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투어는 2001년 1월15일 여행업계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등록했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하나투어 박상환(朴相煥·46) 사장의 경영철학이다. 박사장은 ‘투명경영’과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문화’를 강조한다.
“여행업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의 다양한 상품이 기획되니까요. 또한 사람, 즉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신뢰를 쌓아가는 것도 최우선 과제입니다. 성실하게 대리점을 관리하고 고객에게 믿음을 주면서 질좋은 여행상품을 기획·판매해온 직원들 덕분에 하나투어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나투어는 설립 초기부터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했다. 직원 모두가 주주로 참여하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뿐더러 직원들도 회사 업무를 자기 일처럼 여기리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급여체계는 철저한 연봉제와 성과급제다. 능력에 따라 연봉을 정하고 보너스를 준다. 보너스도 주식으로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나투어의 현재 주가는 1주당 1만5000원선. 거래소, 코스닥 할 것 없이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는 요즘에도 하나투어는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투자 추천종목으로 꼽을 만큼 안정된 면모를 보여준다.
경기 덜 타 성장 거듭
하나투어는 1993년 국일여행사의 자회사인 국진여행사로 출발했다. 그후 여행 도매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고 1995년 국일여행사로부터 자본을 완전히 분리해 하나투어로 독립했다. 설립 당시부터 여행도매업(wholesale)을 표방했다. 하나투어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패키지 여행상품은 업계에서 가장 구색이 다양하고 여행객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여행도매업이란 여행상품을 기획해서 소매 여행사와 대리점, 카드회사, 홈쇼핑 채널 등에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도매 여행사는 소매 여행사에 비해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소매 여행사나 대리점을 통해 고객을 모집하므로 인건비와 광고비 부담이 훨씬 적다.
경기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일반 여행업체의 경우 하루에도 몇 곳씩 도산할 만큼 경기의 흐름을 심하게 탄다. 불황이나 비수기에는 단체 여행객 모집이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소매 여행사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체 기획상품보다는 도매 여행사에서 상품을 공급받아 관광객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리던 시기에 해외로 떠난 국내 여행객은 평소보다 줄었지만, 하나투어 상품을 이용한 여행객은 오히려 10% 정도 늘었다. 미국의 9·11 테러나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 사건이 터졌을 때 소매 여행사들은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신세였다. 그러나 여행도매업을 전문으로 하는 하나투어는 이런 시기에도 매출액이 늘었다고 한다. 박사장은 “현재 국내에서 여행도매업을 할 수 있는 여행사는 세 곳 정도”라며 “수가 적다는 것은 도매업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도 된다”고 설명한다.
“소매업과 달리 도매업은 다른 여행사들과 탄탄한 신뢰관계 및 유통망을 구축하고, 조직력과 상품 기획력 등을 고루 갖춰야만 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미국, 유럽 등지의 선진국에서는 여행 도매업이 이미 뿌리를 내렸어요. 국내에서도 도매업이 자리를 잡게 되면 고객들은 훨씬 좋은 조건에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하나투어는 지난 5년 내내 여행업계 중 최고의 매출액을 올렸다. 성장률도 매년 30%에 이른다. 해외시장은 물론 국내시장도 석권할 만큼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한 때는 전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눈물겨운 나날을 보낸 적도 있다. 외환위기 여파로 회사의 주식 가치가 폭락하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스스로 회사를 떠난 직원도 있다. 당시 박사장은 떠나는 직원들이 내놓은 주식을 고스란히 되샀고, 나중에 회사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서자 직원들에게 이를 스톡옵션 등으로 나눠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