 AI, 반도체, 에너지 전환 현안 논의
호텔 예약한 젠슨 황·韓 방문한 샘 올트먼
글로벌 CEO들 일대일 마크한 재계 총수들
‘AI 격전’ 美中 기업인들 대면에도 시선 집중
‘오픈AI’ 올트먼, ‘딥시크’ 량원펑 조우 가능성↑

10월 1일 한국을 방문한 샘 올트먼 오픈 AI CEO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왼쪽).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창업자인 량원펑. 뉴스1, Visual China
CEO 서밋 앞두고 기업들 ‘빅딜’ 잇달아 체결
이번 APEC은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불확실해진 세계시장, 더욱 첨예해진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그리고 인공지능(AI) 전쟁 등이 맞물리며 정상회의는 물론 CEO 서밋까지 묘한 분위기 속에서 열리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경주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정상회담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서 CEO 서밋 역시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린 CEO들이 만나 세계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EO들이 모이고 대면하는 자리에선 늘 기업들의 ‘역사’가 탄생했기에 더욱 그렇다. 서로 간의 협력, 동맹으로 시장의 새로운 분기점을 만들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이번 경주 APEC CEO 서밋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특히 최근 많은 기업이 협력에 ‘진심’을 보이고 있어 이런 분석은 더욱 힘을 받는다. 칩을 개발하고 데이터센터를 조성하는 AI 기업들은 CEO 서밋을 목전에 두고 ‘빅딜’을 잇달아 체결, 손을 맞잡으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와 오픈AI가 9월 22일(현지 시각)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규모의 협력을 발표했다. 이어 엔비디아와 오픈AI는 각각 인텔, AMD와도 협력관계를 추가로 구축했다. 오라클, 메타, 구글 등 미국의 간판 기업들도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새로운 AI 생태계를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경주 APEC CEO 서밋은 그 정점을 찍을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와 세계 기업 간 협력이 구체화할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 기업 총수들도 대거 CEO 서밋에 참석하고, 서울과 경주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각종 회동에서 세계 CEO들과 반도체, 조선, 에너지 등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할 수 있다. 앞선 10월 1일 발표돼 약 100조 원 규모로 추산된 오픈AI와 삼성·SK 간 전략적 파트너십과 같은 대형 계약 건이 추가로 나올 것이란 기대도 높다.
한편 CEO 서밋은 ‘3B(Beyond·Border·Business)’를 주제로 열려 AI, 반도체, 에너지 전환 등 세계 경제 현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10월 28일 환영 만찬으로 시작돼, 글로벌 경제 이슈와 보호무역주의 대응, AI·반도체 메가 인프라 파이낸싱,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전환 등 7개 세션이 열린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겸 SK그룹 회장은 10월 28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무홀에서 열리는 ‘퓨처 테크 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 구축 전략을 제시한다.
호텔 예약한 젠슨 황·韓 방문한 올트먼
CEO들은 지난 4월 우리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경주 APEC CEO 서밋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받고 6개월이 지난 막판까지 참석 여부를 고심해 왔다. 초청장을 받은 CEO는 약 1700명 규모에 달한다. 대한상의 등에 따르면, 아직까지 참석하겠단 확답을 내놓은 기업은 극소수다. 하지만 곧 있으면 긍정적 답변이 몰려들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된다.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많은 CEO가 초청받은 가운데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두 사람의 이름이 가장 부각된다. 두 사람 모두 AI 시대를 선도하는 핵심 인사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를 시가총액 4조7000억 달러(약 6700조 원)에 육박하는 최대 기업으로 끌어올린 황 CEO는 가는 곳마다 내놓은 말이 이슈가 되는 스타급 CEO다. 엔비디아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들어 파는 기업들에 ‘큰손’ 고객이란 사실도 황 CEO의 방한을 더욱 주목받도록 한다. 황 CEO가 AI 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사업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들의 운명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올트먼은 ‘챗GPT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는 개발자이면서 경영인이다. 챗GPT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생성형 AI 앱인데, 특히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 이용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이용자 수는 682만 명에 달했다. 오픈AI 입장에선 우리나라가 주 고객 국가인 셈으로, 올트먼도 우리나라 방문을 특별히 여기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우리나라를 자주 찾기도 했다. 올해 2월에 이어 10월 1일에도 방한한 것. 경주 APEC CEO 서밋에 참석할 경우 올해만 세 번째 방한이 된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황 CEO는 참석과 불참, 두 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현재 분위기는 참석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모 호텔에 숙박까지 예약한 것으로 알려져 참석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초 황 CEO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자사의 공식 행사 ‘GTC’가 경주 APEC CEO 서밋과 기간이 겹쳐 참석 여부가 불분명했다. GTC는 미국 현지 시간으로 10월 27~29일에 열리고 28일에는 황 CEO가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내년에 출시될 예정인 차세대 AI가속기 ‘루빈’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우리 시간으로 28~31일에 열리는 경주 APEC CEO 서밋과 기간이 맞물린다. 루빈은 현재 출시돼 있는 ‘블랙웰’보다 더욱 높아진 성능을 자랑하는 제품으로, 엔비디아가 다시 한번 AI 칩 시장에서 선두 주자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도록 도울 무기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루빈이 회사의 운명을 건 중요한 제품인 점을 감안하면, 황 CEO가 경주 APEC CEO 서밋보단 GTC에 더 중점을 둘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엔비디아는 대한상의 측과 일정을 조율하면서 GTC와 APEC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 측은 황 CEO의 이동과 일정 소화에 무리가 없도록 최대한 배려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 CEO가 우리나라에 온다면, 서울과 경주를 오가면서 우리 재계 총수들과의 회동, 주요 생산시설 방문 등 행보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황 CEO 측의 요청에 따라 경주 APEC CEO 서밋과는 별도로 황 CEO가 연설하는 엔비디아 단독 세션이 열릴 것이란 후문도 있다.
올트먼도 APEC 때 방한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분위기를 예열하듯, 10월 1~2일 우리나라를 찾았다. 1박2일간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잇달아 만났고, 삼성·SK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등 AI 핵심 인프라 구축 협력과 관련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두 CEO 외에도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도 경주 방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CEO들을 대거 경주로 끌어모은 데는 우리 재계 총수들의 전방위 노력도 크게 한몫했다. 특히 4대 그룹(삼성, SK, 현대차, LG) 총수들이 발 벗고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경영을 위해 외국계 인사들을 만나오면서 형성한 인맥을 적극 활용, CEO들의 경주 APEC 참석을 몸소 타진한 것이다.
CEO들 일대일 마크한 재계 총수들
서밋 주관 기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가장 바삐 움직였다. 각 총수들에게 ‘일대일 마크맨’을 할당하고 경주 APEC 참석을 권유토록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최 회장 본인은 SK하이닉스가 HBM을 오랜 기간 공급해 온 인연을 바탕으로 가까워진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전담 마크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개인 번호로 황 CEO에게 연락해 경주 APEC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도 황 CEO와 만나 경주 APEC 이야기를 나눴다. 그럴 때마다 황 CEO는 “모든 여건이 허락하면 가겠다”며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최 회장은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오픈AI 본사를 방문해 올트먼 CEO도 만나 APEC 초청장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최 회장 못지않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원사격에 힘썼다. 이 회장은 내년 사업 준비와 정부의 관세 협상 지원 등을 이유로 미국을 오가는 가운데서 현지 CEO들을 만나 경주 APEC에 참석해 줄 것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세계 정보통신(IT) 업계 거물들과 한꺼번에 만났다. 이 자리에서도 이 회장은 경주 APEC과 CEO 서밋을 알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 이곳에서 이 회장과 조우한 것으로 알려진 팀 쿡 애플 CEO도 경주 방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APEC 참석과 더불어 양국 기업인들이 경주에서 대면할지도 일각에선 주목하고 있다. AI 시장에서 격전을 치르고 있는 양국 기업들의 CEO들이 만나 우리나라에서 서로 악수만 해도 이는 상징적인 그림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재계에서 나온다. 중국에선 에디 우 알리바바 CEO 등의 방한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량원펑 딥시크 CEO의 방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딥시크는 미국의 대표 기업들보다 제한된 자원과 적은 비용으로 같은 성능의 추론형 AI 모델 ‘딥시크-R1’을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 성능은 오픈AI가 만든 챗GPT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았고, 올트먼 오픈AI CEO도 딥시크를 “경쟁자”로 표현한 바 있다. 올트먼의 방한이 거의 기정사실화돼 있는 가운데서 량원펑까지 참석할 경우 두 사람이 사상 처음으로 대면하는 풍경이 경주에서 펼쳐질 수 있다. 이외에도 중국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와 국가안보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틱톡의 쇼우지 추 CEO가 미국 측과 마주했을 때의 반응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못지않게 중국에서도 이번 경주 APEC에 많은 기업인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방한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중국 내 사정에 밝은 관계자 및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 부처와 기관들은 지난 9월부터 지역별 기업들을 대상으로 회원국 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APEC 비즈니스 여행카드(ABTC)’ 발급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대기업부터 지방 중소기업까지 아우르는 방한단을 꾸리고 있다. 중국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시는 지난 8일 ABTC 신청과 심사, 발급 장소 27곳을 지정해 기업들의 문의를 받고 있다.
ABTC는 APEC 회원국 간 기업인의 이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도입된 장기 복수비자 제도다. 소지자는 회원국별 비자 신청 절차를 생략하고 전용 심사대를 통해 출입국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회원국 간 기업인들에게 무비자 혜택을 제공한다. 중국과 한국은 제도 전면 적용국이지만, 미국은 출입국 혜택을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다. 평소에도 사용할 수 있는 제도지만, 중국이 이번 APEC을 계기로 전국 단위로 발급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확정되면서 자국의 외교·경제 정책을 뒷받침할 기업들의 동행 필요성이 커진 점이 이번 조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일단 보인다. 동시에 이번 기회를 활용해 중국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과 영향력 확대를 노리려는 전략적 의도도 깔려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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