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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CEO’ 초대석 ⑧

‘친환경 호텔 서비스’ 개척한 황용득 서울프라자호텔 사장

“지하수 개발해 용수 절감 ‘그린카드’로 비용 사회환원”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친환경 호텔 서비스’ 개척한 황용득 서울프라자호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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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 개발 과정이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6개월 동안 지하 150m까지 파내려갔지만 물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30년 전 나오던 지하수가 이젠 청계천 쪽으로 흘러가버린 게 아닐까, 지하철 1, 2호선 공사로 수맥이 단절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제기됐다. 상부에서는 지하수 개발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달까지만 해보고 포기하자’고 다짐한 순간, 기적 같은 일이 찾아왔다. 2001년 12월 어느 날, 무려 700t의 물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 대체용수 개발에 매달린 호텔의 의지와 지하수 개발업체의 노력이 2년 만에 결실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파이프를 통해 콸콸 쏟아지던 물줄기는 마치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서울의 지하수가 그리 깨끗할 것 같진 않은데요.

“매달 지하수 수질 검사를 하고 있는데, 총 대장균군, 납, 수은 등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마실 수 있는 양질의 물이에요. 지하 150m에서 끌어올린 천연 암반수니까요. 지하 30m 정도에서 흐르는 지표수와는 분명 다릅니다.

지하수를 채수하면, 엄격한 정수과정과 테스트를 거쳐 식수가 아닌 객실 및 부속 건물의 위생수로 공급하고 있어요. 화장실의 양변기, 세면기 등에서 사용하는 물이 지하수라고 보면 됩니다. 물론 마셔도 되는 지하수지만, 철저한 위생관리를 위해 식수로는 생수를 공급하고 있지요.”



지하수 개발에 성공해 호텔은 자원 절약과 비용 절감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설비투자 명목으로 약 3억원이 들었지만, 지하수를 시설 용수 및 화장실 배수용으로 사용하면서 연간 1억5000만원을 절약하고 있는 것. ‘환경투자가 결국 비용절감’이란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화된 오수로 만든 수족관

오수(汚水)에서 노니는 금붕어는 서울프라자호텔의 또 다른 구경거리다. 정화된 오수로 만든 수족관은 호텔에서 방출되는 폐수가 얼마나 깨끗한지 보여준다.

“월평균 1만3000t의 용수를 사용하는 호텔에서 오수 정화는 필수지요. 우리 호텔은 화학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미생물에 의한 정화방법(장기폭기식)으로 오수를 처리합니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의 법적 기준인 20ppm보다 훨씬 깨끗한 6ppm의 양호한 처리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요.

오수정화조 담당자의 아이디어를 반영, 호텔의 삭막한 기계실에 오수정화조 처리수를 이용한 수족관을 만들었지요. 김영진 시설팀장이 행여 물고기가 죽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매일 배출되는 오수 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습니다.”

호텔은 면적당 에너지 소비가 많은 건물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 하루 3시간만 에어컨을 가동하고, 밤에는 화려한 샹들리에를 소등한 특1급 호텔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에너지를 대량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호텔에서 ‘효율적 에너지 사용’은 필수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시청 광장과 마주한 서울프라자호텔의 야간 조명이 휘황찬란합니다. 아름답긴 하지만, 네온사인 장식으로 소모되는 전기량이 엄청날 것 같던데요.

“과거엔 도시 미화를 위해 화려한 야간 조명을 설치하라는 권고를 많이 받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유가는 치솟고 에너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우리 호텔의 경우 에너지 비용으로 연간 30억원을 사용합니다. 사용량으로 따지면 6000TOE(석유환산톤)에 달합니다. 그러나 업종의 특성상 고객이 사용하는 공간에 대한 에너지 절약은 어려운 실정이지요.

그래서 택한 전략이 에너지관리공단의 진단을 받는 것입니다. 에너지 사용 설비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해 투자 회수가 효율적인 항목부터 고효율 설비 투자를 실시하게 됐지요. 예를 들어 부속건물에 고효율 조명기구나 빙축열 냉동기를 설치하고, 노후 보일러나 냉동기를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고효율 설비를 채택함으로써 고객에게는 불편을 초래하지 않고 에너지 절감을 실천한 것이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에너지절약 유공자 산업포장을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이 드는 거창한 프로젝트만이 환경경영의 핵심은 아니다. 환경 보전은 구성원 개개인의 사소한 행위로부터 출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임직원이 동참하는 ‘에너지 바로 쓰기’ 운동은 서울프라자호텔의 환경경영을 가능케 하는 근원이다.

“각 부서에 환경안전 분야를 전담하는 ECO-YHES 담당자가 1명씩 배치돼 있어요. 이들의 주도로 각 부서가 환경경영을 위한 여러 가지 실천방안을 자발적으로 내놓습니다. 주방에서는 조리 온도별로 구획을 나눠 요리하고, 영업장은 예약인원과 시간을 고려하여 냉난방을 탄력적으로 운전하고 있지요. 에너지 절약에 대한 공감이 전사적으로 퍼져나가다 보니, 냉방 온도를 1℃씩 낮추고 불필요한 등을 끄는 절전 습관은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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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 사진·김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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