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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의 지속성장 비결은 비전, 인재, 신뢰”

본사 창립 200주년 맞은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글로벌 은행의 지속성장 비결은 비전, 인재,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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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기업 이익뿐 아니라 사회 이익도 같이 추구
  • ● 한국 진출 45주년, 오일쇼크·외환위기 때 정부 지원
  • ● 다양하고 열린 글로벌 조직문화
  • ● 12년 장수 은행장
“글로벌 은행의 지속성장 비결은 비전, 인재, 신뢰”
200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은 가물에 콩 나듯 드물다. 유명 경제전문지 ‘포천’이 매년 공개하는 상위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40~50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두산(1896), 동화약품(1897), 몽고식품(1905), 신한은행(1897·옛 한성은행) 정도가 100년 기업이다.

‘하와이안 셔츠’ 기업문화

올해로 씨티은행(Citibank)은 창립 200주년을 맞이했다. 이는 특히 은행산업에서는 예외적인 기록이다. 1812년 6월 16일 뉴욕 상인 10여 명이 200만 달러를 출자해 만든 작은 은행이 200년 동안 지속하면서 160개국에 2억 명의 고객을 거느린 거대한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한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7월 6일 금요일 오후 하영구(59) 한국씨티은행장을 만났다.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이기도 한 하 행장은 정장이 아니라 화려한 색감의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기자를 맞았다. 여름철엔 전 영업점 직원이 이런 옷차림으로 고객을 맞이한다고 했다. 하 행장이 전하는 200년 기업의 비결은 뜻밖에도 간명해 보였다. 미래를 내다보는 명쾌한 비전과 인재육성, 신뢰 지키기. 그는 또 “기업이 자사 이익뿐 아니라 사회적 이익도 같이 추구하지 않으면 앞으로 고객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사랑받기가 쉽지 않다”며 지속가능경영을 강조했다.

씨티은행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67년. 첫 지점 개설 후 45년이 지났다. 고객층 확대와 지점망 확충을 위해 2004년 한미은행과 통합한 씨티은행은 현재 전국 220여 개 지점에서 기업투자금융, 소매금융, 맞춤형 자산관리(PB), 신용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또 국내에 고객 자산관리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였고, 24시간 365일 서비스가 가능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처음 도입한 곳이기도 하다.



“기업이 가진 비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씨티은행이 아시아에 진출한 것은 110년 전입니다. 당시 일본 필리핀 인도 중국 싱가포르에 진출했어요. 지금 봐도 글로벌 비전을 갖고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기업을 구성하는 인재 육성도 핵심 요소입니다. 은행그룹이니 금융 고객의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서 경영의 방향을 설정해왔습니다.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도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런 것이 씨티은행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하 행장은 200년 은행 역사가 곧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사회와 소통한 역사였다고 강조했다. 씨티은행이 자금을 지원해 이룰 수 있었던 대역사(大役事)가 대표적 사례들이었다.

1866년 씨티은행은 미국과 유럽을 잇는 해저 통신케이블을 설치하는 데 자금을 지원했다. 당시 서신을 교환하려면 선박으로 13일씩 걸렸는데 케이블 연결 뒤 불과 수분 만에 통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두 대륙을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1904년부터 10년간 건설된 파나마운하 사업에도 씨티은행은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이 운하가 개통되자 항해 거리가 1만3000km 단축됐고, 해운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1970년 보잉747 개발에도 자금을 지원해 뉴욕과 런던 사이를 논스톱으로 운항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이 기종의 개발로 비행시간과 항공 운임이 크게 줄어 항공여행 시대가 앞당겨졌다.

금융권에서도 씨티은행은 양도성예금증서(1961), ATM(1962), 신용카드(1967)를 최초로 선보이며 창의적인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주도해왔다.

한국 경제와 나란히 성장

한국에 진출한 뒤에는 한국 경제와 나란히 성장했다. 1970년대 씨티은행은 국제석유파동으로 외환부족에 시달리던 한국 정부에 2억 달러의 신디케이트 차관을 제공해 한국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 이 공로로 당시 한국지사장이던 필립 셔먼 씨는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 숭례장을 받았다. 이밖에도 씨티은행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5000만 달러 자금 지원, 1978년 포항제철 제4기 고로 증설에 1억 달러 무보증 차관 제공 등으로 한국 기간산업 구축에 기여했다.

1998년 외환위기 때는 240억 달러 단기외채 만기 연장 협상에서 당시 윌리엄 로즈 씨티은행 부회장이 큰 역할을 해내 한국의 국제 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로즈 부회장은 이 공로로 수교훈장 흥인장을 받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는 한미통화스왑계약 체결을 막후에서 지원해 로즈 부회장 등이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필요할 때 친구가 진짜 친구(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인데 씨티가 한국에 바로 그런 친구”라는 인사를 받기도 했다.

한 기업에 사회와의 소통은 요즘 유행어로 번역하면 지속가능경영이다.

▼ 은행이 지속가능경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건 지속가능경영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에게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을 성장시켜서 고객에게 만족을 주고, 직원을 계속 고용해서 일자리를 제공하며, 책임 있는 금융으로 경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시장만능주의인 신자유주의에서 규제가 따르는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으로 넘어가면서부터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기업이 자사의 이익뿐 아니라 사회적 이익도 같이 추구하지 않으면 앞으로 고객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사랑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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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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