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호

‘친환경 호텔 서비스’ 개척한 황용득 서울프라자호텔 사장

“지하수 개발해 용수 절감 ‘그린카드’로 비용 사회환원”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2005-09-29 14: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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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서비스업계 최초의 환경·안전 통합인증, 에너지절약 유공자 대통령 산업포장 수상, 하루 지하수 400t 사용, 음식물 폐기물 전량 재활용…. 대기오염의 한복판에 놓인 서울프라자호텔이 ‘환경경영의 거점’으로 변모하고 있다.
    ‘친환경 호텔 서비스’ 개척한 황용득 서울프라자호텔 사장
    서울 시내에서도교통량이 가장 많은 도심에 자리잡은 서울프라자호텔이 ‘환경사랑방’으로 통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 한복판에 있지만, 오히려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유지하고 유해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해 ‘친환경 호텔’의 대명사가 됐기 때문이다.

    서울프라자호텔은 1997년 2월 국내 호텔업계에서는 최초로 ISO 14001 국제 환경 표준화 규격인증을 획득했다. 1991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지시로 ‘에코(ECO)-2000’을 실행하면서 환경경영을 적극 도입한 결과다. 그러나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00년부터 환경(ISO 14000), 보건 및 안전(ISO 18000), 식품 위생(HACCP)을 통합한 ‘에코(ECO)-YHES(Yes Health Environment Safety)’ 시스템을 구축해 한층 수준 높은 환경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황용득(黃容得·51) 서울프라자호텔 사장은 이러한 친환경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다른 호텔은 엄두도 내지 못하던 지하수 개발에 성공해 용수 비용을 절감했고, 장기 투숙 고객은 시트와 수건 등 꼭 필요한 것만 세탁하도록 권장하는 ‘그린카드’ 제도를 도입했다.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서울프라자호텔의 친환경 서비스를 배우기 위해 다른 호텔 직원들이 지방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9월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서울프라자호텔 5층 비즈니스센터에서 황 사장을 인터뷰했다. 호텔 로비에서 기자와 환경재단 이미경 사무국장을 맞은 그는, 인터뷰 장소를 직접 안내할 만큼 자상한 매너의 소유자였다. 최고경영자가 몸소 실천해 보이는 서비스 정신은 곧 호텔의 경영이념과도 직결된다.

    -호텔에 도입된 환경경영이란 개념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환경경영은 제조업체 등 유해물질을 대량 배출하는 기업에나 필요하지, 호텔과 같은 서비스업종이 환경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겠느냐’는 인식이 많았어요. 그러나 먹고, 마시고, 쓰레기를 만드는 것 자체가 환경에 신세를 지는 것 아닙니까. 인간의 환경소비 활동이 더 큰 규모로 이뤄지는 곳이 바로 호텔입니다. 호텔의 솔선수범이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우리가 지금껏 당연하게 생각한 물과 공기가 파괴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환경경영은 소극적인 사후 관리 차원이 아니라 사전 예방을 전제로 한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활동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환경·안전 통합인증

    -서울프라자호텔이 올해 환경과 안전부문의 통합인증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1991년부터 그룹 차원에서 환경경영의 일환으로 ‘ECO-2000’을 실천해왔는데, 2000년부터는 호텔 차원에서 환경뿐 아니라 안전과 보건, 식품안전 분야까지 아우르는 ‘ECO-YHES’를 도입했습니다.

    이 방침에는 환경 시스템을 구축해 지구환경을 보전하고, 안전·보건 시스템을 구축해 임직원 및 고객의 안전을 확보하며,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을 통해 식음료의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명시돼 있습니다. 법 규제보다 사내기준을 강화하고, 에너지 및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건 물론이고요. ‘ECO-YHES’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시설팀 산하에 환경안전파트도 신설했습니다.

    올해 업계 최초로 ‘ISO 14001 및 K-OHSMS 통합인증(환경 및 안전부문 인증)’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선구적인 시스템과 전문적인 실행력이 결합된 결과라고 봅니다.”

    서울프라자호텔의 환경경영 감상 포인트는 지하수에 있다. 이 호텔은 2002년 음용할 수 있는 지하수를 개발, 현재 하루 400t의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도로로 둘러싸인 호텔에서 어떻게 지하수를 끌어올릴 수 있었을까.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도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 건 아시죠? 아마 상수도를 대량 사용하는 업체 중에서 지하수 개발을 고민해보지 않은 업체가 없을 겁니다. 저희만 해도 업종 특성상 객실 및 영업장에서 월평균 1만3000t의 용수를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우리 호텔은 1976년 개관 당시 지하수를 사용했습니다. 지정학적 위치상 남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드는 자리라더군요. 그 점에 착안, 지하수 개발 전문업체와 협의해 약 2년간 지하수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현재 호텔에서 사용하는 용수의 50% 이상을 지하수로 사용하고 있어요.”

    지하수 개발 과정이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6개월 동안 지하 150m까지 파내려갔지만 물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30년 전 나오던 지하수가 이젠 청계천 쪽으로 흘러가버린 게 아닐까, 지하철 1, 2호선 공사로 수맥이 단절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제기됐다. 상부에서는 지하수 개발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달까지만 해보고 포기하자’고 다짐한 순간, 기적 같은 일이 찾아왔다. 2001년 12월 어느 날, 무려 700t의 물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 대체용수 개발에 매달린 호텔의 의지와 지하수 개발업체의 노력이 2년 만에 결실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파이프를 통해 콸콸 쏟아지던 물줄기는 마치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서울의 지하수가 그리 깨끗할 것 같진 않은데요.

    “매달 지하수 수질 검사를 하고 있는데, 총 대장균군, 납, 수은 등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마실 수 있는 양질의 물이에요. 지하 150m에서 끌어올린 천연 암반수니까요. 지하 30m 정도에서 흐르는 지표수와는 분명 다릅니다.

    지하수를 채수하면, 엄격한 정수과정과 테스트를 거쳐 식수가 아닌 객실 및 부속 건물의 위생수로 공급하고 있어요. 화장실의 양변기, 세면기 등에서 사용하는 물이 지하수라고 보면 됩니다. 물론 마셔도 되는 지하수지만, 철저한 위생관리를 위해 식수로는 생수를 공급하고 있지요.”

    지하수 개발에 성공해 호텔은 자원 절약과 비용 절감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설비투자 명목으로 약 3억원이 들었지만, 지하수를 시설 용수 및 화장실 배수용으로 사용하면서 연간 1억5000만원을 절약하고 있는 것. ‘환경투자가 결국 비용절감’이란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화된 오수로 만든 수족관

    오수(汚水)에서 노니는 금붕어는 서울프라자호텔의 또 다른 구경거리다. 정화된 오수로 만든 수족관은 호텔에서 방출되는 폐수가 얼마나 깨끗한지 보여준다.

    “월평균 1만3000t의 용수를 사용하는 호텔에서 오수 정화는 필수지요. 우리 호텔은 화학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미생물에 의한 정화방법(장기폭기식)으로 오수를 처리합니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의 법적 기준인 20ppm보다 훨씬 깨끗한 6ppm의 양호한 처리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요.

    오수정화조 담당자의 아이디어를 반영, 호텔의 삭막한 기계실에 오수정화조 처리수를 이용한 수족관을 만들었지요. 김영진 시설팀장이 행여 물고기가 죽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매일 배출되는 오수 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습니다.”

    호텔은 면적당 에너지 소비가 많은 건물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 하루 3시간만 에어컨을 가동하고, 밤에는 화려한 샹들리에를 소등한 특1급 호텔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호텔에서 ‘효율적 에너지 사용’은 필수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시청 광장과 마주한 서울프라자호텔의 야간 조명이 휘황찬란합니다. 아름답긴 하지만, 네온사인 장식으로 소모되는 전기량이 엄청날 것 같던데요.

    “과거엔 도시 미화를 위해 화려한 야간 조명을 설치하라는 권고를 많이 받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유가는 치솟고 에너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우리 호텔의 경우 에너지 비용으로 연간 30억원을 사용합니다. 사용량으로 따지면 6000TOE(석유환산톤)에 달합니다. 그러나 업종의 특성상 고객이 사용하는 공간에 대한 에너지 절약은 어려운 실정이지요.

    그래서 택한 전략이 에너지관리공단의 진단을 받는 것입니다. 에너지 사용 설비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해 투자 회수가 효율적인 항목부터 고효율 설비 투자를 실시하게 됐지요. 예를 들어 부속건물에 고효율 조명기구나 빙축열 냉동기를 설치하고, 노후 보일러나 냉동기를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고효율 설비를 채택함으로써 고객에게는 불편을 초래하지 않고 에너지 절감을 실천한 것이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에너지절약 유공자 산업포장을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이 드는 거창한 프로젝트만이 환경경영의 핵심은 아니다. 환경 보전은 구성원 개개인의 사소한 행위로부터 출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임직원이 동참하는 ‘에너지 바로 쓰기’ 운동은 서울프라자호텔의 환경경영을 가능케 하는 근원이다.

    “각 부서에 환경안전 분야를 전담하는 ECO-YHES 담당자가 1명씩 배치돼 있어요. 이들의 주도로 각 부서가 환경경영을 위한 여러 가지 실천방안을 자발적으로 내놓습니다. 주방에서는 조리 온도별로 구획을 나눠 요리하고, 영업장은 예약인원과 시간을 고려하여 냉난방을 탄력적으로 운전하고 있지요. 에너지 절약에 대한 공감이 전사적으로 퍼져나가다 보니, 냉방 온도를 1℃씩 낮추고 불필요한 등을 끄는 절전 습관은 기본입니다.”

    고객의 힘, ‘그린카드’ 제도

    ‘친환경 호텔 서비스’ 개척한 황용득 서울프라자호텔 사장

    황용득 사장은 “‘그린카드’ 제도로 절감된 세탁비용은 환경성 질환을 앓는 어린이를 돕는 사업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호텔에서 대량으로 방출되는 쓰레기는 특히 골칫거리다. 서울프라자호텔은 음식물류 폐기물을 전량 재활용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했다. 월평균 45t 정도 되는 폐기 음식물 전량을 축산농가에 위탁 처리하고 있는 것. 하지만 조리단계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최소화한다는 것이 더욱 중요한 비결이다.

    “우리 호텔의 음식은 양질의 식자재, 최상급 요리사의 조리 노하우와 서비스, 그리고 소중한 자원인 각종 유틸리티가 결합된 종합예술작품입니다. 따라서 고품질의 상품이 낭비되지 않도록 메뉴 개발, 레시피 구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요. 방문고객을 예측하고 고객 선호도와 환경을 지속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런 사항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함으로써 원천적인 음식물류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소모성 일회용품을 객실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서울프라자호텔은 전 객실에 소모품인 칫솔, 치약, 면도기를 유료로 비치한다. 소모품 유료화를 선언한 이후 고객의 불만은 없었을까.

    “처음엔 싼 물건을 유료화했더니 고객의 반발이 많았습니다. 예전엔 돈을 주지 않아도 호텔에서 그 정도 품질의 물건을 썼는데, 돈 주고 사려니 아깝다는 반응이었죠. 결국 객실에 고급스러운물건을 비치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이왕 산다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것이 좋잖아요.

    특히 일본인 관광객의 불만이 많았습니다. 일본 호텔들은 대부분 무료 일회용품을 제공하거든요.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셔야죠. 손님들의 저항이 있더라도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는 것이 호텔의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린카드’ 제도는 서울프라자호텔의 섬세한 환경 마인드가 돋보인다. 2박 이상 투숙하는 고객이 문고리에 그린카드를 걸어놓으면 최소한의 린넨류만 세탁하는 것. 세탁할 때 시트 한 장을 줄이면 용수는 250ℓ, 에너지는 540W, 세제는 10g을 아낄 수 있다.

    “그린카드 제도는 고객이 주체가 되는 대표적인 환경친화 프로그램입니다. 이 제도를 이용하는 분들이 전체 고객의 5%를 차지하고 있어요. 아직은 적다고 느껴지지만, 다른 호텔에 비하면 그린카드 제도의 활용률이 높은 편입니다.

    이 제도로 절감되는 세탁비용은 환경재단에 기부해 환경성 질환을 앓는 어린이를 돕는 사업에 지원하고 있어요. 고객의 참여가 지구환경 보전과 사회 공헌으로 이어지는 만큼 그린카드 제도에 더 많은 분이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황용득 사장은 지난해 초부터 환경보호에 뜻이 있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매출의 1만분의 1을 기부하는 ‘만분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 환원은 물론,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만분클럽’ 포럼에서 다른 기업들과 환경경영 정보를 나누는 것도 즐거운 수확이라고 한다.

    황용득 사장은 1978년 한화그룹 계열인 한국기계(주)에 입사했다. 이후 그룹 종합기획실 비서실을 거쳐 약 10년 동안 한화그룹 도쿄지사 해외사업팀에 근무했다. 그때만 해도 자신의 이력에 호텔 사장 경력이 추가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1997년 그는 일본통(通)이란 점이 높게 평가돼 서울프라자호텔 영업이사로 전격 발탁됐다.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의 50% 이상이 일본인이었기 때문. ‘일본의 고급 비즈니스맨이 편히 쉴 수 있는 호텔을 지향한다’는 그의 실용적 전략은 매출 증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영업 전에 직원을 혼내지 말라”

    그는 1999년 총지배인을 거쳐 2002년 서울프라자호텔의 대표이사 겸 총지배인(한화개발(주)대표이사)이 됐다. 화려한 호텔 관련 경력과 학위를 보유한 다른 특급 호텔 경영인과 비교하면 황 사장의 이력은 다소 의외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직원 어느 누구도 그의 경력에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었다. 직원의 이름을 300명 이상 외울 정도로 열정적인 그의 노력은 ‘내부 고객 만족’으로, 나아가 외부 고객 만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호텔 말단직원으로 출발한 총지배인은, 스테이크 하나를 봐도 그 무게를 알아챌 만큼 전문가라고 합니다. 다른 업종에서 경력을 쌓아온 제게 그런 감각을 기대할 순 없겠지요.

    그러나 정통 호텔리어 출신이 아니기에 저는 호텔을 고객의 처지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마치 헬리콥터를 탄 것처럼 호텔을 타자의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죠. ‘고객은 우리의 행동을 어떻게 봐줄까’ 생각하니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 눈에 훤히 보이더군요.”

    황 사장은 ‘호텔의 경쟁력은 구성원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호텔 직원 개개인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호텔의 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 그래서 직원들이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고객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각 팀의 지배인에게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부하 직원을 절대 혼내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직원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나쁜 기운이 고객에게 바로 영향을 미치거든요. 행여 부하 직원을 야단치더라도 직원이 업무에 복귀하기까지 속상한 마음을 충분히 풀 수 있는 시간 여유를 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업종을 불문하고 감동경영의 힘은 강력하다. 황 사장은 ‘호텔을 내 집처럼, 고객을 가족처럼’이란 슬로건을 내걸며, 사소한 부분부터 세심하게 고객을 배려하도록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요즘 부하 직원들의 미담 사례가 자주 들려온다고 한다.

    “얼마 전 서울 모 대학 교수님 부부가 저희 호텔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셨어요. 그런데 교수님이 휴대전화를 식당에 놓고 가신 겁니다. 그 얘기를 듣고 우리 직원들이 1시간 동안 식당을 뒤져 휴대전화를 찾아냈지요.

    손님은 ‘(휴대전화가) 오늘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내일 찾으러 가겠다’고 하셨는데, 한 직원이 퇴근길에 휴대전화를 손님의 집에 갖다드렸습니다. 손님이 너무 고마워서 택시비라도 보태주려고 하자 직원은 ‘앞으로도 저희 호텔을 사랑해주시면 그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고 극구 사양했다고 해요.

    며칠 후 이 손님이 제게 직접 편지를 보냈습니다. ‘우리 아버지대(代)부터 서울프라자호텔을 이용해왔는데, 직원의 친절이 인상 깊었다. 우리 자식까지 호텔을 대대로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죠. ‘작은 친절이 평생고객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지요.”

    젊은층 포섭한 ‘문화 마케팅’

    황 사장이 1999년 총지배인이 되며 주력한 일 중 하나는 ‘젊은 호텔 만들기’. 프라자호텔은 보수적인 부유층이 애용하는 곳이란 이미지 때문에, 강남의 젊은층이 놀러오기엔 생소한 공간으로 여겨졌던 것. 그는 젊은층을 포섭하기 위한 ‘문화 마케팅’에 나섰다.

    “1999년부터 그랜드볼룸 연회장에서 결혼식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특1급 호텔의 웨딩 사업을 허가해주지 않았거든요. 규제가 풀리자 우리 호텔이 제일 먼저 결혼식 유치에 나섰습니다.

    볼거리, 놀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하기 위한 문화사업에도 눈을 돌렸습니다. 우리가 세종문화회관의 각종 공연을 알리는 광고지를 호텔에 게시하면, 세종문화회관측은 우리 고객에게 제공할 각종 공연 티켓을 협찬했지요. 또한 근처에 언론사가 밀집한 입지적 장점을 살려, 영화제작 발표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었습니다.

    제일 효과적인 건 역시 드라마 협찬이더군요. ‘내 이름은 김삼순’에 나오는 삼순이, 삼식이 케이크가 바로 저희 베이커리에서 만든 것입니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죠. 또한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배용준과 최지우가 추억을 더듬는 공간으로 등장한 1592호 객실은 일본 관광객의 관광명소입니다. 지난해 그 방은 한 번도 예약이 빈 적이 없었을 정도예요.”

    황용득 사장에게 환경경영은 고객감동경영의 연장선에 있다. 고객이 가장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구환경이 깨끗하고 아름답게 유지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추진할 환경 프로젝트가 더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유쾌한 웃음으로 답했다.

    “아직 구상단계지만, 우리 호텔을 환경을 생각하는 오피니언 리더의 만남의 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일종의 ‘사랑방’이라고 할까요. 이 계획이 현실화한다면 각 지방에서 수확한 친환경 특산물의 판로도 개척하고, 이 식자재로 친환경 식단을 개발할 수도 있겠지요.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우리 호텔이 ‘환경경영의 거점’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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