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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의 오만과 편견

한국은 별볼 일 없는 나라?

‘타임’의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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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년의 전통과 수백만의 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시사주간지 ‘타임’.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타임’이 최근 게재한 한국 관련 기사들이 왜곡, 과장됐다는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시사잡지의 교과서’라는 타임의 권위는 과연 절대적인 것인가.
연예기획사 사이더스HQ의 박필원 매니지먼트 팀장. 그 일만 아니었다면 그에게 7월24일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담당하고 있는 인기그룹 god가 100일 휴먼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어 마음은 분주했지만, 회사에 출근해서 시사주간지 ‘타임’을 받아들 때는 다소 들뜨기도 했다. 그 주(7월29일자) ‘타임’ 아시아판의 커버인물이 god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목 뒤에 붙은 물음표가 이상하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사진 잘 나왔네’라고 생각했죠. 바쁘니까 꼼꼼히 읽어볼 생각도 못했고요. 그런데 갑자기 회사에서 ‘기사 읽어봤냐’며 난리가 난 거예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번쩍 들더라고요.”

‘Flying Too High?(너무 높이 날았나?)’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문제의 커버스토리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 연예산업의 금품수수 비리를 총 일곱 페이지에 걸쳐 다루고 있다. ‘Paying To Play?(노래 부르기 위해 돈을 낸다?)’라는 메인 기사는 한국 가요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제한된 미디어 출연 기회가 총체적 비리를 불렀다고 결론 내리고,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관련보도를 인용해 구체적인 금품거래 사례를 소개했다.

“물론 연예계 비리가 터져나온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표지에 쓰인 god가 마치 비리에 핵심적으로 관련된 것처럼 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촬영할 때는 ‘아시아 한류 열풍의 주역 한국 대중음악 붐’에 관한 기사라고만 했거든요. 큰 공연을 여는 god를 소개하고 싶다는 얘기였어요. 한마디로 속은 겁니다.”

사태를 파악한 사이더스HQ 법무팀은 곧바로 대응작업에 들어갔다. 회사는 우선 ‘타임’ 아시아 홍콩 본사에 구체적인 취재경위를 묻는 질의서를 발송한 상태. 법무팀 관계자는 “이번 일이 감정으로 치닫는 것은 원치 않는다. 냉정하게 법적인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상대가 세계적 명성을 지닌 ‘타임’이다 보니 준비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적당히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What’s printed in Time is Fact(타임에 나온 것은 사실이다)!’ ‘타임’의 기자들이 자사 기사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 말은, 1923년 창간되어 전세계적인 권위를 확보하고 있는 이 시사주간지를 상징하는 슬로건이나 다름없다. 편집과정에서 3단계, 이후에도 전문 조사역이 필자들과 함께 기사에 나오는 데이터와 자료, 고유명사는 물론 그래프에 나오는 숫자 하나하나까지 2단계에 거쳐 추가로 확인한다는 ‘타임’의 막강한 검증시스템은 다른 어느 언론도 따라올 수 없는 자신들만의 강점이라는 자랑이다. 이러한 전통을 갖고 있는 세계 정상의 언론 ‘타임’이 ‘동방의 작은 나라’에 살고 있는 취재원을 ‘속였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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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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