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옥주현은 공연 외에도 CF 촬영, 그리고 가을부터 방영될 드라마 ‘더 뮤지컬’ 준비까지 동시에 진행 중이었으니 몸이 여러 개라도 감당하기 힘든 스케줄이 아닐 수 없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질문을 던질 생각에 마음이 바빴지만 인터뷰를 시작하고선 옥주현이 리드하는 여유로운 흐름에 모든 걸 맡겼다. 요정과 함께하는 마법의 시공간은 물리적 제약마저 뛰어넘었다.
걸그룹에서 뮤지컬 무대로
▼ 요즘은 가히 걸그룹 전성시대라 할 만합니다. ‘소녀시대’‘원더걸스’‘애프터스쿨’‘티아라’‘2NE1’‘f(x)’ 등 끝없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옥주현씨는 원조 국민요정 ‘핑클’의 멤버셨죠. 이효리씨는 아직까지 댄스가수로 활발히 활동 중이고, 성유리씨는 연기자로 활동하죠. 이진씨는 좀 뜸한 편이죠? 그런데 옥주현씨만 특이하게 뮤지컬 무대로 진출했고, 이제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뮤지컬을 하게 된 동기가 따로 있나요?
“공연을 좋아했어요. 어떤 공연이든, 음악 콘서트든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제 공연이 아니어도 공연을 볼 때, 또 보고 나올 때 행복감을 느끼죠. 지금도 그래요. 도전하고픈 마음이 늘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기회가 주어졌던 거예요. 출신이 가수였으니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또 연기를 하는 것도 좋아요. 무엇보다 뮤지컬이 좋은 것은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 배우, 출연진 전체, 연출과 음악, 다양한 스태프가 모여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관객의 찬사를 받고 잘 마쳤을 때 이런 협력의 결과물에 더 큰 성취와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 무대를 사랑하십니까? (이 짧은 질문에 옥주현은 잠시 입을 닫고 곰곰이 자신의 마음을 더듬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당황하는 기색은 없었다.)
“무대를 사랑한다고 섣불리 대답드릴 수는 없어요. 처음 무대에 설 때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고, 지금도 노력 중이고, 앞으로도 노력해야 할 거예요. 열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무대는 끊임없는 도전을 요구해요. 어느새 쌓여온 뮤지컬 배우로서의 지난 5년에 그저 감사할 뿐이죠.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생각해요. 무대는 연애 상대라기보다는 제 인생과 같은 것 아닐까 싶어요.”
▼ 겸손하시네요. 뮤지컬 스타로 국내에서는 정점에 올라 있는데.
“아니에요. 아시다시피 무대엔 NG나 ‘다시’, 또는 ‘재방송’이라는 것이 없잖아요. 한 회의 막이 지나가면 모든 게 끝나는 거죠. 가수로 음반을 내서 돈을 벌 수도 있겠지요. 요즘 같은 시대에 음반을 사주는 분들도 대단한 문화애호가이신 거고요. 하지만 뮤지컬 공연은 음반 값의 열 배를 내고, 거기에 더해서 세 시간 이상 시간을 내서 특정장소에 모여주시는 열의를 가진 분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전 그게 어떤 가치인지 잘 알아요. 1000개가 넘는 객석을 채운 분들 앞에서 실수하면 너무나 죄송한 일이잖아요. 관객이 알아채지 못해도, 크고 작은 실수가 많았는데도 인터넷에 잘했다고, 즐거웠다고 좋은 공연 평을 올려주신 관객들의 글을 보면 너무나 감사하고 또 남몰래 자책감을 느낄 때도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