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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보여주는 슈트의 디테일

‘진짜 나’를 보여주는 슈트의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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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즈니스맨의 삶에서 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대인은 슈트를 통해 그 옷을 입은 사람의 인상이나 품격, 나아가 직업과 성격까지 예단한다. 슈트의 디테일 하나가 당신의 품격을 높일 수도, 떨어뜨릴 수도 있다. 격식을 갖춰 클래식 슈트를 입으려 할 때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할까?
‘진짜 나’를 보여주는 슈트의 디테일
남자가 슈트를 입는 것일까 아니면 슈트가 남자를 선택하는 것일까. 남자와 슈트는 어느 틈엔가 동의어가 돼 있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슈트를 경험해왔다. 그중에는 존재감만으로도 입은 사람을 압도하는 진지한 브랜드가 있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멋진 브랜드도 있으며, 오래도록 몸과 옷이 교감하며 신뢰를 쌓게 만드는 옳은 브랜드도 있다. 때로 우리는 가격에 비해 품질이 터무니없이 떨어지는 실망스러운 브랜드도 경험하고, 할아버지 세대만 입는 것인 줄 알았던 맞춤복이 몸에 썩 잘 맞아 신기한 기구를 발명한 에디슨처럼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세상의 수많은 옷차림 중에서 유독 슈트에 대한 경험이 이처럼 풍부한 것은, 슈트가 옷장에 고이 모셔놓고 즐기는 오브제가 아니라 실제로 입고 비즈니스와 여가를 비롯한 모든 생활을 함께 하는 일종의 생필품이기 때문이다.

남자에게 슈트의 품질은 중요한 문제다. 모든 사람이,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만드는 최고급 수제 슈트를 고집할 수는 없다. 다섯 벌의 슈트를 구비해 일주일 동안 여유 있게 돌려가면서 입는 것도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 그래서 직업과 성격이 어떻든 슈트를 입는 남자들은 항상 어떤 슈트가 가격 대비 합리적인 품질을 갖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슈트의 가격이 청바지와 다르고, 패션 전문가가 아니라 해도 현대 비즈니스맨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슈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할 이상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슈트는 입고 나면 종결되는 옷차림이 아니다. 입는 순간 그 사람과 동화돼 사회적인 형태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사람의 인상이나 품격, 심지어는 직업이나 성격까지 드러내주는 옷이다. 각각의 슈트에는 그것만이 간직한 놀라운 아우라가 있다. 그러므로 슈트에 대한 관심이나 숙고는 슈트 그 자체의 획득보다 그것의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세계 모든 비즈니스맨이 입는 슈트는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가 창조해낸 결과물이 아니다. 영국의 엘리트 귀족들이 일상적으로 입던 군복에서 진화한 역사적 산물이다. 이 때문에 슈트 속에는 전통과 법을 중시하는 영국적 사고방식, 군복이 갖고 있는 엄격한 성격 등 두 가지 핵심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 탄생 당시부터 슈트에는 제작이나 활용할 때 주의해야 할 몇 가지 규범이 존재했고,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런 사항들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신사로서의 매너나 교양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슈트를 제대로 입으려면 먼저 이러한 슈트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유럽이나 아시아의 왕 혹은 귀족이 입었던 군복은 전투를 위한 실무적인 옷이기 이전에 공식석상에서 입는 일종의 정장이었다. 그들의 신분을 표시하는 코드이기도 했다. 따라서 군복의 성격을 그대로 계승한 슈트를 입을 때는 ‘격식에 맞는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개성 표현은 그 다음 문제다.

슈트를 고르는 첫 번째 기준, 어깨

늘 바쁘게 일하는 한국 남성들은 특정 브랜드의 스타일을 관습적으로 입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은 하늘이 무너져도 이것이라는 고정관념도 상당히 강하다. 그러나 나름대로 신중하게 고른 슈트의 사이즈가 몸보다 커서 마치 다른 사람의 옷처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슈트는 포멀한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자기 체형에 정확히 맞으면서 편안한 기성복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기성복이 원래 누구에게나 어울리도록 만들어지는 옷이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옷은 반대로 말하면 누구에게도 정확하게 맞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성복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사이즈가 아니라 자신의 몸에 가까운 사이즈를 입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맞춤복만을 입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성복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필연적인 현실을 비추어보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이다. 대신 슈트의 격식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기성복을 고를 때 다양한 브랜드와 패턴 중에서 자신의 몸에 가장 적합한 스타일을 찾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먼저 따질 것은 어깨 부분이다. 모든 슈트나 재킷은 일차원적인 평면에 존재하는 소재를 입체적인 사람의 몸에 맞도록 변형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 몸에서 가장 움직임이 많은 부분인 어깨는 팔이나 배 등 다른 곳과 달리 입는 즉시 이 옷이 내 몸에 편안하도록 잘 변형됐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말해줄 것이다. 천차만별인 슈트의 가격도 실은 어깨 부분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기술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어깨가 편안하면서도 체형에 잘 맞는 슈트가 남자에게 필요한 좋은 옷이므로, 그런 슈트를 찾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슈트를 직접 입어보는 게 좋다.

어깨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얼굴이라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보좌하는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어깨가 실제 몸보다 크면 얼굴이 작아 보이고, 반대로 사이즈가 너무 작으면 얼굴이 커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어깨 라인에 잘 맞으면서도 편안한 슈트를 찾는 것이 슈트를 제대로 입는 첫걸음이다. 슈트를 제대로 고르려면 브랜드의 명성이나 피팅룸 안의 요술 거울, 그리고 배우자의 일방적 강요에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어깨 라인이 슈트의 제작 프로세스에 관한 핵심적인 고려사항이라면 슈트의 재료인 소재에도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입었을 때 사람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전달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장식을 할 수 없는 슈트의 특성상, 소재의 은근한 변화만으로도 많은 변화가 나타난다. 슈트는 탄생 당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남자의 거의 유일무이한 차림이었다. 따라서 오래 그리고 자주 입어도 변형이 거의 없는 소재의 내구성이 중요했다. 이를 위한 최적의 선택은 양의 털로 만든 천연소재 울(wool)이었다. 계절의 변화에 맞게 다양한 무게의 울이 개발됐고, 이 소재는 사계절용 슈트에 전천후로 사용됐다.

한번 정한 규범은 좀처럼 바꾸지 않는 영국인들은 이후 아무리 가볍고 편안한 신소재가 발명돼도 슈트 소재는 울을 기본으로 한다는 규범을 버리지 않고 있다. 여름 슈트를 만들 때는 울에 시원한 소재인 리넨이나 실크를 조금 섞고, 겨울에는 캐시미어를 혼합하는 등 다소 변화를 주기는 하지만, 울이 소재의 바탕이 된다는 점만은 여전하다. 그러므로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번쩍거리는 실크 소재 슈트를 비즈니스용으로 입는 것은-어떤 설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격식에 맞지 않는 행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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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훈│‘란스미어’ 브랜드매니저 alan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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