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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전환 이루고 떠나는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경영과 정치 모두 ‘사람의 힘’으로 하는 것, CEO 거친 정치인이 제도 개선도 잘한다”

흑자전환 이루고 떠나는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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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과 CEO의 삶은 어떻게 달랐습니까?

“사장에 취임하면서 3년간 지역구에 가지 말고, KESCO에 모든 걸 바치자고 생각했습니다. ‘가족에게 잘하자’는 다짐도 했고요. CEO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만 만날 수 있어 좋더군요. 국회의원을 하면서는 미운 사람한테도 90도로 절하고, ‘잘못했다’고 해야 했습니다. 지역구에 매주 내려가 얼굴이 검어지도록 악수했고요. 저는 국회의원에 출마하려고 오래 준비했어요. 판·검사나 유명 앵커, 교수 출신도 아니고, 인간미와 의리로 잘된 사람이거든요. 그러니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겠습니까. ‘국회의원이 먹고 논다’고들 하지만, 정말 바쁜 직업이에요. 부르는 곳도 많고 남을 위해 매일 돌아다녀야 합니다. 너무 바빠서 가족의 사랑을 확인할 여유조차 없었죠. 사실 공천이 취소된 후 아버지께서 쇼크를 받아 쓰러져 돌아가셨어요. 정치를 하면서 아버지 손 한 번 못 잡아드렸는데, 누워 계실 땐 제가 매일 병원에 들러 함께 잤습니다. 정치를 하면서 못했던 것을 다 해드려서 후회는 없어요. 공천 한 번 못 받는 것도 좋은 거예요. 2,3선을 내리 하다 보면 정치에 대한 열망도 식고 에너지도 소진되거든요. 제게는 쇄신의 계기가 된 거죠.”

세계 최초 무정전 검사 도입

이쯤 해서 경영인으로서 임 사장의 성과를 조망해보자. 그는 취임 후 1년 만에 600억원의 적자를 내던 KESCO를 흑자로 전환했다. 공사 창립 후 최초의 흑자전환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세계 최초로 무정전 검사를 도입해 연간 5340억원의 경제적 손실도 막았다. 초짜 경영인치고는 괜찮은 성적표다.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제 기본 원칙은 적자가 나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회사를 흑자로 돌리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느리고 일 안 하는 공기업을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1초 경영입니다. 뭐든지 빨리만 하자는 게 아니라,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빨리 적응해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남보다 1초라도 시장에 빨리 내놓자는 거죠. 1초 경영으로 느긋하던 직원들은 1초를 아껴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50가구 시설을 점검하던 직원이 70가구를 점검할 수 있는 거죠. 성과가 좋은 직원은 승진시켰어요. 흑자 경영을 위한 방법론으로 삼은 것이 1초 경영이죠.”



▼ 1초 경영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요.

“12년 정치만 하던 제가 경영은 잘 모르잖아요. 그래도 발이 넓으니까 경영학 교수들을 만나서 폭넓게 자문했죠. 결국 모든 게 사람 아닙니까. 저는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계속 물어봅니다. ‘정치인 출신이 더 잘한다’는 얘길 들으려고 애썼어요. 조직문화를 빠르게 바꾸는 전략을 브랜드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죠.”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전기 고장과 안전 문제를 책임지는 회사다. 전기가 안 들어올 때 달려오는 사람이 바로 KESCO 직원이다. 반복되는 점검 업무를 하는 회사의 특성상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는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큰 공장이나 기업이 정전되면 수백억 원의 손실이 납니다. 그래서 저희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인천국제공항 등 1200여 개 회사와 협약을 맺고 상시 안전점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콜이라고 불리는 이 24시간 긴급 출동 서비스를 통해 매년 400억~500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죠. 공격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렸습니다. 중동, 아프리카, 스페인 등 세계 28개국에 전기안전 인프라를 구축했어요.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나 현지 기업들의 시설을 점검해주며 수익을 올리는 거죠. 외국 기업이 하던 일을 우리가 대신하는 셈입니다. 한국보다 기술 수준이 못한 나라에는 점검기술을 교육하고 전수하는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 KESCO만의 차별화된 글로벌 경쟁력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수준 높은 기술력이겠죠. 예를 들어, 한 대기업에서 지난해 전기사고가 발생했는데 그쪽 엔지니어들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돼 저희 쪽에 연락이 왔습니다. 파견된 우리 직원들이 1시간 만에 문제를 해결했죠. 대규모 전기시설이 들어가 있는 대형선박 전기안전 검사의 경우 최근까지 외국업체가 도맡아 해온 것이 현실입니다. 국내 기술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인데, 이 역시 지금은 우리 회사가 담당할 만큼 대외적인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다른 공기업은 해외 진출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저희가 눈을 뜨고 그 기회를 빨리 포착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죠. 다른 공기업들도 해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합니다.”

“강자가 약자한테 손해 보는 게 낫다”

▼ 2009년 ‘신동아’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북한 진출을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북한 가야죠. 북한이 침범 안 한다는 조건으로, 우리가 북한에 기본 SOC(사회간접자본)를 구축해줘야 합니다. 의원 시절 북한을 방문했을 때, 평양의 전기설비나 도로 수준이 모두 엉망이었어요. 산에 나무도 없고요. 우리가 다 새로 해줘야 합니다. 정부와 북한 사이에 분위기가 안 좋은데, 서로 왕래해야 생각할 수 있는 문제죠. 저는 개인적으로 강자가 약자한테 손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 한나라당 당론과 다른 생각 아닙니까.

“당론이 있지만, 개인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죠. 자라온 과정이 모두 다르니까. 저는 민주당 스타일에 더 가까워요. 아버지는 농부고 가난하게 살아오셨습니다. 제 생각도 중소기업이나 서민 중심으로 굳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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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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