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호

“경기침체기는 위험자산 매입 적기” [+영상]

20년차 채권 매니저 신년기의 해외 채권형 ETF 투자 전략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3-07-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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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권 운용 첫걸음 ‘경기 사이클 위치 파악’

    • 사이클 한 단계 전에 움직여라

    • 경기 상황 모를 땐 포지션 최소화하라

    [+영상] 지금 채권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채권 운용 전문가로 업계에서 이름난 신년기 에이판다파트너스 최고전략책임자(CSO·상무)는 최근 3년간 유례없이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진자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해 크레디트 채권(신용등급이 부여된 채권) 가격이 급락을 거듭한 탓이다.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당시 그는 1조 원이 넘는 해외 채권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루에 적게는 수십 억, 많게는 100억 원 이상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20년 채권 운용 인생의 최대 위기였다.

    채권 매니저 신년기 에이판다파트너스 상무는 “과거 높은 투자 성과를 보인 상품이 현재 유사한 사이클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 높은 투자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채권 매니저 신년기 에이판다파트너스 상무는 “과거 높은 투자 성과를 보인 상품이 현재 유사한 사이클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 높은 투자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3년간 경기침체·경기회복·인플레이션 경험

    그때 그를 구원한 것은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다. 2020년 3월 2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하이일드(high yield·신용등급이 낮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 등급을 포함한 회사채 ETF를 매입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장 상황이 급반전했다. 연준이 ETF를 매입하면 그것을 추종하는 기준수익률 안에 든 모든 채권이 같이 매입되는 효과가 나타나 모든 채권 종목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신 상무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ETF를 활용해 다양한 채권 투자 전략을 세웠다. 그 덕에 그가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ETF 상품들이 쏠쏠한 수익을 거뒀다.

    승전고를 울리는 기쁨도 잠시, 이듬해인 2021년부터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연준의 소극적 대응으로 인해 세계경제는 2022년을 기점으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는다. 연준이 그간의 대응에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며 뒤늦게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 축소 같은 긴축정책을 실행한 탓이다. 그 결과 주식과 채권 가격이 또다시 곤두박질쳤다. 신 상무는 “불과 3년 사이 경기 사이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경험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채권 매니저로 오랫동안 금융사에서 채권을 운용해 왔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후 카네기멜론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산업은행, KEB하나은행, 현대해상화재보험,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신한은행 등에서 채권 신디케이션(Syndication·대규모 채권 발행 시 여러 투자은행이 힘을 합쳐 자금을 조달하는 것), 외화채권 운용을 담당했다.

    신 상무는 팬데믹 기간 채권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해외 채권 운용으로 돈을 벌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척도라는 걸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6월 ‘20년 차 신 부장의 채권 투자 이야기’(지음미디어)라는 책을 펴내, 상황별 투자 전략과 유리한 채권 상품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경기 사이클 구분 기준은 미국 경기지표

    채권은 원금을 대출한 후 일정 기간에 걸쳐 이자를 지급한 뒤 만기일에 원금을 상환하는 금융상품이다. 채권을 보유한 사람은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이가 채권과 금리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한다. 금리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금리가 상승하면 새로운 채권 발행 시 이자율이 상승하게 된다. 이는 채권 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된다.

    채권 가격은 채권의 원리금 상환 구조에 기반해 계산한다. 일반적으로 원금과 이자 수익의 현재 가치를 합산해 결정한다. 현재 가치는 이자율과 반비례 관계에 있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현재 가치가 감소하므로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 이자율이 상승하면 새로운 채권 발행 시 이자율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 이는 시장에서 채권투자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을 의미하기에 수요자가 이자율이 높은 다른 상품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채권 가격 하락을 야기한다. 그렇다면 어떤 경기 사이클에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채권투자 전략은 뭘까. 신 상무에게 답을 구했다.

    지난 3년간 세계경제가 급박하게 흘러갔다. 그간의 경제 흐름을 요약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은 세계경제가 2021년 놀라울 정도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과감한 통화 완화정책을 펴고 정부가 이에 맞는 재정정책을 시행해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고 안정을 찾은 덕분이다. 하지만 2022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인상과 과잉 유동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2023년 세계경제가 40여 년 만에 고물가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경기 사이클을 판단하는 기준이 뭔가.

    “미국 경기지표를 바탕으로 현재 우리가 경기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 안에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실업률,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있다.”

    왜 기관투자자들이 경기 사이클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미국 경기지표를 가장 주목하나.

    “미국의 고용제도는 우리나라와 달리 정년을 보장하지 않는다. 기업 실적이 좋거나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고용을 늘리고, 반대 상황이면 고용을 줄인다. 이를 통해 현재 경기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지금은 경기침체기

    경기 사이클이 과거와 똑같이 반복되는 형태는 아니지만, 그 양상은 비슷하게 전개된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 경기 사이클은 기간별로 확장과 수축을 하는 주기가 반복된다. 경기 사이클은 ‘회복(확장 초기)-확장 단계-확장 후기-침체 초기-침체 후기’로 구분된다. 회복기는 민간투자를 늘리기 위해 중앙정부가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기다. 확장기는 민간투자가 증가하고 원유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며 소비가 확대되고 기업 이익이 개선되는 단계다. 확장 후기는 고용이 증가하고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며 기업 이익과 임금이 정점을 찍는다. 시장이 과열되지 않도록 중앙정부가 통화 긴축을 단행하는 시기도 확장 후기다. 침체 초기는 중앙정부의 긴축정책 여파로 민간투자가 부진해지고 기업 이익이 감소한다. 이후 경기 침체기로 들어서면 소비가 위축되고 소비자물가가 하락한다. 한계기업이 속출하며 해고 증가로 실업률이 정점에 이른다. 전쟁이나 전염병 등 비체계적 위험 요인이 자산가치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시기는 테일 리스크(tail risk)로 분류한다. 이러한 경기 사이클을 보고 투자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경기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있나.

    “경기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경기침체 또는 경제위기 때 위험자산 가격이 곤두박질친다. 채권투자자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보통 경기가 침체되면 위험자산을 매도한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이 시기가 위험자산 매입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투자하는 채권시장은 미국 중심의 선진국 채권시장이다. 이 시장은 우리보다 앞서 수많은 경제위기를 겪으며 정책 노하우와 경기회복력을 탄탄하게 쌓아왔다. 지금은 경기가 나빠 위험자산 가치가 고꾸라졌더라도 언젠가 회복할 날이 올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가 약간의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면 전환사채(CB·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 발행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 ETF 같은 위험자산 매입을 고려하기를 바란다.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사채의 주식민감도가 떨어져 가격 하락 폭이 그리 크지 않다. 반면 주가는 이미 조정을 받아 앞으로 상승할 일만 남은 상태여서 과감하게 매수할 만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18조 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개인 채권투자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Gettyimage]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18조 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개인 채권투자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Gettyimage]

    위험자산 가격 하락=경기침체 초기 신호

    경기회복기에 주효한 채권투자 전략은 뭔가.

    “이 시기 채권시장은 한마디로 ‘물 만난 물고기’와 같다고 표현할 만큼 채권시장 강세 기조가 이어진다. 채권시장에도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상품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하이일드 채권을 꼽을 수 있다. 하이일드 채권은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은 채권으로, 리스크가 높은 대신 높은 이자를 지급한다. 정상 채권과 부실채권의 중간에 위치한 신용등급 BB+ 이하 채권을 의미한다. 경기회복기에는 이 하이일드 채권 수요가 증가한다. 위험자산을 보유하면서 국채 선물을 매도하는 전략도 고려하기를 권한다.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을 방어하는 데 효과적이다.”

    경기 확장 마무리 단계에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나.

    “일반적으로 만기가 짧은 채권은 만기가 긴 채권보다 금리가 낮다. 그런데 두 채권의 금리가 역전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고 한다. 경기침체를 나타내는 신호 중 하나다. 경기 확장 마무리 국면에선 각국 중앙정부가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한다. 그 영향으로 금리가 상승하고,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는 양상을 보인다. 채권투자를 가급적 삼가고, 장·단기 금리차 축소에 베팅하는 전략을 고려하는 게 좋다.”

    경기침체 초기에 도달할 때 채권시장에 나타나는 시그널은 뭔가.

    “위험자산 가격과 기대 인플레이션(사람들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상승률) 하락이다. 이는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때 나타나는 대표적 현상이다. 이 시기에는 금리가 오른 안전자산을 매입하는 전략을 추천한다. IVOL(Quadratic Interest Rate Volatility and Inflation Hedge ETF)과 같은 위험 분산 상품을 매입하면 보유한 채권 가격 하락이 상쇄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어떤 경기 사이클에도 대비할 수 있을 만큼 공부해야

    베테랑 채권 매니저의 투자 원칙은 뭔가.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는 테일 리스크를 포함한 경기침체 후반과 회복 단계에서 듀레이션(Duration) 베팅, 크레디트 스프레드(credit spread) 전략을 확대하면 수익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듀레이션은 채권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 또는 금리 민감도를 뜻하는 경제용어다. 채권 만기가 길수록 원금을 다시 확보하기까지 듀레이션도 길어지므로 금리 하락이 예상될 때 유용한 전략이다.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미국채 대비 회사채 수익률 차이를 일컫는 말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한 시기에 회사채 가격이 상승할 때 유용한 전략이다. 두 번째 지침은 경기 사이클 한 단계 전에 움직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내가 서 있는 경기 사이클이 어디인지 모를 땐 포지션(position·투자자가 소유한 투자자산의 현재 상태)을 최소화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신 상무는 인터뷰 내내 “향후 어떤 경기 사이클이 어떻게 다가올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만, 어떠한 경기 사이클이 오더라도 이에 대비하는 공부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높은 투자 성과를 보인 상품이 있다면 현재 유사한 사이클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어떻게 적용해 투자할지 고민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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