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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아파트 부실 공사, ‘브랜드 아파트’도 못 믿는다

[부동산 인사이드] 10대 건설사 6곳, ‘하자 시공’ 상위 20위 랭크

  • 김미리내 비즈워치 기자 pannil@bizwatch.co.kr

    입력2024-07-0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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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벽 기울고, 물 새고… 입주 임박 아파트 결함 대거 적발

    • 코로나發 공사 중단 + 원자잿값·인건비 상승 = 부실 공사

    • 문제 키운 감리 미흡·선분양 관행, 뚜렷한 대안 없어

    • 정부 팔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업계 “더 근본적 대책 필요”

    [Gettyimage]

    [Gettyimage]

    외벽이 휘고, 창과 바닥 틈새가 벌어지며, 계단실 높이 부족으로 계단을 깎아내기도 한다. 어느 한 곳의 부실 공사 현장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들어 입주를 앞둔 1군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새 아파트 이사를 앞두고 기대감에 부풀었던 입주 예정자들의 푸른 꿈은 악몽으로 바뀌었다. 일부 아파트는 약 5만8000건에 달하는 역대급 하자 접수 논란이 일며 대표이사가 사과하며 수습에 나서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지은 신축 아파트는 피해야 한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휘고, 벌어지고, 계단 깎기까지… 하자 투성이 신축 아파트

    올해 들어 두 달 사이 국토교통부 하자심사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하자분쟁처리 신청 건수는 1000건을 넘어섰다. 2022년과 지난해 신청 건수가 3000여 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난 양상이다. 특히 1군 건설사, 이른바 ‘브랜드 아파트’에서 심각한 부실과 날림 공사 정황이 나오면서 건설업 전반에 부실 시공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준공을 앞둔 대구 달서구 ‘뉴센트럴두산위브더제니스’에선 사전점검 당시 비상계단 층간 높이 규격인 2.1m를 맞추려 시공이 끝난 계단을 깎아내려던 정황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두산건설이 시공한 이 단지는 입주 예정자 사전점검 당시 지하주차장 마감공사가 거의 되지 않았으며, 건물 외벽이 휜 것도 발견됐다. 지하주차장 천장 누수 흔적을 비롯해 건물 내부 벽이 틀어지거나 새로 들인 서랍장이 부서져 있기도 했다.

    5월 말 입주한 전남 무안군의 ‘힐스테이트 오룡’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단지는 내·외부 벽체 및 실외 콘크리트 골조가 휘어져 있었다. 화장실 벽면의 깨진 타일 안쪽엔 빈 공간을 시멘트가 아닌 남은 타일로 채워 넣은 모습도 보였다. 10여 층 높이에서 창과 바닥 틈새가 벌어져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기도 하고, 엘리베이터 층수를 나타내는 디지털 표지는 위태로운 모양으로 비뚤게 걸려있었다.



    5월 7일 전남 무안군에 입주를 앞둔 ‘힐스테이트 오룡’ 외벽이 휘어져 있다. [뉴스1]

    5월 7일 전남 무안군에 입주를 앞둔 ‘힐스테이트 오룡’ 외벽이 휘어져 있다. [뉴스1]

    현대엔지니어링이 짓는 이 단지는 사전점검에서 약 5만8000건에 달하는 역대급 하자가 접수됐다. 논란이 커지자 현대엔지니어링은 홍현성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개선 의지를 입주 예정자들에게 전했다. 무안군에서도 현장점검반을 편성해 보수 상황 점검에 나섰다.

    또 9월 입주 예정인 충남 당진시 ‘당진 푸르지오 클라테르’에서는 곰팡이 슨 자재를 사용한 것이 밝혀지며 공사가 중단됐다. 준공이 끝난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에서는 한국표준(KS) 마크를 위조한 중국산 유리 수천 장을 시공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지은 신축 아파트 걸러라”

    최근 일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지은 신축 아파트는 걸러야 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지어진 신축 아파트에서 하자 문제가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선 급격한 하자 발생 이유로 ‘시간’과 ‘돈’을 꼽는다.

    최근 준공을 앞둔 아파트들은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2021년 이전에 분양과 착공이 이뤄진 곳이 대부분이다. 당시는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시기다. 치열한 수주 경쟁이 이어졌고, 여기저기서 개발이 진행되며 건설사들이 관리해야 할 현장이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터지며 확진자가 발생한 현장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오랜 기간 숙련된 외국인노동자의 이탈이 많아졌고, 숙련 노동자 수가 줄어든 상태에서 기존 공사 기간을 맞추려 급하게 짓다 보니 작업 실수가 늘었다.

    또한 이 기간 화물연대 파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자재 수급 불안과 원자잿값 폭등, 급격한 물가상승이 발생한 것도 공사 완성도를 낮춘 원인으로 꼽힌다. 한정된 공사비 내에서 폭등한 원자잿값을 맞추려다 보니 마감재 등급을 낮추고 하도급사를 최저 입찰로 선정하는 등 각종 꼼수가 생겨났다.

    정부가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 민간에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유도하면서 공사 기간이 더 촉박해진 것도 악영향을 더했다. 더구나 지난해엔 레미콘 운송노조 파업으로 주말 노동시간도 줄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현장 안전이 강화됐고, 위험 상황 발생 시 공사 현장이 멈추는 ‘작업중지권’ 사용도 늘었다. 총 공사 시간은 줄었는데, 앞서 정한 준공일에 맞추려다 보니 ‘날림 공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잦은 공사 중단,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약속된 공기 내 시공을 진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면서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비롯해 건설 경기 악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기존 대비 건설 현장의 원가가 크게 오를 수밖에 없었고, 한정된 공사비 내에서 건설을 진행하다 보니 각종 문제가 불거졌다”고 말했다.

    감리·후분양 전환 모두 어려워

    현장 내에서 이 같은 문제들을 짚어내고 시공 전반을 관리해야 하는 ‘감리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앞선 건설업계 관계자는 “제한된 감리 인력이 현장의 모든 하자나 문제를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최근 불거진 현장의 중대 하자는 너무 심하거나 눈에 띄는 부분이 많아 감리 단계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은 문제로 지적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감리는 공사의 주요 단계마다 설계도대로 시공했는지를 확인하고, 다를 경우 시정조치나 공사 중지 조치를 통해 부실 공사를 막는 기능을 한다. 건설안전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이유다. 하지만 실상 감리가 독립적 위치에서 건설 과정을 감독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감리업체가 영세한 데다, 발주자가 대부분 건축주나 시공사이기 때문이다. 계약관계에서 ‘갑-을’로 얽혀 있는 만큼 발주자 이익에 반하는 감사 업무 수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선분양’ 방식을 ‘후분양’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대부분 주택 공사 현장은 선분양 방식을 택하고 있다. 주택이 완공되기 전 분양을 통해 입주자가 낸 계약금·중도금으로 건설 비용을 충당한다. 이는 건설사의 공사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만 공사 완결성에 대한 건설사의 책임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평가된다.

    문제는 후분양 방식 전환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후분양 전환 시 건설사는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 조달해야 한다. 공사 완성도가 올라갈 수 있지만 분양가도 지금보다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시공사가 조달하는 각종 이자비용까지 향후 수분양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실 시공, 하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후분양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지만 전환이 쉽지 않다”면서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건설사의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비용부담이 크고 사업 진행이 어렵다. 분양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만큼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정부, 더 근본적 해결책 내놓아야”

    최근 신축 아파트 곳곳에서 부실 시공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 23곳에 불시 점검을 진행하고, 입주 전 하자를 점검하는 사전점검 제도도 강화하기로 했다. 불시 점검 대상은 최근 부실 시공 논란이 불거진 현장을 비롯해 10월까지 입주가 예정된 171개 단지 가운데 최근 5년간 하자 판정 건수가 많은 시공사가 시공한 현장을 중심으로 선정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최근 5년간 하자 판정 건수가 가장 많은 상위 시공사는 △GS건설(1646건) △계룡건설산업(533건) △대방건설(513건) △에스엠상선(413건) △대명종합건설(368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대우건설 △DL이앤씨 △동연종합건설 △대송 △롯데건설 △두산건설 △중흥토건 △효성중공업 △신호건설산업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한양 △삼정기업 △엘로이종합건설 △제일건설 순이다. ‘브랜드 아파트’로 불리는 10대 건설사 가운데 6곳이 하자 판정 건수 상위 20개 건설사에 포함됐다.

    정부는 가구 내부 및 복도, 계단실, 지하주차장 등 공용 부분에 대해 콘크리트 균열이나 누수 등 구조부 하자 여부와 실내 인테리어 등 마감공사 품질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사전점검도 강화한다. 통상 사전점검은 공사가 덜 끝나더라도 입주 한두 달 전 이뤄졌다. 7월부터는 사전점검 전까지 내부 마감 공사를 모두 마치고 감리자 확인까지 받아야 한다. 사전 방문 때 하자가 발견되면 중대 하자는 입주 후 90일, 일반 하자는 180일 안에 조치해야 한다. 조치 계획도 입주 예정자에게 서면이나 전자문서로 통보하도록 했다.

    하자 점검에는 국토부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건축구조·품질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시·도 품질점검단,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는 국토안전관리원이 함께 나선다. 경미한 하자는 입주 전까지 조처할 수 있도록 하고, ‘건설기술진흥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른 품질·안전관리 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될 때는 인허가청(지자체)이 부실 벌점 부과, 영업 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김헌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최근 신축 아파트 입주 전 사전방문 시 공사가 완료되지 않거나 하자가 다수 발생해 입주 예정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다”며 “관계기관 합동 점검을 통해 신축 아파트 하자를 최소화하고 시공 품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허점이 있다고 지적된다. 전문가 품질점검단은 주택법상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300가구 미만 도시형생활주택 등은 품질검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셈이다. 또 벌점 제도나 영업정지 등도 실제 조치가 내려지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 있고, 영업정지가처분소송 등 법적 분쟁 등으로 제재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 “적절한 공사비 산정과 공사 기간 선정 가이드 등 정부가 더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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