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햇살을 등지고 앉아 감자를 다듬는 할머니의 손등은 투박하면서도 부드럽다.
양구에서는 박수근미술관과 생태식물원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박수근미술관은 1914년 청림리에서 출생한 대표적 서민화가 박수근의 생가 터에 지어졌다. 돌멩이를 엮어 쌓은, 낮으면서도 단단한 이미지의 미술관 외관은 단순한 붓놀림과 색채로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박수근의 그림 못지않은 볼거리이다. 다만 박수근의 진품이 몇 점밖에 없어 아쉽다.
지난 6월 개장한 원당리 생태식물원은 양구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 같다. 짙푸른 산세 한가운데 들어앉은 식물원은 인공미보다는 자연미가 강조되고 있다.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대암산 용늪에 서식하는 금강초롱, 백두산 인근에서 자라는 백두산구절초 등 우리 땅에 뿌리내린 진귀한 식물들이 눈길을 끈다. 휴전선을 코앞에 둔 분단의 현장이지만 남북의 식물만큼은 한 공간에 어우러져 함께 숨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