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한국 사회 지표’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11.8%로 1980년 3.8%에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203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대 수명도 1980년 65.7세에서 2011년 81.2세로 높아졌다. 이처럼 한국은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그런데 나이 든 부모와 함께 살고 싶어하는 사람 비율은 얼마나 될까. 부모의 노후를 가족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견해는 2002년 70.7%에서 2012년 33.2%로 절반 이상 줄었다. 대신에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18.2%에서 48.7%로 늘었고,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9.6%에서 13.9%로 늘었다.
맞벌이 가정과 독신 인구가 늘어나면서 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족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증 치매·뇌졸중 등 질병의 급작스러운 악화로 지속적인 보살핌과 치료가 필요한 부모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은 시장에 즉각 반영돼 노인에 대한 만성질환 위주의 장기요양 의료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2004년 113개였던 요양병원이 2012년 1100여 개에 달하는 등 8년 사이 10배나 증가했다. 요양 의료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문제점도 늘고 있다. 요양병원에 따라 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손발 묶고, 수면제 먹이고…
최근 경기도 포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환자 한 명이 숨졌다. 숨진 환자는 치매 등 정신질환으로 발작증세가 심해져 사고 2시간 전쯤 보호자의 동의를 구한 뒤 침대에 한 손이 묶인 채로 격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노인요양병원은 입원한 환자 중 일부를 팔과 다리, 몸통을 침대에 묶어 생활하게 한다.
잦은 배변을 막기 위해 식사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거동을 줄이기 위해 음식에 수면제를 넣어 잠을 재우는 곳도 있다. 몇몇 곳은 남녀 구분 없이 한 병동에서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하의를 벗기고 침대에 기저귀를 깔아 넣거나 남자 성기에 비닐봉지를 묶어 소변을 받는 곳도 있었다. 신문지를 등과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 땀을 흡수시킨다는 곳도 있다. 적절한 치료기구나 안전설비를 갖추지 않은 곳은 물론 기본적인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병을 고치러 갔다가 병을 얻게 되는 곳도 있다.
요양 서비스 질 저하가 사회문제로 불거지면서 요양병원의 구조 및 의료 서비스의 수준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요양병원과 환자에게 알려주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는 2009년부터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를,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이하 인증원)에서는 올해부터 요양병원 인증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심평원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는 2008년 1월 요양병원형 정액수가제가 도입됨에 따라 진료의 질 관리 필요성이 대두돼 이를 계기로 구조(치료환경) 부문과 진료(과정, 결과) 부문을 평가해 1등급에서 5등급까지 등급을 매기는 방식의 평가다.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로 요양병원의 전반적 서비스 수준은 향상됐지만 병원별 편차는 여전하다.
지난해 3월 현재 운영 중인 937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4차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1등급 요양병원은 112개(12.0%)에 불과하다. 2등급은 184개(19.6%), 3등급 251개(26.8%), 4등급 239개(25.5%), 5등급 123개(13.1%)였다. 평가를 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평가에서 아예 제외된 기관도 28개(3.0%)나 됐다. 이들 기관에 대해 기본시설, 환자 안전, 의료 인력, 의료 장비 등을 지표로 하는 ‘구조부문’과 진료 과정, 결과를 지표로 하는 ‘진료부문’을 점수화했더니 구조부문 점수와 진료부문 점수는 각각 77.6점과 61.7점이었다. 이는 2010년 실시된 3차 적정성평가 때보다 서비스 수준이 평균적으로 향상된 것이다.
하지만 항목별로 자세히 비교해보면 평가지표에 따른 병원 간 격차는 여전히 컸다. 응급호출벨을 갖춘 기관은 전체 937개 요양병원 중 653개(69.7%)였고 전혀 설치하지 않은 곳도 65개(6.9%)나 있었다. 욕실 등에 바닥의 턱을 모두 제거한 곳이 655개(69.9%), 모든 공간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한 기관은 49.1%였다. 바닥의 턱을 전혀 제거하지 않거나 안전손잡이를 전혀 설치하지 않은 기관도 각각 36곳(3.8%)에 달했다. 산소 공급 장비와 흡인기를 보유하지 않은 기관도 각각 4곳, 7곳으로 나타났다.
진료 서비스 격차 심각
진료부문 서비스 평가에서 병원 간 격차는 더욱 심각했다. 당뇨 환자에게 당화혈색소 검사를 실시한 비율과 65세 이상 노인에게 인지기능 간이 정신상태 검사를 실시한 비율은 각각 최대 100%에서 최소 0%로 병원 간 차이가 상당히 컸다. 당뇨질환은 노인에게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합병증 예방과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기적으로 당화혈색소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간이 정신상태 검사는 입원 시 필수검사 사항 중 하나다.
노인 사망 원인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요로감염의 주요 원인인 유치도뇨관 삽입 비율도 병원 간 큰 격차를 보였다. 상태가 좋지 않은 입원환자에게 유치도뇨관(소변줄)을 삽입한 비율도 2010년(최대 100%에서 최소 0%)에 비해 격차는 다소 감소했지만 최대 84%에서 최소 0%로 병원 간 격차가 여전히 컸다.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요실금 환자들에게 유치도뇨관을 삽입한 비율도 최대 79.2%에서 최소 0%로 나타났다.
요양병원 간 의료인력 배치 역시 큰 차이를 보였다. 현재 요양병원 의사 1인당 평균 환자수는 31.0명인데 최대 65.1명까지 진료하는 요양병원도 있다. 간호사가 1인당 평균 담당하는 환자수가 11.4명인데 최대 47.1명을 담당하는 곳도 있었으며, 요양병원 내 상주하는 당직의사를 둔 곳은 408개(43.5%)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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