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선회를 통해 감염되기도 하는 기생충인 광절열두 조충
그런데 퇴치된 줄로만 알았던 기생충이 공중파 뉴스에 떴다. 2002년 3월 KBS 뉴스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다소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지금까지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 등과 같은 선충 종류에만 관심을 가져왔고 그것을 모두 박멸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스에 등장한 것은 장(腸) 속에 사는 그런 기생충이 아니라 조직내 기생충이었다. 그렇다면 기생충 이야기를 다시 한번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기생충은 희귀한 존재가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산층 미국인 6명 중 5명이 기생충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환경, 생활, 개인건강 면에서 위생적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중산층 미국인들이다. 그러나 그 도도한 자존심과는 상관없이 그들의 타액, 손발, 오장육부 등 머리에서 발끝까지 검사해보면 대부분 한두 가지 기생충에 감염돼 있다. 북미주에 존재하는 기생충의 종류는 이미 100여 종에 이른다.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이제부터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놈들이 바로 기생충이다. 기생충은 눈에 보이지 않는 종류가 더 많고, 몸에 그다지 피해를 주지 않는 놈들도 많으며, 설령 몸에 피해를 준다 해도 그 속도가 매우 느려서 기생충 때문에 병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병을 일으키는 속도가 느리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중산층 미국인 6명 중 5명 기생충 보유
만일 식탁 위나 밥그릇 속에 개미나 바퀴벌레, 파리가 있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십중팔구는 그 밥을 먹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구토증이 날 법하다. 그러면 눈에 보이지 않는 몸속의 기생충은 어떠한가? 크기로 따지면 현미경으로만 확인되는 것부터 7∼8m, 심지어 10m에 이르는 것들도 있다. 어떤 기생충은 우리 몸속에 친친 감겨 있어 때론 혈관이나 림프관과 혼동되기도 한다. 또 어떤 기생충들은 수명이 15∼30년에 이르기도 해 그 오랜 기간 날마다 조금씩 영양분을 빨아먹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 일 없는 듯 기생충들과 함께 먹고 자고 춤추며 노래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숫자가 많아져 세력이 확장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기생충은 다른 생물의 몸 안팎에 살며 자신의 생존을 위한 먹이를 다른 생명체에서 취하는 생명체들을 뜻한다. 크기와 위치에 상관없이 우리 몸을 이용해서 살아가며 해를 끼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기생충이다. 기생충은 소장이나 대장에서만 살지 않는다. 간, 뇌, 폐, 몸통, 피부와 근육 사이, 혈액 등 인체의 어느 부분에나 기생충은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기생충이 우리 건강과 얼마만큼 깊은 관계가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