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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도교문명의 뿌리 칭청산(靑城山)

香煙 그윽한 푸르름 속, 天師의 자취를 좇다

2000년 도교문명의 뿌리 칭청산(靑城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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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도교문명의 뿌리 칭청산(靑城山)

도도히 흐르는 민강을 바라보고 있는 이왕묘. 2200년 전 수리시설을 설치, 일대를 농경의 적지로 만든 이빙 부자를 모신 사당이다.

수많은 글씨와 식물 문양의 부조, 인물상들이 촘촘히 박힌 사당은 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오히려 무슨 도관(道觀·도교 사원) 같았다. 이런 내 마음을 미리 눈치채기라도 한 듯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건물 앞 벽에는 ‘선경(仙境)’이란 두 글자가 써 있었다. 그렇다면 이빙 부자는 그들이 베푼 선행으로 하여 지금 이 선경에 머물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사실이라면 살아 생전에 뜻 있는 일을 많이 해둬야 할 것 같다.

민강은 그 아래로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다. 강폭도 넓고 물살도 급했다. 강 위로는 ‘안란색교(安爛索橋)’라 쓰여진, 로프로 만든 다리가 놓여 있었다. 발을 그 위에 옮겨놓자 몸이 심하게 흔들려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간신히 다리를 건너 1km 정도 강 하류 쪽으로 내려가자 비로소 ‘바오핑커우(寶甁口)’란 이름의 수리시설이 나타났다.

지금도 물의 흐름을 조절하고 있는 듯 안내원이 가리키는 손끝에선 물이 소용돌이쳤다. 그러나 이렇다할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안내원에 따르면 강바닥에 사다리 모양으로 돌을 쌓아놓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 정도의 작업으로 인근 청두를 천부지국으로 만들고 진시황으로 하여금 천하통일을 이루게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만약 그렇다면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반드시 거창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두쟝옌을 만리장성과 비교해 “장성이 드넓은 공간을 차지했다면 이곳은 아득한 시간을 차지했다”고 한 20세기 중국의 문인 여추우(余秋雨)는 두쟝옌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보고 이런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이곳의 물은)영혼이 겹겹이 환희에 빛나는 모습으로 모두 함께 모여 비약의 힘을 겨루며, 활기에 찬 생명으로 솟구쳐오르는 듯하다. 이들의 힘겨루기는 극히 규칙적이다. 튀어오른 물길이 수문에 이르면 빗자루로 쓸어낸 듯이 순식간에 두 갈래로 나뉘어 그대로 뛰쳐나간다. 두 갈래 물줄기는 각기 튼튼한 제방에 부딪히는 순간 금세 온순하게 방향을 바꿔 다시 또 다른 제방에 부딪힌 다음 제방 주인의 명령에 따라 물줄기를 고른다.”



제방 노릇을 하는 바오핑커우 옆의 작은 섬을 지나자 복룡관(伏龍館)이란 사당과 박물관, 다관(茶館) 등이 나타났다. 그곳은 잘 가꿔진 공원이었다. 우리가 타고온 버스는 공원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어느 호젓한 식당이었는데, 맛있는 음식이 푸짐하게 나와 모처럼 배불리 먹었다.

‘칭청산’은 집합명사

투어는 계속됐다. 다음 코스는 청두에서 서북쪽으로 65km 떨어진 칭청산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칭청산 관리국, 즉 산문 앞에 서니 칭청산이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푸르렀다. 안내원 덩양은 소나무를 비롯, 대나무 등 30여 종의 수목이 이곳에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고 했다.

거기서 산 칭청산 지도를 펴보니 산은 꽤 컸다. 산속에 또 산을 거느리는 등 주위가 120km에 이르는 큰 산이었으니 ‘칭청산’은 집합명사인 셈이다.

관리국 앞에는 산으로 오르는 길이 크게 두 곳으로 나 있다. 하나는 동쪽으로 빠져 월성호(月城湖)를 배로 건넌 다음 거기서 로프웨이를 이용해 상청궁(上淸宮)으로 오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쪽으로 들어가 천연도화(天然圖畵), 오동천(五洞天), 천사동(天師洞)으로 올랐다가 그 뒤로 난 길을 따라 상청궁에 닿는 것이다.

천사동과 상청궁은 모두 해발 1260m의 칭청산 제1봉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는 칭청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 서쪽의 바오화산(寶華山·해발 2113m) 아래에는 만불사와 천교(天橋), 쌍천수렴동(雙泉水濂洞), 백운촌(白云村) 등이 있고, 그 너머엔 도원별동, 칭청산 관리국 제3 초대소 등이 있다. 따라서 며칠을 묵는다 해도 이 모두를 스쳐지나기조차 벅찰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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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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