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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눈으로 본 한류(韓流) 방정식

재주는 한국 스타가 넘고 돈은 일본 기업이 챙긴다?

돈의 눈으로 본 한류(韓流)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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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용준이 나오기만 하면 일본 열도가 들썩이지만 정작 한국인들은 얼마 못 가 사라질 일시적 현상으로 여긴다. 그러면서도 한류 열풍의 경제적 효과에는 관심이 높다. 199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한류 열풍으로 한국은 일본에서 돈을 얼마나 긁어모았을까. 한류 비즈니스 구조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한류 열풍이 한국인의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는 건 1990년대 중반 ‘일류(日流)’ 열풍이 분 중국에 진출했다 크게 손해 본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의 눈으로 본 한류(韓流) 방정식
‘한류(韓流)’는 중국, 동남아시아, 일본 등에서 불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 열풍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다. 1999년 중국 매스컴에서 처음으로 ‘한류’라는 말을 사용했을 때 이러한 ‘붐’이 오래 지속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우리 문화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해외에서 바람을 일으킨 한국 대중문화의 주역은 댄스음악과 드라마로, 그간 언론과 지식인들이 폄훼하고 홀대하던 것들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중음악과 드라마에 외국인들이 열광하자 의아하게 여기며 붐은 곧 가라앉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류 현상은 중국은 물론 홍콩,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퍼져가고 있다.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대중문화와 인기연예인을 동경하고 추종하며, 한국에 대해 알려고 하는 문화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류의 영향이 강하게 지속되고 있는 것은 우리 대중문화 콘텐츠의 질이 우수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음악계는 댄스음악 일색이고 TV는 드라마 공화국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많은 드라마를 생산하고 있는데, 과잉 공급으로 보이는 이러한 상황은 폐단도 있지만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사생결단식 시청률 경쟁



일본은 4개의 대형 상업 방송사가 주축이 되어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에 경쟁적으로 드라마를 편성하는 일은 없다. 한 방송사가 드라마를 방영하면 다른 방송사는 오락 프로그램이나 뉴스를 편성하는 식으로 해서 ‘데스 매치(death match)’는 되도록 피한다.

우리는 어떤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밤 10시대엔 방송 3사가 모두 드라마를 방영한다. 사생결단식 경쟁이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소기의 시청률을 확보한 드라마는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할 만하다.

그러나 콘텐츠의 질이 좋다는 것은 필요조건일 뿐이다. 해외에서 호응을 얻으려면 결정적인 요소가 하나 더 필요하다. 우리가 태국이나 인도의 대중문화에 관심이 없는 것은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는 경제력을 배경으로 이동한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한류 열풍이 일어난 배경에는 한국의 경제력이 있다.

1970년대부터 80년대 후반에 걸쳐 한국에 홍콩 영화 붐이 불었다. 저우룬파(周潤發)가 국내 음료 CF에 등장해 “사랑해요 밀키스!”를 외치기도 했다. 당시 우리에게 각인된 ‘홍콩’의 이미지는 막강한 경제력과 서구적인 세련됨이었다. 홍콩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의 마음에 이 두 가지에 대한 동경이 어느 정도 자리잡았던 것이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인 한류 붐은 경제력에 대한 동경이 차츰 문화적 흐름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한류 붐은 이러한 이해의 틀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일본은 좋건 싫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앞선 곳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일본에서 한류가 붐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에서 한국 대중문화 열풍이 시작된 계기는 2002년 한일월드컵일 것이다. 1999년 영화 ‘쉬리’가 개봉되고, 2001년에는 양국이 공동제작한 TV 드라마가 양국에 방영됐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호응을 얻는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 개최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형성된 분위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한국 대중문화는 월드컵이 끝난 다음에 오히려 탄력을 받아 ‘용사마’ 열풍으로 대표되는 엄청난 붐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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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룡 대중문화평론가 dragonkj@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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