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호

“삼전이냐 하이닉스냐” AI에 묻고도 선택은 레버리지 ETF

[머니&마인드 | 정신과전문의 박종석의 ‘멘털 투자법’] ‘전용 비서’ AI가 도와도 주식투자 실패하는 이유

  • 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

    입력2025-11-1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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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투자 지형 바꾸는 AI, 한계도 명확

    • 인간의 욕망과 불안 데이터 환산 어려워

    • 투자 실패 이유 ‘정보 부족’보단 ‘심리 조절’

    • ‘7가지 원칙’+‘꾸준한 운동’으로 멘털 관리해야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도 인간의 결정을 완전히 좌우할 수는 없다. 불안과 욕망이 얽히는 순간, 투자의 향방은 예측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AI 생성 이미지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도 인간의 결정을 완전히 좌우할 수는 없다. 불안과 욕망이 얽히는 순간, 투자의 향방은 예측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AI 생성 이미지

    “삼성전자에 투자할까, SK하이닉스에 투자할까.”

    여윳돈 500만 원을 손에 쥔 직장인 A씨는 고민 끝에 인공지능(AI) 챗GPT에 조언을 구했다. 주변에서는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지만, 정작 본인은 확신이 없어 마음만 조급해졌기 때문이다. AI의 답은 명쾌했다. 

    “현재 반도체 섹터의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안정성과 배당을 중시하면 삼성전자, 성장과 모멘텀을 중시하면 SK하이닉스를 사라. 단 둘 중 하나에 전액을 투자하는 것보다는 본인 성향이나 투자 목적에 맞게 7:3의 비율로 나눠서 투자하길 권한다. 혹은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를 고려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개별 기업의 성장성과 섹터 분산 효과까지 고려한, 썩 괜찮아 보이는 처방이었다. 하지만 A씨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고점에 도달한 건 아닐까. 물리면 어쩌지?’ ‘차라리 삼성전자가 더 오를 여지가 있지 않을까.’ 불안은 곧 욕망으로 번져갔다. ‘반도체 ETF를 권하는 걸 보면 섹터 전망이 밝다는 뜻일 텐데, 그렇다면 레버리지 상품에 베팅하는 게 낫지 않을까.’ 결국 그의 선택은 반도체 지수를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SOXL’이었다. AI 답변과는 영 딴판으로 흘러간 것이다. 이처럼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도 인간의 결정을 완전히 좌우할 수는 없다. 불안과 욕망이 얽히는 순간, 투자의 향방은 예측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주식투자 지형 바꾸는 AI, 한계도 명확

    2016년 바둑기사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젊은 바둑기사들은 알파고의 기보를 토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전통적 학습법과 기풍 등 바둑의 모든 것이 AI의 도전을 받았다. 실제로 AI를 통해 공부했던 중진급 기사의 대국 성적이 부쩍 향상되면서 “상위 1%의 일부 기사를 제외하면 AI를 보고 배우는 게 낫지 않나”라는 분위기까지 생겼다고 한다. 



    AI는 주식투자의 지형도 바꾸고 있다. 많은 투자자가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정보를 얻지만, 이는 알고리즘에 좌우된 편향된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출처조차 불분명한 허위 정보가 넘쳐나고, 어렵게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구해도 금리·환율·채권의 연관성이나 주당순이익(EPS)·주당순자산(BPS) 같은 기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문장은 곧 암호가 된다. 이런 현실에서 초보 투자자에게 AI만큼 든든한 길잡이도 드물다. 검색 능력이 부족한 이들을 위해 꼭 필요한 정보를 추려주고,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정리해 주는 ‘비서’ 역할을 한다. 피터 린치, 벤저민 그레이엄 같은 투자 대가들의 방대한 저서를 핵심만 뽑아 압축해 줄 수도 있다. 

    실제로 AI가 투자 성과나 예측 정확도에서 사람이나 시장의 벤치마크를 앞선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가치투자 스타일을 적용한 AI 기반 전략이 벤치마크 수익률을 유의미하게 초과했다는 연구가 있고, 공개된 정보만 학습한 AI가 뮤추얼펀드 매니저들보다 나은 성과를 냈다는 논문도 발표됐다. 물론 AI가 시장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웃돌 수 있다는 주장은 아직 근거가 빈약하다. 그럼에도 데이터 처리 및 리스크 관리 능력을 놓고 보면 개인투자자에게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챗GPT나 제미나이가 더 정교해진다면, AI를 통해 ‘최선의 투자’에 다가갈 수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AI에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가 빠져 있다. 인간의 ‘욕망’과 ‘불안’이다. AI가 아무리 상황에 맞는 최적의 답을 내놓는다 해도, 사람이 그것을 그대로 따르리라는 보장은 없다. 인간의 욕망과 불안은 숫자나 데이터로 환산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10월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코스피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오픈AI 협업 소식이 반도체주 랠리를 이끌었다. 뉴스1

    10월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코스피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오픈AI 협업 소식이 반도체주 랠리를 이끌었다. 뉴스1

    가령 ‘○○전자’라는 가상의 기업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AI에 조언을 구했다고 하자. AI가 “○○전자 주식은 상장 후 200% 이상 급등했고, 보호예수 물량을 감안하면 이번 달 안에 절반 정도는 매도하는 게 좋다”라고 답했다면 어떨까. 똑똑한 AI의 말이니 그대로 따를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는 아무리 전문적 조언이라도 참고만 할 뿐,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짓는 것은 ‘인지’가 아니라 ‘감정’이기 때문이다. ‘지금 팔았다가 더 오르면 어쩌지?’ ‘이 정도 수익으로는 부족해, 최소 3~4배는 더 벌어야 해’ 하는 불안과 욕망, 열등감과 질투가 마음을 흔든다. 결국 이 감정이 모든 이론과 상식을 뛰어넘어, 최종적인 투자 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투자 실패 이유는 ‘정보 부족’보단 ‘심리 조절’ 

    투자는 흔히 이성적 행위로 여겨지지만, 여기에 욕망과 불안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는 순간 개인적이고 충동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감정을 배제한 투자’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투자란 본질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자신의 무의식적 욕망을 마주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투자를 할 때 본인의 정신상태를 점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아무리 AI가 ‘정답’을 알려줘도 우울감이나 불안 증상이 있는 사람은 그 답을 의심하며 엉뚱한 선택을 하게 된다. 조급한 성향의 사람은 모두가 우량주라 말하는 종목을 며칠 만에 팔아치우고, 정치 테마주에 ‘올인’할 수도 있다. 강박과 집착이 강한 투자자는 적자가 뻔히 보이는 기업도 손절하지 못한 채 몇 년을 끌고 가기 일쑤다. 결국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상태를 정확히 아는 일이다.

    구글, 애플, 엔비디아가 좋은 주식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투자에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정보 부족’이 아니다. 문제는 언제, 어느 정도 사서 얼마나 보유할 것인지, 다른 기회비용을 감안할 때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지를 두고 느끼는 두려움과 자책이 마음을 위축시키는 데 있다. 때로는 수익을 냈음에도 타인의 성과와 비교하며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감정은 뇌의 ‘보상회로’에서 비롯된다. 편도체와 측좌핵, 전전두엽 피질 사이의 이 영역은 이른바 ‘욕망의 고속도로’로 기능한다. 그래서 우리는 예·적금에 머무르지 않고, 불안 속에서도 투자를 택한다. 결국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마음이다. 자신의 불안, 욕망, 집착 같은 정신적 변수를 직시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지식과 데이터가 있어도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가기 어렵다. 앞으로 투자에서 ‘마인드셋’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AI를 활용한 주식투자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빅데이터 분석 능력이 강점이다. AI는 경제지표, 뉴스, 공시 자료, 재무제표는 물론 SNS 데이터까지 종합해 패턴을 찾아내고, 인간이 미처 감지하기 어려운 동시다발적 거래량 급등 신호나 해외 뉴스도 빠르게 해석한다. 주가, 거래량, 재무비율 등 수치 기반 데이터를 토대로 성공 확률이 높은 ‘퀀트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포트폴리오 내 종목 간 상관관계와 변동성을 계산해 최적화된 비중을 제시하고, 손실 위험이 커지는 구간을 조기에 감지해 준다. 

    그럼에도 AI에만 의존한 주식투자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첫째, AI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이나 예상치 못한 정부 규제 같은 전례 없는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둘째,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해 왜곡된 투자 신호를 낼 수 있다. 셋째, 과거 특정 시기의 시장 환경에 최적화된 모델은 미래 예측에서 성과가 떨어질 수 있다. 넷째, 실시간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초단타 매매(HFT) 영역은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과 헤지펀드가 AI를 활용하고 있어, 개인투자자가 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AI만 믿으면 부자가 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보다, “AI를 유능한 도구이자 비서로 활용해 투자 능력을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투자는 성공과 실패, 수익과 손실 등 이분법적 구분에 따라 평가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젊은 나이에 얻은 ‘코인 대박’은 오히려 근로 의욕과 성장 의지를 갉아먹는다. 뉴스1

    투자는 성공과 실패, 수익과 손실 등 이분법적 구분에 따라 평가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젊은 나이에 얻은 ‘코인 대박’은 오히려 근로 의욕과 성장 의지를 갉아먹는다. 뉴스1

    ‘7가지 원칙’+‘꾸준한 운동’으로 멘털 관리해야

    감정은 AI조차 완벽히 제어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영역이다. 그렇기에 투자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평소 멘털을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일곱 가지 철칙이 있다. 읽어보면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정작 실천하지 못해 흔들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나아가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까지 키워간다면 자존감과 회복탄력성 등이 자연스레 강화될 것이다.

    ①일희일비하지 않기.

    ②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타인의 욕망에 공감하기.

    ③확신이 들더라도 세 번 더 고민하고 행동하기.

    ④항상 과거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기.

    ⑤지나친 집착은 실수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⑥‘그때 ○○할걸’ 하는 자책은 반성보단 에너지 낭비에 가깝다는 사실을 유념하기.

    ⑦대인관계나 직장 생활에 문제가 있을 때는 투자 판단을 쉬기.

    투자는 성공과 실패, 수익과 손실 등 이분법적 구분에 따라 평가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젊은 나이에 얻은 ‘코인 대박’은 오히려 근로 의욕과 성장 의지를 갉아먹고, 허영과 과시에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쓰라린 손실의 경험은 한 사람을 더 단단하고 성숙한 투자자로 만드는 자산이 되기도 한다. 투자란 끊임없는 고민이자, 자신의 욕망과 불안을 이겨내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과정이다. 

    만약 한 번의 투자 성패로 인생이 결정된다면, 차라리 모든 판단을 AI에 맡기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투자와 인생은 단판 승부보단 농사에 가깝다. 당장 오늘의 결과가 아닌 3년, 10년 뒤 축적된 경험과 가치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감정을 배제하고 데이터와 규칙에 따라 일관된 매매만 실행하는 AI에 온전히 의존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우리는 누구나 불완전하다. 그러나 바로 그 불안과 위기를 인지하고 대처하는 과정에서 성숙해진다. 실패와 손실이 남기는 억울함과 반성은 인간을 단단하게 만들고, 더 나은 길로 나아가게 한다. 우리가 매일 느끼는 불안한 감정이야말로 생동감의 토대가 되며, 변화를 이끄는 힘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AI가 지금보다 훨씬 발전하더라도,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결국 멘털 관리가 될 것이라 보는 이유다. 

    박종석
    ● 1981년생
    ● 연세대 의학과 학사, 동 대학원 정신과 석사
    ● 저서: ‘구로동 주식 클럽’ ‘살려주식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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