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호

특검이 집중 수사하는 김건희 5대 의혹

[김건희 특검 수사] 속속 드러나는 윤석열 정부의 영부인 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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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연 차장

    grape06@donga.com

        

    입력2025-08-2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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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3700여 차례 주문해 8억 상당 챙겨

    • ②무상 여론조사 후 공천 개입, 김 여사가 먼저 의뢰했다고 판단

    • ③건진법사 통해 받은 통일교 다이아 목걸이, “본 적도 없다”

    • ④신고 누락 6000만 원 목걸이, “내가 줬다” 서희건설 회장 자백

    • ⑤대통령 관저 리모델링에 수의계약, 사적 개입 여부 수사

    • 주가조작 관련 명확한 증거 확보돼 입증 비교적 수월

    • 공천 개입, 통일교 청탁 등 진술 신빙성 놓고 다툼 벌어질 듯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8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8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역사상 영부인에 대해 특검이 직접 강제수사를 벌이고 구속까지 집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김건희 특검은 복잡한 권력형 비리와 의혹의 밑바닥을 찾는 중대한 여정이다. 특검 수사가 7월부터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주가조작부터 정치자금, 공천 개입, 고가 명품 수수까지 층층이 쌓인 의혹이 하나씩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수사는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국민의 신뢰와 국가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혐의가 속속 드러날수록 더 복잡해 보이기만 하는 김건희 여사의 5가지 주요 혐의와 특검의 주요 수사 내용을 하나씩 짚어봤다. 

    특검 규모 205명, 16건 중 5건 집중 수사

    7월 2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파헤칠 민중기(66·사법연수원 14기) 특별검사팀이 일명 ‘김건희 특검법’에 따라 수사를 정식 개시했다. 특검법은 지난해 12월부터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 야당 주도로 네 차례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전 대통령과 최상목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됐다. 올해 4월 민주당 등이 다섯 번째 발의하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게이트,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건넨 금품수수 의혹까지 총 16건의 의혹이 포함됐고, 6월 5일 본회의를 통과해 10일 시행됐다. 김건희 특검팀은 민중기 특검과 특검보 4명(김형근, 박상진, 문홍주, 오정희), 파견 검사 40명, 특별수사관과 파견 공무원은 각각 80명이며 수사 기간은 최장 150일이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8월 18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8월 18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특검법에 명시된 16건의 수사 대상은 다음과 같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 △명품 가방, 다이아몬드 목걸이 수수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이종호(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을 매개로 임성근(전 해병대 1사단장, 채 해병 사망 관련), 조병노(경무관, 세관 마약수사 외압 관련) 등의 구명 로비를 하는 등 국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등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 매개로 국가계약 및 국정 운영(창원산단 지정 등)에 관여한 의혹 △제8회 전국동시지방, 2022년 재보궐선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부당 개입 의혹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불법, 무상 여론조사 받고 그 대가로 공천에 개입해 부정한 이익 주고받았다는 의혹 △위와 같은 거래로 부정한 선거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 △대통령의 지위 및 대통령실의 지원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의혹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제20대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의혹 △위 사건들과 관련해 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은폐하거나 증거인멸, 인멸 교사했다는 의혹 △위 사건들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 등이다. 

    이 가운데 특검이 현재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5대 의혹은 ①도이치모터스 등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혐의(자본시장법) ②정치 브로커 명태균으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 제공받고 국민의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③전성배 등을 통해 통일교로부터 고가 가방 및 목걸이 등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청탁금지법) ④2022년 나토(NATO) 정상회담 당시 고가 목걸이(6000만 원 상당) 등 수수 혐의(청탁금지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⑤대통령 집무실, 관저 등 이전 과정에 사적 개입 및 외압 행사 혐의(국가공무원법, 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이다. 

    ‘단순 방조자 아닌 공모자’

    특검이 첫 번째로 수사에 나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사전에 인지하고 직접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다. 8월 7일 특검팀이 김 여사에 대해 청구한 A4용지 20여 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김 여사는) 주가조작에 참여해 8억1000여만 원을 챙겼으며, 단순 방조자가 아닌 공모자’라고 적시됐다. 2021년 7월, 김 여사 관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검찰 수사가 최초로 본격화한 이후 수사기관이 부당이득 액수를 특정한 것은 처음이다. 



    특검은 김 여사가 이미 유죄가 확정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공모해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 시세조종 행위에 참여해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시세조종 관련 계좌를 이용해 고가 매수 주문, 물량 소진 주문, 허수 매수 주문, 시·종가 관여 주문 등 총 3700여 차례의 이상(異常) 매매 주문을 통해 주가를 조작해 8억1000여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보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권 전 회장 등이 2009년 12월부터 3년간 91명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2000원대이던 주가를 4배가량 끌어올려 부당이득을 챙긴 사건이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 이 전 대표에게 수익금 40%를 나눠주는 조건으로 20억 원이 든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맡기고, 주식거래량 조종에 사용하게끔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재수사에 나섰던 서울고검은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사 관계자에게 “계좌 관리자(이 전 대표) 쪽에 수익금 40%가량을 주기로 했다”고 말한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여사는 8월 6일 첫 특검 조사에서 “당시 주식을 잘 모르던 30대여서 주가조작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고 (단순히) 주식거래를 맡겼던 것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특검은 김 여사 주가조작 혐의 여부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의 허위 발언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2021년 10월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윤 전 대통령은 “저희 집사람은 오히려 손해 보고 나왔다”며 김 여사가 피해자임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이 허위라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도 확인할 예정이다. 

    무상 여론조사 후 공천 개입…김 여사가 먼저 의뢰했다고 판단

    두 번째 혐의는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에게 불법 여론조사 및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공천 개입을 통해 부정한 이익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8월 8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명 씨로부터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총 58차례, 약 2억7000만 원 상당의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사실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무상 여론조사를 받은 대가로 그해 6월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당시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0월 윤 전 대통령이 공천 발표 전날인 2022년 5월 9일 명 씨에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상현이(윤상현 국민의힘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공천관리)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하는 녹취록이 공개된 바 있다. 

    또한 특검은 김 여사가 2021년 7월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먼저 요청했다고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7월 16일, 지난해 ‘명태균 게이트’를 폭로한 강혜경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측의 의뢰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먼저 요청해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뒤 명 씨가 요청한 김 전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대가관계가 명확해진다. 

    이후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를 요청한 시기를 2021년 7월로 특정하고, 8월 6일 김 여사를 소환해 사실관계를 추궁했다. 그러나 김 여사는 여론조사와 관련해 “요청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명태균 등 핵심 피의자에 대한 조사를 확대해 진행하고 있으며, 국민의힘 당직자들의 추가 조사와 기소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혐의는 김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 등을 통해 통일교로부터 고가 가방과 목걸이 등 금품을 제공받고 통일교 현안 처리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전 씨는 승려를 자칭하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법당을 열고 무속 활동을 해온 인물로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오랜 친분으로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인재 영입이나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앞서 7월 30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2022년 4~7월 전 씨를 매개로 김 여사에게 6000만 원대 다이아몬드 목걸이(그라프), 1000만 원대 샤넬 백 2개 등 고가 선물을 건네고 통일교 현안 처리를 부탁한 혐의로 구속됐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의 아내 이모 씨가 3년 전 6월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샤넬 매장에서 신용카드로 1000만 원대 가방을 산 영수증과 같은 해 7월 29일 강남구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그라프 매장에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상품권으로 6220만 원에 산 영수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타 명품 구매와 관련된 기안서, 통일교 회계 자료 등 조직적 선물 로비 정황을 물증으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본부장이 전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청탁한 내용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정부개발원조(ODA) 지원,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해당 물품을 건네고 청탁한 사실을 인정하며 통일교 총재 등 윗선의 결재와 허가를 받고 한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일교는 “개인의 일탈”이라고 주장하며 윤 씨를 교단에서 축출했다. 특검은 압수수색 및 증거 분석을 통해 윤 전 본부장 개인적으로 움직인 것이 아닌, 교단 차원의 청탁 행위임을 규명하고 있다. 

    김건희 특별검사팀은 서희건설이 김 여사가 2022년 6월 해외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졌던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를 직접 구매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자수서를 받았다고 8월 12일 밝혔다. 사진은 2022년 6월 29일(현지 시간) 스페인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 참석한 김 여사. 뉴시스

    김건희 특별검사팀은 서희건설이 김 여사가 2022년 6월 해외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졌던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를 직접 구매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자수서를 받았다고 8월 12일 밝혔다. 사진은 2022년 6월 29일(현지 시간) 스페인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 참석한 김 여사. 뉴시스

    신고 누락 6000만 원 목걸이, 서희건설 회장 자백

    김 여사는 이와 관련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8월 6일 특검 조사에서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전 씨를 만난 적이 없다”며 “선물을 받지 않았고 본 적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특검은 2022년 7월경 전 씨가 모는 차량이 윤 전 대통령 부부 거주지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출입한 기록을 제시했으나 김 여사는 “아크로비스타에 전 씨의 다른 고객이 많이 산다”며 반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특검은 이날 전 씨가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받은 통일교 측 금품을 전달하기 위해 김 여사를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네 번째 혐의는 김 여사가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동행하면서 착용한 6000만 원대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와 관련한 것이다. 당시 김 여사가 착용한 해당 목걸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는데,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신고한 재산 목록에 없던 것이어서 논란이 증폭됐다. 당시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이번 특검 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는 “2010년 홍콩에서 모친(최은순 씨) 선물용으로 산 200만 원대 모조품”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이 모조품은 특검이 7월 말 김 여사의 오빠 김 씨의 장모 집을 압수 수색하면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8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본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사옥. 뉴시스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8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본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사옥. 뉴시스

    이후 특검은 8월 11일 해당 목걸이를 구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서희건설 본사 압수수색에 나섰고, 2022년경 해당 건설사의 비서실장이 같은 모델의 목걸이를 구매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도됐다. 이튿날 특검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김 여사 측에 목걸이를 전달했다”는 취지의 자수서와 함께, 수년 뒤 돌려받은 목걸이 진품 실물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 측은 김 여사가 2023년 말 “잘 썼다”며 돌려줬다고 진술했는데, 이 시기는 최재영 목사가 디올 백을 전달한 영상이 언론에 공개된 직후로 김 여사의 뇌물 수수 여부가 한창 논란이 되던 때였다. 특검은 이 회장이 해당 목걸이를 김 여사에게 건네며 맏사위인 검사 출신 박성근 변호사의 인사 청탁을 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2022년 6월 3일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된 바 있다. 

    이 회장이 이례적으로 특검 압수수색과 동시에 자수한 것은 특검 수사가 서희건설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최근 정부는 서희건설의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인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해 합동 특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7월 31일 수원지검은 경기 용인의 한 지역주택조합 시공사인 서희건설의 부사장 A씨를 배임증재 및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조합장에게 공사비 증액과 공사 수주를 대가로 약 23억 원 상당의 현금과 부동산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다섯 번째 혐의는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 등 국가계약 관련 사안에 부당하게 개입했냐는 것이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이전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외교부 장관 공관을 리모델링해서 대통령 관저로 쓰기로 하고, 업체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한 뒤 12억2400만 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당시 관저 리모델링을 맡았던 업체 21그램과 관련해 뒷말이 무성했다. 이 업체는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를 후원하고,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도 맡은 바 있었다. 이후 21그램은 증축 및 구조보강 공사 면허가 없는데도 대통령 관저 시공업체로 선정, 계약서를 쓰기 전부터 공사에 착수, 공사 과정에서 15개 무자격 업체에 하도급 공사를 맡겨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혐의로 2022년 12월 감사 대상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감사원은 “대통령실, 관저 이전 과정에서 국가계약 및 공사 관련 법령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8월 13일 대통령 관저 이전을 주도한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8월 13일 대통령 관저 이전을 주도한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특혜 논란이 불거지는 또 다른 이유는 해당 업체 대표의 배우자 B씨가 통일교 청탁 의혹에도 등장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건진법사 전 씨가 김 여사에게 건넨 샤넬백 2개를 다른 가방과 신발 등으로 교환하기 위해 매장을 찾을 당시 B씨와 동행했고, 부족한 교환 비용 200만 원을 B씨가 대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8월 13일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약 5개월 내 16개 의혹 관련 증거 확보가 관건

    김 여사 특검은 위와 같은 내용 외에도 다수의 의혹에 대해 파헤칠 것으로 보여 특검에 부여된 수사 기한 내에 수사를 종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검이 조사해야 할 관련자의 수가 늘고 있고, 증거 확보에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검은 특검법에 따라 최장 150일까지 수사할 수 있는데, 약 5개월 안에 16개 의혹에 관해 얼마나 확실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김 여사에 대한 재판도 해를 넘겨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특검이 김 여사의 공모 혐의를 입증할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고 알려져 다른 혐의보다는 유죄를 입증하기가 용이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외 공천 개입 사건, 통일교 청탁 사건의 경우 관련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다툼이 생길 것이므로, 특검 입장에선 쉽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1심 판결 선고 시한은 특검법에서 6개월로  정하고 있으나, 법원은 이를 강제력 없는 훈시 규정이라고 보고 있는 만큼 기한 내에 1심 판결이 선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호·윤영호·김예성…김건희 관련 의혹의 키맨들

    복잡하게 얽힌 김 여사 관련 각종 의혹에는 핵심 인물들이 각각 등장한다. 우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있어 실마리를 쥐고 있는 핵심 인물은 한 이종호(64)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다. 김 여사의 최측근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는 경상남도 합천 출신으로 동서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주식과 민간 벤처투자 사업에 뛰어들어 블랙펄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대표를 지냈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직접 가담했다. 이와 관련해 약 22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4억 원이 확정됐다. 이 전 대표는 이외에도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과, 해병대 출신임을 이용해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구명 로비에 가담한 사건에도 연루돼 8월 5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로 구속됐다. 

    통일교 청탁 의혹에서 김 여사 최측근은 건진법사 전성배 씨인데, 의혹의 핵심 인물은 그와 긴밀하게 소통했던 윤영호(48) 전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본부장이다. 윤 전 본부장은 선문대 신학과 졸업 후 2008년부터 통일교 본부에서 정책기획 등을 담당했고, 2015년 한학자 총재의 부름으로 통일교 세계본부에서 직책을 맡았다. 2020년 5월부터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서 핵심 운영 권한을 행사한 실질적 최고 권력자다. 윤 전 본부장은 3년 전 건진법사 전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건낼 샤넬 가방,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전달하고 통일교 현안을 부탁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통일교는 6월 윤 전 본부장에 대해 출교 처분을 내렸다. 윤 전 본부장은 7월 30일 특검 조사 직후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로 구속됐다. 

    이외에 김 여사 최측근으로 ‘집사’라 불리는 김예성 씨도 특검이 집중 수사하고 있다. 김 씨는 2010년경 서울대 EMBA 2기를 다니면서 김 여사와 알게 됐고, 이후 코바나컨텐츠 감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2023년 김 씨가 설립에 관여한 렌터카 회사 IMS모빌리티는 자본잠식 상태임에도 카카오모빌리티, HS효성, 신한은행, 한국증권금융 등으로부터 약 184억 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특검은 김 씨가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했고, 관련 기업들은 김 씨와 김 여사를 통해 정부와 공공기관에 청탁을 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한편 김 씨는 2017년 IMS모빌리티 주식 4000주를 주당 1만 원에 매입한 뒤 2020년 2379주를 주당 약 146만 원에 매도해 3년 만에 약 34억 원의 차익을, 2023년에는 남은 지분을 차명 법인 이노베스트코리아를 통해 약 46억 원에 매각하며 약 80억 원의 수익을 실현했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했던 김 씨는 여권 만료를 하루 앞둔 8월 12일 귀국해 특검에 체포돼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다.



    정혜연 차장

    정혜연 차장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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