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에 여론조사가 쏟아졌습니다. 대체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을 오갔다는 조사결과가 많았습니다. 해석도 대동소이했는데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대응이 좋은 평가를 얻었고, 노동‧교육‧연금개혁을 국정과제로 내세워 지지층이 결집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거죠.
저는 장기적 흐름에 주목해봤습니다. 마침 참고할만한 데이터가 있는데요.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 15일 발표한 ‘2022년 월별·연간 통합-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정당 지지도, 주관적 정치 성향’ 조사결과입니다. 한국갤럽이 매주 진행하는 ‘데일리 오피니언’ 데이터를 통합한 자료입니다. 표본이 많아서 1주일치 단발성 조사보다 여론의 심층을 들여다보는 데 용이합니다.
이 중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그러니까 2022년 5월 이후를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주목한 키워드는 윤석열 대통령 비호감층입니다.
90년대 학번의 단결?
윤 대통령이 가장 인기가 없는 곳은 예상대로 호남입니다. 광주/전라권에서 윤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5%입니다. 반면 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74%에 달합니다. 광주/전라권에서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5월만 해도 27%였는데요. 7월에 14%로 떨어지기 시작해 12월에 이르면 10%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7개월을 종합하면 15%이긴 하나, 가장 최근 3개월의 수치는 10%, 12%, 10%에 불과합니다.윤 대통령이 가장 인기가 없는 세대 역시 예상대로 40대입니다. 40대에서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1%였습니다. ‘잘못하고 있다’는 72%로 집계됐고요. 특히 40대 남성과 40대 여성을 떼어놓고 집계해도 21%로 똑같았는데요. 성별 격차 없이 윤 대통령에게 불만이 많다는 뜻인 겁니다.
그런데 한국갤럽은 별도의 표를 통해 조사대상자 전체를 나이별로 집계한 결과도 발표했습니다. 40대라고 하면 41세와 42세, 43세 등 다시 세분화해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와 정당 지지도, 주관적 정치성향을 확인한 겁니다. 이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성인 중 윤 대통령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은 1975년생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 만 47세였죠. 1975년생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16%에 불과했습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76%였고요.
다음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층 비율이 높은 사람들은 딱 한 살 아래, 그러니까 1976년생입니다. 1976년생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17%였습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77%여서 외려 1975년생의 같은 비율보다 더 높았습니다. 부정 평가 기준으로 보면 1976년생이 윤 대통령에게 가장 비판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그밖에도 1970년대 중‧후반생들이 윤 대통령에게 부정적이었는데요. 긍정 평가 기준으로, 1977년생 22%, 1978년생 19%, 1979년생 19%이었습니다. 90년대 학번으로 묶이는 1980년생에서도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19%에 그쳤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43세에서 48세 사이, 굳이 따지자면 사회에서 커리어의 전성기를 구가할 시점의 시민들이 집권세력에 대한 비토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1975년생, 1976년생, 1978년생, 1979년생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50%를 넘었습니다. 무당파 비율이 높으면 윤 대통령이 이들을 공략할 포인트가 그 나름대로 있겠지만, 이미 민주당의 강력한 연료로 자리 잡은 세대라면 마땅한 수가 없겠죠.
그간에는 1970~74년생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진보적 세대로 꼽혔습니다. 최슬기 KDI(한국개발연구원) 부교수,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2019년 발표한 논문 ‘세대별로 투표하는 정당이나 후보는 달라지는가?’를 보면, 한국종합사회조사를 자료로 활용해 APC모델로 분석한 결과 가장 보수적이지 않은 정치행태를 보인 세대는 1970~74년생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1965~69년생이었고, 다음이 1975~79년생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386 세대가 정치이념과 태도에서도 가장 진보적일 것이라는 통념에 반하는 결과”라고 썼는데요. 그만큼 1970~74년생의 진보성이 도드라진다는 겁니다. 이 논문이 나온 지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오히려 1975~79년생의 비보수적 성향이 윗세대보다 두드러집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1970년생 27%, 1971년생 23%, 1972년생 31%, 1973년생 26%, 1974년생 23%였습니다. 전체 평균(34%)을 밑돌긴 하나, 16~17%로 나온 바로 뒷 세대보다는 그나마 윤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셈이죠.
한국사회의 主流
2022년 5월부터 12월 누적 데이터 기준으로 윤 대통령에게 가장 비판적인 직군은 사무/관리직입니다. 긍정 평가 비율이 24%, 부정 평가 비율은 68%로 두 쪽 모두 전체 평균(긍정 34%, 부정 55%)과 격차가 두 자릿수 이상 났습니다. 다음으로 학생층에서 긍정 평가 비율이 27%에 그쳤습니다. 다만 학생층에서는 부정 평가 비율이 56%로 전체 평균(55%)과 거의 비슷했는데요. 모름/응답거절 비율이 15%로 다른 직업군에 비해 유독 높았던 점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즉 긍정과 부정 평가를 모두 종합하면 사무/관리직이 가진 윤 대통령에 대한 비토 정서가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의미죠.세대와 직업을 종합하면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2022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성인 중 윤석열 대통령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은 1975~76년생 사무/관리직이라고요. 다른 말로 바꾸면 ‘40대 중‧후반 화이트칼라’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기업의 직급으로 치면 부장과 상무 언저리에 해당할 테고요.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쓴 ‘격변과 균형: 한국경제의 새로운 30년을 향하여’(2022)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오는데요. 1990년에는 국민소득에서 기업의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16.1%였는데, 2011년에 그 비중은 24.1%로 급증했다는 겁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죠.
2010년대 기업의 영향력이 한층 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40대 중‧후반 화이트칼라는 한국사회의 주류(主流)입니다. 말하자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집권을 함으로써 주류가 됐으나, 막상 주류의 지지는 못 받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상황이 장밋빛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여론조사업체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해 12월 30~31일 진행한 조사의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소환을 통보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질문에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라고 답한 비율은 절반(54.5%)을 넘은 반면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 목적의 수사’라고 답한 비율은 38.3%에 그쳤습니다.
구체적으로는 40대에서 ‘야당 탄압’이라고 답한 비율이 55.3%로 나타났지만 직업별로 보면 사무/관리직의 45.0%가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라고 답했습니다.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층인 화이트칼라에서도 이 대표가 마주한 ‘사법 리스크’에 대해 의견이 거의 반분된 겁니다. 민주당 지지세가 사무/관리직 다음으로 강한 학생층에서는 응답자의 63.7%가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라고 답했고 22.8%만 ‘야당 탄압’이라고 했습니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서로 다른 두 기관이 실시한 조사를 종합해 제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대표는 지지층조차 결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연말 광주에서 열린 ‘검찰독재 야당탄압 규탄연설회’를 찾았습니다. 새해 첫날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가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바로 다음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회동했죠. 일정에서부터 정치적 노림수가 읽힙니다. 민주당의 고토부터 다지겠다는 인식이 엿보이는 거죠.
‘집권 보수’에 매우 비판적이나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도 부정적인 사람들. 2023년 한국정치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해 주십시오. ‘구독’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