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호

리더십은 부하직원 배려에서 시작한다

  • 글: 김현섭 취업 전문가·스카우트 대표

    입력2003-12-29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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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십은 부하직원 배려에서 시작한다
    한중견기업은 사내 직원들간의 의사소통 창구로 ‘메신저’를 이용한다. 신입사원은 물론 임원들까지도 메신저에 등록해 간단한 문서를 주고받거나 의견을 공유한다. 그런데 100여명에 가까운 메신저 이용자들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40대 초반의 중견 간부인 박 부장이다.

    그는 기분에 따라 수시로 메신저 대화명을 바꾼다. 그런데 좋은 기분, 즐거운 일을 대화명으로 삼는 게 아니라 주로 자신의 불만을 대화명에 표출한다.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직장생활이 편할까?’ ‘누구는 노력도 하지 않는데 용케 짤리지 않는군…’ 하는 식이다.

    박 부장은 또 ‘완벽하고 정갈한 문서 양식’에 병적으로 집착한다. 아무리 시간을 다투는 급한 업무라 해도, ‘개요와 목적’ ‘구체적 방안’ ‘일정’ 등 문서 양식을 갖추지 않았다면 퇴짜를 놓거나 업무를 중단시키기 일쑤다.

    무엇이든 딱 떨어지는 일처리를 좋아하는 그에게는 직원들의 사소한 행동도 눈엣가시다. A사원은 일 처리가 늦어서 문제고, B대리는 너무 튀어서 마음에 들지 않고, C과장은 입이 가벼워서 신뢰할 수 없다…. 게다가 박 부장은 부하직원을 조용히 불러 넌지시 지적하기보다는, 회의석상에서 공개적으로 무안을 줘야 직성이 풀린다.

    이러니 부하직원들은 하나같이 답답함을 토로한다. 술자리에서는 으레 박 부장에 대한 불만이 오가고, 박 부장에게 ‘찍힌’ 몇몇 직원들은 그의 메신저 대화명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눈 밖에 나지 않은 직원이라도 이래저래 불만이 많다.



    박 부장의 문제는 뭘까? 그는 자신의 못마땅한 감정을 드러내면 부하직원들이 머리를 조아리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직장은 사교 모임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이익집단이다. 그런 직장에서 개인의 감정을 일일이 표현하는 것은, 동료 직원뿐 아니라 자신까지도 혹사하는 일이다.

    상사의 권위는 자신이 부르짖는다고 해서 생기지 않는다. 그보다는 겸양과 도덕적 인품에 의해 형성된다. 또 상사의 리더십은 권위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상사로부터 인정받고 부하 직원으로부터 존경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리더십(leadership)이 있다면 팔로십(followship)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는 조직에서는 더 많은 성과가 창출될 수 있다. 상사에게 가장 중요한 미덕은 말을 아끼고 감정을 절제하는 일이다.

    권위를 내세우려 하기보다 부하직원의 감정변화와 건강에 귀기울여보자. 어느새 리더십과 팔로십을 모두 갖춘, 아마도 존경받는 상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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