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호

[시마당] 눈물은 공평하다

  • 강영은

    입력2024-10-1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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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가 끝났을 때 승자도 패자도
    눈물 흘렸다.

    땀으로 얼룩진 표정을 닦는 척,
    수건에 감정을 파묻고
    꾹꾹, 목울대를 치받고 올라오는
    울음을 눌렀다.

    양팔을 높이 쳐든 승자는
    메달을 가져갔지만
    텅 빈 손을 내려다보는 패자에게도
    메달은 있었다.

    시간이라는 메달!
    승부는 다만 순간 속에 녹여낸 사물일 뿐

    딱딱한 기쁨을 목에 걸었다고
    시간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물컹한 슬픔을 손에 쥐었다고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시간은 안다.
    그 공평함이 다시 걷게 한다는 것을

    흐르지 않는 시간 있어
    눈물이 한 생을 완성하는 그때
    이슬처럼 영글게 하는

    그 공평함이 신의 은총이라는 것을
    먼 길 걸어본 당신과 나는 안다.

    [Gettyimage]

    [Gettyimage]

    강영은
    ● 1957년 제주 출생
    ● 2000년 계간문학지 ‘미네르바’ 등단
    ● 시집 ‘나는 구름에 걸려 넘어진 적 있다’ 등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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