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가격이 전년에 대비해 처음으로 떨어진 것은 1991년이었다. 1990년까지 계속 상승하던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주택 200만호 건설공약을 실천에 옮긴 데 따른 효과였다. 부작용도 많았다. 그러나 정책효과는 여론에 호응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그때까지만 해도 노태우 정권의 여론지지 토대는 제법 탄탄했다.
더 좋은 사례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2003년 2월~2008년 2월)이다. 을 보면 2004년을 기점으로 2006년까지 집값이 큰 폭으로 뛴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서울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는 노 대통령의 지지도 추이를 보여준다. 2004년 4월의 총선 이후 일시적인 진폭은 있었지만 대체로 하락기조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흐름 속에 대통령 지지도는 계속 하향세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예상과 다르다. 의문이 생긴다. 집값이 오르면 집 가진 사람만큼은 좋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시 부동산 폭등이 대통령 지지도에 끼친 영향을 가늠할 때는 정치적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이게 포인트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야당 및 주류언론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와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세금폭탄이라는 담론공세로 이어졌다. 더불어 양극화 심화 담론도 적극 제기됐다. 이러한 이슈 프레임이 미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집값 상승으로 덕 본 계층까지 돌아선 것이다.
2006년 말과 2007년 초 강력한 부동산대책이 잇따라 제시됐다. 이후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성난 민심은 여전했다. 다시 의문이 생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득을 본 계층이야 세금에 대한 부담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집 없는 서민층은 집값 떨어뜨리겠다는 왜 매를 드나? 그들은 집값조차 잡지 못하는 무능에 화를 냈고, 그로 인해 날로 악화되는 양극화에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결국 양쪽으로부터 버림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여론 흐름은 대선과 총선까지 이어졌다.
정리하면 이렇다. 논리적으로만 보자면 부동산 문제는 한쪽이 손해를 보면 한쪽이 이득을 보는 제로섬 게임이다. 따라서 정치적 효과의 정부(正負) 또는 찬반이 최소한 반반이라야 맞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집 없는 사람들이 환호하는 게 아니다. 집값이 오른다고 가진 사람들이 박수 치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 문제와 여론 사이에 사람의 심리나 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나타난 부동산 효과
여론이나 민심을 드러내는 최고의 지표는 선거다. 선거가 왕이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가장 싸고 쉽고 분명한 의사표현 수단이다. 오죽하면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키(V. O. Key) 교수가 투표자들을 가리켜 ‘보복과 보상의 합리적 신들’이라고 했으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