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브 잡스(왼쪽)와 에디슨.
이는 즉 세계 소비자를 사로잡는 ‘킬러 상품(killer product)’이 다양한 분야에서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39%(2010년 기준)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국가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74개(2009년 기준)로 세계 13위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이 객관적 능력을 갖췄지만 세계인을 사로잡을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이 처한 딜레마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혁신가의 출현이 절대적이다. 토머스 에디슨, 스티브 잡스 등과 같이 자본주의의 전환기에 등장해 나라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 인물 말이다.
MIT가 매년 발표하는 ‘레멜슨-MIT 발명지수’ 2012년판에 따르면 미국 젊은이들은 가장 위대한 혁신가로 에디슨(52%)과 잡스(24%)를 꼽았다. 그 뒤는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벨(10%)과 퀴리 부인(5%),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3%) 등이 이었다.
에디슨과 잡스는 자본주의 전환기에 이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들이다. 에디슨은 전구, 축음기 등 제2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제품들을 발명했고, 잡스는 PC와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 정보화 시대를 앞당겼다.
한국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에 버금가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곧 에디슨이나 잡스에 비견되는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혀 새로운 제품, 산업, 조직, 경영방식, 인력 등을 세상에 내놓는 것만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다.

2011년 10월 ‘뉴욕타임스’는 에디슨과 잡스가 가진 독특한 특징에 대해 보도했다. 이들은 △공식적 교육을 거부했고 △거대한 규모로 가지고 있는 생각을 형상화하는 능력을 보유했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며 △직원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못된 성격의 소유자였다는 것.
이들은 어린 시절 말썽꾸러기의 자질을 죽을 때까지 유지했다. 에디슨은 초등학교 선생이 교육을 포기해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중퇴다. 잡스는 대학교육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대학 1학년 때 자퇴했다. 에디슨과 잡스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직원의 아이디어를 훔치기도 했고, 그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였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은 수시로 해고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바람직하지 못한 경영인’이다. 두 사람은 기업가의 사회적 의무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되는 기부행위에도 인색했다.
에디슨과 잡스는 평생을 말썽꾸러기로 살았다는 점에서 ‘말썽꾸러기형 인간(호모 디아볼루스, Homo-diabolus)’라고 분류할 수 있다. ‘호모 디아볼루스’란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Homo)에 말썽꾸러기를 뜻하는 영어단어 데빌(devil)의 라틴어인 디아볼루스(diabolus)를 합성한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표준형 인간은 자신의 경제적 이해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이를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경제적 인간(호모 이코노미쿠스, Homo-economicus)’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에디슨을 가리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가이자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사업가”라고 칭했을 정도로 에디슨은 경제적 가치에 무덤덤했다. 잡스는 천문학적인 재산을 모았지만 이를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데 사용하지 않았다. 에디슨과 잡스는 자본주의가 내세우는 표준적 가치를 거부하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재능에 맞춰 다양한 가치를 끊임없이 추구했다는 면에서 ‘자본주의의 말썽꾸러기’라고 볼 수 있다.
복잡계 이론을 통해 살펴보면 호모 디아볼루스는 창의성과 밀접하다. 복잡계 이론에 따르면 창의성은 안정적 상황과 혼돈 사이에서 발현된다. 헬렌 슐만(Helen Shulman)은 “혼돈으로 전이하기 직전의 상태인 ‘혼돈의 가장자리’에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아주 다양한 형태로 상호작용하므로, 이전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즉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창의성이 극대화된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