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호

“전두환은 나를 피해 노태우 만나러 갔다”

‘쿠데타 음모’ 피해자 손영길 장군 증언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6-03-07 14: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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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응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은 2월 2일 자신의 더불어민주당 입당에 대해 청와대가 “불순한 의도로 일하며 문건을 유출한 것이 드러났다”고 비난하자 문건 유출사건을 ‘제2의 윤필용 사건’에 비유한 바 있다. 윤필용이 쿠데타 음모 혐의로 숙청당한 것에 빗대 “청와대가 없는 것을 만들어 덮어씌우고 탄압하는 큰일 날 일”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충립 씨는 “권력 주변 사람들의 음모와 암투 속에 불거진 사건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덮어씌운 것으로 말하는 것은 윤필용 사건의 성격을 모르고 한 부적절한 비유”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박 대통령을 10~15년간 가까이 모신 청와대 주변 권력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제거하려던 음모다. 필자가 사건 발생 한 달여 정도 지난 시점에서 진종채 장군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음모에 의한 것임을 보고한 사실이 있고, 40여 년이 지난 후 사건 당사자들이 법정투쟁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음으로써 음모에 의한 사건임이 증명됐다.”
    김씨의 분석대로 당시 박종규·신범식·전두환 대(對) 이후락·윤필용·손영길의 파워게임을 증언하는 기록은 또 있다. 1991년 11월 1일자 동아일보 ‘남산의 부장들’ 기사를 보자.
    “강창성 씨도 박종규 경호실장과 전두환 준장의 돈독한 관계에 관한 기억을 갖고 있다. 윤필용 사건 초기 박 대통령에 불려갔더니 ‘박종규 경호실장이 들여보내 전두환 준장이 내 방을 다녀갔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전 준장의 ‘윤필용 비판보고’를 듣고 ‘싸움질에 끼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했더니 전 준장 말이 ‘그래도 윤 장군은 군대 안에서 문제가 있다’고 제거를 주장했다더라’고 강 씨는 회고했다.”
    쿠데타 음모 사건은 무죄로 드러났지만, 손영길 장군에게는 여전히 기억하기 싫은 과거였다. 기자와 만난 그는 어렵게 당시 상황을 끄집어냈다. 
    “윤필용 장군이 구속되던 1973년 3월 8일, 느낌이 이상해 전두환 장군에게 전화를 했더니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의도적으로 피했다. 만나 주지도 않았다. 그날 나와의 만남은 피하고 노태우 집에서 회의를 한 건 무얼 의미하겠나. 이후 나는 서빙고에서 멧돼지 통구이 하듯 손발이 묶인 채 모진 고문을 받았다. 물고문, 전기고문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쿠데타 모의했다’고 불라고 했지만, 뭘 한 게 있어야 불든가 하지. 윤필용 수경사령관을 모셔본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충직한 군인이었는지 다 안다.”
    ▼ 전두환 장군과는 이후 연락이 없었나.
    “출감 직후 전두환, 노태우가 집에 찾아왔기에 ‘나는 너희들이 1963년 쿠데타 모의를 했을 때 박 전 대통령 부관(당시는 재건최고회의 의장 부관)으로서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적극 옹호했는데 너희들이 내게 이럴 수 있느냐’고 했다. 그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 김충립 씨는 손 장군이 이후락 중정부장과 윤필용 수경사령관의 관계 회복에 일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종규 경호실장 등의 눈에 거슬렸다고 주장한다.
    “누가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닌 것 같다. 나는 윤필용 장군과 이후락 중정부장을 가깝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한 사실이 전혀 없다. ‘술좌석에서 이후락 부장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는 조언을 했을 뿐 내가 모종의 역할을 했다고 하는 것은 주위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다. 이 부장과 울산농고 선후배라 그런 소문이 난 것 같은데, 내가 화해를 주선한 일은 없다. 박 전 대통령에게 서운한 감정은 없다. 주변 권력이 문제였지….”



    “몸뻬 입고 다니지 마라”

    한편 군 출신 인사들은 육사 11기 부인들의 위세가 대단했다고 입을 모았다. 부인들 간 신경전 때문에 고통을 받은 군 관계자가 많았다고 한다. 다음은 군 관계자 A씨가 들려준 얘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제1공수특전단장 시절 부대 체육대회를 하는데 이순자 여사가 ‘와이프 업고 100m 달리기를 하자’고 즉석 제안했다. 부대 공식 행사 식순을 부대장 부인이 결정한 것도 문제이지만, (다들 눈치를 보느라) 전두환 장군을 앞서서 달리는 사람이 없었다. 위세 자랑처럼 보였다. 이후 가수 김세레나가 위문공연을 했는데, 전 장군이 계속 그녀를 응시하자 이순자 여사가 남편을 향해 ‘당신 누굴 보고 있냐’고 따지면서 회식은 곧바로 종료됐다. 늘 투피스 정장을 입고 다닌 김옥숙 여사는 11기 부인들의 공부모임에서 이순자 여사에게 ‘몸뻬’(고무줄 바지) 좀 입고 다니지 마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후 전 장군이 늘 앞서 진급하자 김 여사가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1978년 전두환 장군이 1사단장 시절 그의 참모를 했던 예비역 대령 B씨는 이렇게 회고했다.
    “이 여사는 부인들과 모인 자리에서 ‘이 목걸이 12연대 사모님이 준 건데 너무 예쁘다’ ‘15연대 사모님은 저녁식사로 ○○를 준비했는데 (전두환) 장군님이 너무 좋아하시더라’고 말한다. 부하 사모님들께 ‘너희들도 준비하라’는 의미로 들렸다. 부대 시찰을 할 때에도 참모와 공병대장 등이 수행하지 않으면 이 여사는 역정을 냈다. 그러니 모셔야 할 상관이 두 명이었다. 한번은 우리 부대에 미군이 잘 지어 놓은 농구 코트가 있었는데 이 여사가 그걸 클레이 코트로 바꾸라고 하더라. 공병대장이 고생한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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