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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눈으로 본 한류(韓流) 방정식

재주는 한국 스타가 넘고 돈은 일본 기업이 챙긴다?

돈의 눈으로 본 한류(韓流)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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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류는 아줌마 부대가 주도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지금처럼 거대한 비즈니스가 형성될 수 있었다. 젊은 사람들은 구매력이 떨어진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이 확보돼야 수십만원짜리 사진집을 사 모으고, 몇백만원을 들여 한국 관광에 나설 수 있다.

가수 보아도 일본 내에 무척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젊은 남성이다. 보아와 관련된 곳을 방문하기 위해 한국으로 여행을 올 만큼 경제적인 여유를 갖춘 계층이 아니다. 중년의 남성 팬도 다수 있지만, 회사에 휴가를 내고 한국에 온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반면 ‘겨울연가’를 비롯한 한국 드라마는 돈과 시간적 여유가 있는 중년여성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거대한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었다.

일본 광고업계 용어에 ‘F1’이라는 것이 있는데, 20∼35세의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부분 유행에 민감하고, 미혼인 경우가 많아 ‘광고 약발이 잘 먹히고, 가처분소득이 높고 영양가 있는’ 시청자로 분류된다. 일본의 민간 방송은 광고 스폰서를 의식해 F1층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대표적인 것이 드라마다. 일본 드라마는 대부분 F1층의 취향과 감성에 맞춰져 있다.

반면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핵심층은 35∼45세 여성이다. F1층에서 벗어난 중년층이다. 일본 또한 압축 성장을 했기 때문에 세대간의 격차가 심하다. 현재 일본에서 20대를 겨냥해 만든 일본 드라마는 30~40대 여성에게는 정서적으로 잘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오히려 이들의 정서와 감수성은 한국의 20대와 통하는 면이 강하다.

‘일본은 한국보다 10년 앞선다’ 또는 ‘20년 앞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이 우리보다 15년에서 20년 앞섰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들의 감수성은 자신이 자라난 환경의 지배를 받게 마련이다. 일본의 각 세대의 특성은 우리와 15년 정도 차이를 보인다.



이를테면 일본의 ‘단카이 세대’, 즉 1945~54년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는 1964년 안보 투쟁이 상징하듯 가장 격렬하게 학생운동을 한 세대다. 우리의 386세대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 한국의 386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단카이 세대와 15년 정도 차이가 난다.

일본의 학생운동은 1973년 ‘아사마 산장’ 사건을 계기로 급격하게 몰락했다. 이후 1970년대에는 정치에 무관심한 ‘흥이 깨진 세대’가 등장했고, 1980년대에 등장한 세대는 학생운동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심각함과는 무관한, 가볍고 밝은 것을 추구하는 새로운 유형의 젊은이들의 존재가 사회적으로도 명백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매스컴에서는 이들을 ‘신인류’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만끽한 세대로 본격적인 소비문화를 만들어낸 세대이기도 하다. 이 세대는 1990년대 중반 한국에서 화제가 된 ‘신세대’와 비슷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

‘겨울연가’에 열광하는 일본의 중년 여성들이 바로 이 ‘신인류 세대’에 해당한다. 국내 20대층을 겨냥해 만든 드라마가 일본의 신인류 세대의 여성들에게 통한 것이다. 한류에 열광하는 중년여성들이 한국 드라마의 특징으로 ‘노스탤지어(향수)’를 꼽고 ‘잊어버렸던 소녀를 되찾았다’고 말하는 것은 한국 드라마가 그들의 젊었을 때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일본의 한류가 동남아시아에 불고 있는 한류와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떨어지고 사회 발전 속도가 느린 동남아시아에서는 젊은 세대가 한국의 대중문화를 즐긴다. 자기네보다 잘사는 나라의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세련되고 멋진 모습을 동경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보다 사회 발전이 빠른 일본에서는 나이든 세대가 젊은 날의 감성을 되새기며 한국의 대중문화를 즐긴다.

독도 문제와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이 불거지기 전에 조사된 바에 따르면 일본인의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가 1996년에는 36%였으나 영화 ‘쉬리’ 개봉 직후인 2000년엔 51%로 높아졌고, 월드컵 공동개최와 ‘겨울연가’ 붐을 타고 2004년에는 57%에 이르렀다. 한국에 대한 친근감이 높아진 것은 그 전까지 한국에 무관심하거나 반감을 갖고 있던 30~40대 여성들이 한국에 호감을 갖기 시작한 때문이라는 것이 일본 내의 분석이다.

독도 영유권 분쟁과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로 ‘한일우정의 해’라는 슬로건이 공허하게 들리지만, 한국에 대해 호감을 지닌 30∼40대의 증가는 한일 양국의 우호 증진에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복잡다기한 한류 비즈니스

일본에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했을 때 국내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이 적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인 중에 한류 열풍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의 한류는 일본에서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수입해 파는 것으로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본 내 ‘용사마 붐’으로 발생하는 경제적인 가치가 3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그 3조원 중 많은 부분이 일본인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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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룡 대중문화평론가 dragonkj@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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