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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과 ‘깡’으로 동유럽·러시아 들어올리다

전자저울 메이커 (주)카스의 해외시장 공략기

‘악’과 ‘깡’으로 동유럽·러시아 들어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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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와 동유럽 일대에서는 ‘카스’가 곧 ‘저울’이라는 뜻으로 통한다. 카스는 이들 지역의 저울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국내 한 중소기업의 이름. 오는 4월 창업 20주년을 맞는 카스는 우수한 품질과 가격경쟁력, 공격적인 마케팅, 끈끈한 한국식 고객관리를 무기로 해외 시장의 장벽을 무너뜨렸다.
‘악’과 ‘깡’으로 동유럽·러시아 들어올리다

카스는 러시아(아래)나 폴란드(위)의 대형 슈퍼마켓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저울이다.

대형 할인매장이나 슈퍼마켓, 정육점 등에서 계산을 치를 때면 으레 눈에 띄는 세 글자가 있다. 녹색 불빛으로 수치를 표시하는 전자저울 한 모퉁이에 선명하게 새겨진 영문 로고 ‘CAS’가 그것이다. CAS(카스)는 맥주 이름(Cass)과 발음이 비슷하지만, 물론 맥주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카스는 국내 전자저울 시장의 80%를 장악한 독보적인 한 중소기업의 사명(社名)이자 제품명이다.

(주)카스는 가정용 및 상업용 전자저울, 그리고 각종 산업용 전자저울을 포함한 산업용 계량·계측 시스템 전문회사다. 디지털 체중계, 청과·육류·수산물 등의 무게를 재는 데 주로 쓰이는 일반 유통형 저울과 매달림 저울, 1000가지 상품의 무게와 단가를 기억시켜 라벨 스티커에 가격정보를 인쇄해주는 라벨 프린터, 미세한 전자부품이나 화학약품 계량에 쓰이는 마그네틱 밸런스, 트럭에서 화물을 내리지 않고도 무게를 달 수 있도록 바닥에 설치하는 로드웨이어 등 300여 종의 전자저울을 생산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0.001g 단위의 분자 무게를 다는 저울에서부터 선박, 항공기 등 수백 톤짜리 ‘쇳덩이’를 재는 저울에 이르기까지 구색이 다양하다. 지난해 매출은 680억원으로, 회사의 외형도 단연 업계 1위다.

카스는 해외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12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카스는 세계 상업·산업용 저울시장의 25%를 점유, 세계 4위권의 저울업체로 부상했다. 특히 러시아를 비롯한 CIS(독립국가연합) 지역과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카스’가 곧 ‘저울’이라는 뜻으로 통할 만큼 인지도가 높다. 기업 이름인 ‘제록스’가 복사기를 통칭하는 일반명사로 쓰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가 수입하는 저울의 90%가 카스 제품이다. 폴란드의 경우 그 수치가 60%, 체코와 루마니아 등에서도 50%가 넘는다.

확대일로의 저울시장

‘스타니엠 드루지아미(친구가 됩시다)’는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가의 스몰렌스크 지역 등에 점포를 갖고 있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 이 체인은 일본인 소유인데도 5년 전 개업 당시 카스 저울을 들여놨고, 지금도 40여 개의 카스 제품을 쓰고 있다. 일본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앞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체인 스몰렌스크점(店) 지배인 바리스 니콜라예비치는 “다른 저울회사들이 좋은 조건을 내걸며 저울을 바꿔보라고 권하지만,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저울을 사용한 지 5년이 지나 겉은 좀 낡아 보여도 성능은 그대로다. 또한 카스는 하찮은 문제가 생겨도 금방 달려와 해결해주기 때문에 아주 만족스럽다. 이런 수준의 애프터서비스는 아무 회사나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더구나 이제는 카스 저울을 중심으로 상품 정보를 전산 네트워크화했기 때문에 사무실에 앉아서도 언제 어느 매장에서 어떤 물건이 얼마나 팔리는지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 저울을 바꾸면 이런 네트워크를 다시 깔아야 하는데, 멀쩡한 저울을 놔두고 왜 그렇게 하겠는가.”

카스는 지난해 러시아 등 CIS 지역 13개 나라에 800만달러어치의 저울을 팔았다. 카스 전체 수출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모스크바의 300여 개 대형 슈퍼마켓 체인 중 200개 정도가 카스 저울을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상권은 아직 재래시장 위주다. 재래시장에서는 여전히 기계식 저울을 주로 쓴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현대식 대형 할인매장과 슈퍼마켓 체인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재래상권을 잠식해가고 있다. 이런 업소에서는 신속, 정확한 계량과 효율적인 판매관리를 위해 전자저울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전자저울 시장, 다시 말해 카스의 ‘무대’가 그만큼 확대일로에 있다는 얘기다. 김중호(金重鎬) 카스 CIS법인장은 “지방도시들도 3년 정도면 모스크바의 흐름을 따라잡을 것이므로 이 지역의 시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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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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