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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감당할 경험도, 역량도 없었다”

다시 벤처로 돌아온 김진호 전 골드뱅크 사장

“급성장 감당할 경험도, 역량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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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드뱅크를 설립해 벤처 대박을 터뜨린 김진호 전 사장.
  • 그러나 골드뱅크 신화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변했다. 감옥까지 다녀와 한동안 칩거했던 그는 2000년 일본에서 포털 사이트 회사를 창업하는가 하면, 지난해 말에는 코스닥 업체를 인수하면서 비즈니스를 재개했다. ‘평생 CEO’가 꿈이라는 그의 반성과 야심을 들어봤다.
“급성장 감당할 경험도, 역량도 없었다”
코스닥 지수 38.19(3월6일). 국내 벤처업계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숫자다. 2000년 초 한때 300선에 근접했던 걸 떠올리면 아무리 ‘신경제’의 버블이 심했다고는 하지만, 불과 3년 전보다 80% 넘게 하락한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찾아 대기업을 떠나 벤처업계로 모여든 수많은 직장인들이 연어떼처럼 대기업으로 복귀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거품은 꺼졌고, 남은 자들은 그저 허탈하다. 국내외 경제 전망까지 어둡다 보니 서울 테헤란밸리에선 좀체 봄 기운을 느낄 수 없다.

벤처라고 하면 아무 조건 없이 프리미엄을 얹어주던 시절, 기개가 하늘을 찌를 듯했던 이른바 ‘닷컴’ 사장들도 요즘은 행적을 찾기 어렵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 NHN 이해진 사장,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사장 등 불과 몇몇이 닷컴주를 리드하고 있을 뿐이다. 새롬기술 오상수 전 사장, 프리챌 전재완 전 사장 등 대표적인 벤처 1세대들이 줄줄이 감옥 신세를 졌다.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다 보니 코스닥 시장은 갖가지 비리로 얼룩진 거대한 ‘소돔과 고모라의 도시’ 같다.

물론 코스닥 시장의 붕괴와 닷컴 기업들의 몰락을 벤처 1세대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건전한 기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는 벤처업계를 투기꾼들의 놀이터로 만든 정부 당국의 안일한 행정, 정치권과 일부 몰지각한 벤처기업주들의 결탁,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모럴 해저드 등 여러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단기 차익 실현에 급급해 벤처기업가를 달달 볶아댄 벤처 캐피털과 개인 투자자들도 코스닥 시장을 황폐하게 만든 요인의 하나다.

한때 닷컴 기대주로 증권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골드뱅크 김진호(金鎭浩·35) 전 사장은 그의 삶 자체가 우리 벤처업계의 축소판이다. 그는 골드뱅크를 시가총액이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거대 기업으로 키워냈지만, 결국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일본으로 건너가 다시 닷컴기업의 꿈을 일구려고 노력했으나, 골드뱅크 시절의 횡령 혐의로 구속되는 등 쓴맛을 봤다.



과연 그는 이같은 벤처기업들의 몰락과 희망을 찾기 어려운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조용히 재기를 노리고 있는 그를 만나 지난 7년 동안의 사업 여정과 반성, 그리고 희망을 들어봤다.

배임은 무죄, 횡령만 인정

-지난해 두 달 동안 수감됐는데, 현재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1월10일 서울지법 합의23부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배임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횡령죄는 인정했어요. 횡령에 대해서는 제가 실수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부족해 실수를 한 것이니 법적인 책임은 지겠습니다. 그런데 검찰에서 항소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저도 항소했고, 지금은 2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배임죄는 어떤 내용입니까.

“1999년 봄 김모 변호사가 골드뱅크의 소문을 듣고 찾아와 투자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했습니다. 운영자금이 모자랄 때라 여간 반갑지 않았어요. 그는 현금 2억원과 건물 14억원 등 총 16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저는 두 차례에 걸쳐 전환사채를 발행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8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난 직후 골드뱅크 주가가 한 달 사이에 무려 40배나 올랐어요. 주가가 너무 올라 두 번째 전환사채를 도저히 발행해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김변호사에게 ‘주가가 비정상적이니 발행시기를 미루자’고 부탁했죠. 저는 가격만 정하고 발행일자는 확정하지 않은 백지 전환사채를 발행해주기로 했고, 공시는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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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헌 자유기고가 parkers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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