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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조선일보 운동은 공산주의자 수법”

안티조선논쟁 연세대 宋復 교수 인터뷰

“안티조선일보 운동은 공산주의자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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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런 부분이 기존 체제나 주류 세력과의 충돌이라고 보는데요. 문민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그간의 양극화된 냉전구도에서 벗어나 진보적인 대북정책을 시도하지 않았습니까. 기존 대결구도로는 통일이 요원해 보였으니까요. 자유민주주의체제, 공산주의 체제 딱 둘로 나눠서만 보면 불안해 보이고 위험해보이겠지만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럼요. 좋은 시각입니다. 한완상씨가 가진 북에 대한 수용적 태도나 진보적 자세를 한 걸음 앞선 통일정책으로 볼 수도 있지요.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그걸 우려하는 사람들의 공격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문을 게이트 키퍼라고 하지 않습니까. 말 그대로 문지기 노릇입니다. 문지기가 뭡니까. 누구는 들여보내고 누구는 막는 게 문지기 아닙니까. 조선과 달리 다른 신문들은 어정쩡한 상태에 있었지요.

그런데 조선처럼 용감하게 나서서 ‘문지기’ 입장에서 당신은 넣어줄 수 없소, 이런 주장하는 신문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런 신문을 가리켜 극우다, 반동적이다, 냉전체제 지지자다, 이렇게 말하는 건 편협한 일이지요. ‘당신은 당신대로 임무를 수행하라’고 말해야지, 그걸 보고 ‘왜 우리는 가만 있는데 당신만 유독 다르게 행동하냐’고 말하는 건 잘못이죠.”

―안티조선 진영의 구호가 ‘조선일보 제 몫 찾아주기’입니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언론의 자유나 기능 차원에서 충분히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조선의 경우엔 문제가 다르다는 겁니다. 극우 신문이 최대 발행부수를 바탕으로 지나친 영향력, 언론권력을 누리기 때문에 그걸 축소시켜야 한다는 거죠. 극우신문답게 그만큼의 몫만, 그에 걸맞은 영향력만 갖게 하자, 그게 이 운동의 목표라는 거지요.

강준만이 누구냐



“제 몫을 찾아준다는 건 뭘 뜻하는 겁니까.”

―마땅히 누려야 할 몫보다 지나친 몫을 누리고 있으니 줄여주자는 거겠지요.

“조선일보의 제 몫이란 건 지금까지 이 신문이 지향해온 자유민주주의적인, 시장경제적인, 자본주의적인, 보수주의적인 논조 아니겠습니까. 신문이 사시에 맞게 자기 몫을 수행하는데 ‘영향력이 커졌으니 줄여라’ ‘당신 몫을 줄여라’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까. 그 몫은 누가 줄여주는 겁니까. 독자가 하는 겁니다. 154명의 지식인도 독자입니다. 주장은 좋아요. 그렇지만 독자가 원하니까 신문이 많이 팔리는 것 아닙니까. 신문 보고 어떻게 많이 발행하지 말라고 할 수 있습니까. 공산주의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지요. 그건 부당한 간섭 아닙니까. 그리고 개인에 대한 권리 침해 아닙니까. 조선일보는 사기업입니다. 사기업에 대해 당신 몫을 줄여라 말라,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습니까.”

―경제논리로 보면 사기업이 맞지만 언론이 갖는 공적인 기능을 생각하면 단순히 사기업으로 볼 순 없겠죠.

“그렇죠. 국가가 관여할 수 없는 게 개인 기업이고 언론 아닙니까. 그걸 누가 하냐. 시장이 할 수밖에요. 시장을 향해 ‘조선일보 사보지 마쇼. 우리가 보니 조선일보, 나쁩니다’,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조선일보를 향해 ‘당신 영향력 줄여라’, 이렇게 말할 순 없는 겁니다. 독자에게 그 신문 보지 말라고 할 순 있죠. 그러나 그것도 법에 저촉되겠지요. 개인 영역을 침해하는 거니까. 이걸 두고 제 몫 찾아주기 한다, 영향력을 줄인다, 세상에 이런 건방진 말이 어딨어요. 그렇게 말했다면, 그건 지식인의 말이 아닙니다. 무지입니다, 무지.”

―‘제 몫 찾아주기’라는 말은 강준만 교수가 처음 쓴 표현인데, 그게 안티조선 진영의 구호가 됐습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무지한 겁니까. 난 누군지 잘 모르지만, 아마도 언론학자 아니겠어요. 언론학자가 언론의 ABC도 모른다는 소리 아니요.”

강준만 교수는 월간 ‘인물과 사상’ 2000년 3월호를 통해 송교수를 ‘극우 코미디’라며 혹독히 비판한 바 있다.

―안티조선 쪽에선 조선일보를 특수한 언론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특수하다는 건 그 신문에 대한 질투고 시기지. 지식인이 질투와 시기를 갖고 특정 신문을 비판한다면 더 이상 지식인이 아니죠. 무지죠.”

―시장에서 독자들에게 맡기고 판단할 문제라고 하셨는데, 안티조선 쪽에서도 ‘조선일보 제 몫 찾아주기’를 일종의 소비자운동이라고 주장합니다. 불량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펴는 것이라고 말이죠. 그래서 이 운동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입니다.

“불량품이라 합시다. 그 판단은 누가 합니까. 독자가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안티조선운동에 나선 지식인들이 일종의 계몽주의적 시각을 가진 듯합니다.

“계몽주의운동을 하려면 자격을 갖춰야지요. 그 사람들이 계몽주의자입니까. 무지몽매한 자들일 뿐입니다. 불량품 규정은 소비자가 하지요. 신문의 경우엔 독자가 하지요. 독자가 판단해 불량 신문이라면 안 사보면 됩니다. 소비자가 불량품 안 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독자들이 불량품으로 안 받아들이면 어떡할 겁니까. 그 신문, 두드려 부술 겁니까. 오히려 부수가 더 늘고 더 영향력이 커지면 어떡할 겁니까. 계몽주의적 시각에서 목탁 노릇을 하겠다는, 그런 오만함이 어디 있습니까. 자기들은 목탁이고 다른 사람들은 그 목탁을 따라야 하는 무지몽매한 백성입니까. 그건 그들 자신이 무지몽매하다는 말밖에 안 돼요.”

―안티조선 쪽에선 통일정책이나 국가보안법, 공안사건, 시국사건 등에 대한 조선일보의 논조나 보도태도가 통일에 걸림돌이 되고 우리 사회의 개혁과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공적으로 규정하는 것이죠. 무지몽매라는 말을 강조하시는데, 가치판단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무지몽매한 자들

“가치판단의 문제죠. 그런데 왜 무지몽매라는 말을 쓰냐 하면, 그 사람들이 내 가치와 다른 가치는 몰가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몰가치란―사회학에서는 이 말을 가치 중립이라는 뜻으로 쓰니 구별해야 합니다―당신 가치는 왜곡된 것이요,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내 가치가 중요하면 남의 가치도 중요한 줄 알아야 합니다. 가치란 신념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신념을 갖고 있어요. 내 신념은 옳고 당신 신념은 잘못됐다고 하는 것만큼 잘못된 게 어디 있습니까. 바로 그런 점에서 무지몽매라는 것이죠.”

송교수는 통일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그는 기자가 제시한, 현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모 일간지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응답이 많이 나온 것과 우리 사회의 사상적 주류가 이를 지지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는 것이다.

“절대 다수 국민은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원합니다. 다시 말하면, 자유민주주의 실현이 통일이나 민족보다 앞선다고 할 수 있지요. 통일은 됐는데 자유민주주의가 실현 안 된다, 민족이 하나가 됐는데 자유민주주의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그 통일과 민족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조선일보가 지향하는 것이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동아나 중앙은 안 그렇습니까. 자유민주주의를 우위에 놓는 것, 이게 왜 반통일입니까. 말도 아닌 소리들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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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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