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어르신 배달원들께서 살아 있음을 느끼는 일터가 되길 바라요”

시니어 특화한 20대 창업가, 정현강 ‘옹고잉’ 대표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4-07-0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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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가 만든 시니어 배달 서비스 ‘옹고잉’

    • 정기배송 특징 파고들어 어르신 일자리 창출

    • 론칭 2년 만에 매출 10억·고객사 20곳 돌파

    • 하루 6시간, 주 5일 근무 시 월급 최대 205만 원

    시니어 정기배송 대행 서비스 ’옹고잉‘을 기획한 정현강 내이루리 대표. [김도균 객원기자]

    시니어 정기배송 대행 서비스 ’옹고잉‘을 기획한 정현강 내이루리 대표. [김도균 객원기자]

    ‘옹고잉’이라는 이름의 정기배송 대행 서비스가 있다. 55세 이상의 시니어 배송원을 고객사별로 전담 배치해 제품의 정기배송을 대행하는 서비스다. 현재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등 식음료업체를 중심으로 하는 정기배송, 기업 요구에 맞는 커스텀(Custom·나만을 위한) 배송, 비용 절감 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이름 ‘옹고잉’은 사람을 높여서 부르는 의존명사 ‘옹’과 ‘정기적으로 다니는’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 ‘going’을 합쳐 만든 말.

    2021년 11월 시니어 배송 스타트업 ‘내이루리’ 설립과 함께 론칭한 ‘옹고잉’은 2023년 매출액이 12억7000만 원을 넘기며 사업을 시작한 첫 달(500만 원)보다 약 2만5300% 급증했다. 시니어 정기·예약 배송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핫’한 시니어 일자리

    ‘옹고잉’의 고객사 계약 유지율은 2024년 6월 기준 약 80%에 달한다. 서비스 출시 당시 단 한 곳이던 고객사는 현재 스무 곳이 넘는다. 업계의 반향이 뜨거워지자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옹고잉’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22년 중기부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돼 5억 원을 지원받았다. 11억8000만 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A 라운드 투자 유치도 완료했다. 프리 시리즈 A는 기업에 대한 투자 방식을 뜻하는 용어로, 투자사가 경영권은 인수하지 않고 기업의 주가와 배당이익 등에만 관심을 갖는다. 투자 유치 완료 후 ‘옹고잉’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사업 초창기 6명이던 시니어 배송원의 수는 2024년 6월 기준 81명으로 13.5배 늘었다.

    인상적인 것은 이 서비스를 기획하고 시행한 내이루리 대표가 20대 청년이라는 점이다. 정현강(29) 내이루리 대표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스타트업을 운영했다. 실시간 근거리 도보 배달 대행 서비스인 ‘할배달’을 먼저 론칭했다. 60세 이상 시니어가 도보로 상품을 배달한다는 점에서는 지금의 ‘옹고잉’과 다를 바 없으나 들쭉날쭉한 물량과 도보 배달의 한계점 등으로 인해 시니어 배달원의 이탈률이 높아 부득이 사업을 멈추고 재정비한 뒤 새롭게 선보인 서비스가 바로 ‘옹고잉’이다.

    정 대표는 고려대 재학 중에 ‘파키스탄 칸데(Kanday) 하이스쿨 컴퓨터 기증 프로젝트’를 시행하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후 폐지 줍는 노인을 보며 국내 노인 빈곤·자살·일자리 부족 문제에 관심이 높아져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시니어 배달 대행 서비스를 만들어 냈다. 과거 단 한 번도 창업을 해본 적 없는 청년이 시작한 도전으로 이러한 성과를 이뤄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후원의 가치와 한계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 공헌 경험을 쌓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한 건가.

    “대학에 진학한 이후부터다. 2018년 8월 한국청소년 오지탐사대 파키스탄 히말라야 탐사대원으로 참가하게 됐다. 그곳에서 셰르파(산악 등반 안내인)로 일하는 동갑내기 파키스탄 대학생을 만났다.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샌들 차림으로 설산에 올랐다. 셰르파 대부분이 전문 장비 없이 등반하기에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많다고 했다. 사망 보험금이 415달러(약 47만 원)에 불과한 데도 고산지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위험을 감수하며 셰르파를 자청하는 그의 현실이 참담하게 느껴졌다. 그를 따라 도착한 그의 고향 ‘칸데’는 히말라야 해발 3200m에 위치한 고산지대다. 산 중턱에 칸데 하이스쿨이 위치해 있는데, 고립된 그 마을의 유일한 학교다. 책상도, 의자도 없이 바닥에 카펫을 깐 채 초·중·고생 250명이 수업을 받는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배우고자 하는 그들의 열의가 느껴지니 가슴이 아프더라. 기회조차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 환경과 여건을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컴퓨터 기증 프로젝트였나.

    “그렇다. 처음엔 고려대에 학용품 지원 제안서를 보내 칸데 하이스쿨 300명 학생을 후원할 학용품을 지원받아 전달했다. 하지만 학용품만으로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는 어려웠다. 학생들은 컴퓨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책으로만 알고 있었지, 실제로 컴퓨터를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컴퓨터를 보급하기로 마음먹었다.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데다 멀티미디어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체계적인 학생 관리도 가능해지니까.”

    정 대표를 포함한 고려대 학생 4명이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 550만 원에 펀딩을 통해 모금한 450만 원을 더해 컴퓨터 15대를 구매했다. 이후 칸데 하이스쿨에 컴퓨터 교실을 마련하고 컴퓨터 15대를 들여놨다. 파키스탄은 전기료가 비싼 나라다. 다행히 파키스탄 카라코람 오지 전문 트레킹 여행사가 이 학교의 컴퓨터 교실 전기료를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후 후원의 가치를 실감하는 한편 후원의 한계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갑자기 여행사 수입이 줄어들게 됐다. 그 기간이 점점 길어지니 컴퓨터 교실의 전기료 후원도 끊기더라. 그래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통해 사업가로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개척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시니어가 살아온 동네에서 도보로 배달

    시니어 배달 대행에 특별히 관심을 둔 이유가 있나.

    “내가 ‘할배달’을 론칭하기 전 우연히 길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과 대화를 나눴다. 일당 3000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접하고서야 노인 빈곤과 일자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겼다. 애이브러햄 매슬로가 정의한 욕구 단계 이론에 따르면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일단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그다음 욕구를 충족할 수 있지 않나. 그런데 노인 관련 일자리는 별로 없다. 전부터 그 부분에 아쉬움을 느꼈다.

    내가 처음 시도한 비즈니스는 노인 일자리 중개 플랫폼이다. 그걸 시범 운영하면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자리에 지원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을 처음 맞닥뜨렸다. 차라리 내가 일자리를 만들어 시니어에게 제공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참에 코로나19로 물류 수요가 넘쳤고, 엔데믹 이후에도 이 수요가 이어질 거라고 봤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시니어가 살아온 동네에서 도보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론칭해 일자리를 만들어볼까’ 했더니 친구들이 ‘좋은 생각’이라며 동참해 줬다.”

    그렇게 론칭한 ‘할배달’을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아닌 ‘도보’ 배달로 운행했다. 이유가 있나.

    “한창 창업을 준비할 때였다. 배달 플랫폼에서 발생한 전체 주문의 절반가량이 1㎞ 이내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를 봤다. 배달비 구조를 뜯어보니 배달비의 70%가 인건비고, 나머지 30%가 모빌리티(이동수단) 비용이었다. 이동수단 비용을 줄이면 다른 배달 플랫보다 30% 절감한 비용으로 점주를 유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점주들이 수수료가 저렴하다고 해서 이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긴 했다. 또 시니어들이 도보 배달을 하려고 할지, 건당 2200~2500원의 급여에 만족할지 확인하고 싶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상권에서 60대 중·후반 시니어 배달원 3명을 모집해 2주 동안 도보 배달을 시행해 봤더니, 배달 완료하기까지 평균 26분이 소요됐다. 시니어 배달원도 점주들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할배달’ 서비스 구역을 확장해 안암동에 이어 경기 남양주시 별내 신도시에서 시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시니어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정기배송 대행 서비스 ‘옹고잉’. [내이루리]

    시니어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정기배송 대행 서비스 ‘옹고잉’. [내이루리]

    시니어 배송원 업무 만족도 ‘81%’

    그 이유가 뭔가.

    “배송 물량이 불규칙한 데다 생각보다 길 찾기가 어려워 일을 지속하는 시니어 배달원이 많지 않았다. ‘할배달’ 서비스를 중단하고 방황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정기배송은 일반배송과 다르게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도착해야 하고 고정된 루트를 반복적으로 이동해야 하는 특징이 있음을 알게 됐다. 시니어 정기배송 대행 서비스라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옹고잉’은 ‘할배달’과 다른 반응을 얻었다.”

    정 대표 말처럼 ‘옹고잉’은 예상치 못한 흥행을 거뒀다. 그 배경엔 정기배송에 특화된 전문 물류서비스가 부재해 식음료업체들이 겪는 문제를 파고들어 시장에 안착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예를 들어 100인분 도시락을 기존 서비스로 배송하면 여러 오토바이로 나눠서 배송하니 배송료가 이중, 삼중으로 부과된다. 더군다나 실시간 배차되는 이륜 배달 서비스는 물류 집중 시간이나 기상에 따라 배차 보장이 불가능하다. ‘옹고잉’은 이런 문제를 시니어 배송원의 정기배송 전문대행 서비스로 해결한다. 정규직 배송원을 고정 배차하는 방식으로 배차율은 100%를 보장하고 타 지역구로 배송하더라도 추가 운임을 받지 않는다. 정부의 시니어 고용지원금을 활용해 경쟁사 대비 30% 저렴한 가격에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니 고객사의 만족도가 높다.

    시니어 배송원들은 정기배송 대행 업무에 만족하던가.

    “나도 그 부분이 궁금했다. 시니어 배달원들은 노동강도 측면에서 쉽게 배울 수 있는 일인지, 단시간 근무가 가능한지 여부를 따졌다. 지난해 12월 자체 설문조사 결과 시니어 배송원의 옹고잉 업무(배송업) 만족도가 약 81%를 기록했다. 대다수의 시니어 배달원은 운전에 큰 어려움이 없고 매번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 물품을 배달하다 보니 업무 난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크게 만족한다. 적게는 3시간, 많게는 6시간 이상까지 원하는 업무 시간만큼 일하는 조건으로 계약한다는 점에서도 만족도가 높다. 주 5일간 일평균 6시간 일하는 경우, 월평균 155만 원에서 205만 원가량 급여를 받는다.”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일터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겠다.

    “전체 시니어 배송원의 절반가량은 사회취약계층이지만 나머지는 고스펙의 인력이다. 대기업 부장, 금융맨, 공무원, 사업가, 자영업자 등 안정적 직군에서 30년 이상 사회생활 해온 베테랑이다. 요즘엔 인력시장에 쏟아지는 시니어 세대의 평균연령이 저연령화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2022년 ‘옹고잉’ 시니어 배달원 40명은 평균연령이 68세였다. 올해 평균연령은 64세로, 2년 새 네 살 더 어려졌다. 저출생과 고령화, 변하는 인구구조에 따라 산업구조를 바꾸는 등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 볼 여지가 분명히 있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나 관련 부처의 반응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옹고잉’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시니어를 바라보는 잘못된 시선과 정책을 돌아보는 데 일조하면 좋겠다. 동시에 우리가 제공하는 일자리가 시니어 배달원에게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일터’가 되길 바란다. ‘내이루리’로 회사 이름을 바꾼 것도 ‘먼 훗날 내일의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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